[끝까지판다②] 뒷돈 생기는 '물 좋은 부서'로…관세청 인사 청탁 극심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19.08.21 20:44 수정 2019.08.21 22:2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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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관세청 직원끼리 서로 밀어주고 또 끌어주는 이런 끈끈함은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인사청탁입니다. 관세청 안에서 원하는 부서, 특히 이른바 뒷돈이 생길 수 있는 곳으로 배치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는데, 어느 정도인지 한번 보시죠.

김지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관세청 공무원 '김 반장'이 동료 정 모 씨와 주고받은 롤렉스 시계 사진들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방을 보면 정 씨가 롤렉스 시계를 달라고 요구합니다.

인사청탁 하면서 누군가에게 주기 위해서입니다.

두 사람은 이른바 물 좋은 부서가 어디인지, 그런 부서에 갈 수 있는지도 상의합니다.

[김 반장 : ○○과 가면 허탕인데. 여기 오셔야 물 만나는데. 무조건 ○○과 노리세요, 무조건 무조건.]

[정○○ : 오늘 과장님이 ○○이 불러서 말씀하셨답니다. '너랑 ○○이는 1지망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 '너희 둘만 알고 있고 소문내지 마라'.]

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부서는 수출입 업자나 관세사와 접촉이 잦은 곳들입니다.

[前 세관 직원 : 통관에서는 ○○과가 좋고, 아니면 ○○○과가 좋고. ○○○○과는 진짜 서로 안 가려고 하는 자리고…. (왜요?) ○○○○과는 돈 될 게 없거든.]

물 좋은 부서는 뒷돈이 생기는 부서라는 설명입니다.

다른 대화방에서는 '항구로 가야 한다', '항구 가면 빌딩을 세울 거다'라는 말도 등장합니다.

당시 공항 세관에 있던 김 반장이 항만 쪽 통관 업무를 맡고 싶다는 희망을 밝힌 것입니다.

[前 세관 직원 : 항만 가면 규모가 엄청 크죠. 세관 직원이 말 한마디 하면 그냥 통과예요. 세관 직원이 손짓 한 번 해버리면 항만 직원들은 '꼼짝 마라'거든요. 무조건 통과입니다. 보통 그런 말을 했어요, 우스갯소리로. 항만에서 1년만 근무하면 집 한 채 산다고.]

인사철만 되면 김 반장과 동료 직원들이 서로 희망 부서를 상의하고 심지어 윗선에 줄을 댄 흔적도 대화방 곳곳에 드러납니다.

[○○○ : 과장님께도 사전에 말씀해 주세요. 김 반장 추천하는 것으로 알고 계시니까요. (김 반장 : 네 알겠습니다.) 세관장님께 말씀드렸나요? 아님 내가 해야하는데. (김 반장 : 오늘 여행 중이실 거 같아서 내일 점심쯤에 제가 말씀드리고 나서 연락드리겠습니다.)]

금품을 써서 인사 청탁하고 청탁에 성공해 물 좋은 부서에 가면 또 다른 비리의 유혹에 빠지는 구시대적 비리 고리가 여전한 것입니다.

관세청은 6급 이하 직원의 전보권은 세관장에게 있으며 특정 부서에서 최대 몇 년까지 근무 가능한지에 대한 별도 기준은 없다고 SBS에 밝혀 왔습니다.

'비리 고리'를 끊지 않으면 관세 국경 수호자라는 관세청의 홍보 문구는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준희, VJ : 김준호, CG : 김민영·김한길, 구성 : 탁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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