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판다②] 납품 · 판매 사업 논의가 공무?…검역 대상도 '무신고'

강청완 기자 blue@sbs.co.kr

작성 2019.08.20 20:52 수정 2019.08.20 22: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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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관세청의 이런 비리는 위아래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판다 팀은 일선 세관장을 지냈던 한 관세청의 고위 인사가 중국에 주재관으로 나가 있을 때, 한국에 있는 세관 공무원 후배와 나눈 이야기를 취재해봤습니다.

중국에서 나는 버섯을 한국에 가져다가 팔아서 그것으로 돈 버는 방법을 논의한 것인데, 이것이 세금 받고 일하는 관세청 직원들의 업무로 볼 수 있는 것인지, 이 내용은 강청완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지난 2015년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관세관으로 근무했던 최 모 서기관.

상하이 근무 당시 인천세관의 후배 공무원 김 반장에게 사진과 함께 문자 메시지를 보냅니다.

중국산 버섯에 대한 내용입니다.

[최 서기관 / 前 주 상하이영사관 관세관 : 포토벨로 버섯, 송이보다 밀도가 높음.]

이어지는 김 반장의 답변.

[김 반장 / 세관 직원 : 직접 선택하신 물건이니 품질은 좋을 거 같습니다. 이 버섯을 한국에서 판매해 돈을 벌어야 하는데]

버섯을 국내서 어떻게 유통할지에 대한 의견도 나눕니다.

김 반장이 어디 납품하는 것이 좋겠냐고 묻자, 최 서기관은 단기적으로는 고깃집, 장기적으로는 마트 납품이 목표라고 대답합니다.

버섯 공급자는 중국인이고 단가는 맞출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집니다.

최 서기관은 실제로 버섯 샘플을 국내로 보냈는데, 버섯은 검역 대상인데도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국내에서 중고 스마트폰을 구해 동남아에서 재판매하는 사업에 대한 대화도 나눴습니다.

끝까지 판다 팀은 상하이 근무를 마치고 국내서 근무하는 최 서기관을 만났습니다.

최 서기관은 버섯 관련 대화는 상하이 근무 당시 중국 업체의 부탁을 받아 진행한 일이며 공적인 업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서기관 / 前 주 상하이영사관 관세관 : 중국의 수출 업체. 한국도 한번 진출을 하려고 했어요 저도 이제 그걸 도와주고 싶었고…]

하지만 관세청 홈페이지에 있는 관세관의 업무 범위에는 이런 내용을 찾을 수 없습니다.

공식 업무 채널을 통하지도 않았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최 서기관은 넓은 범위의 영사 업무였다고 주장하고, 부하 직원에게 부탁한 것은 시장성 조사 차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최 서기관 / 前 주 상하이영사관 관세관 : 이거 같은 경우도 관세 업무는 아니에요. 그래도 제가 해요. 결국에는 그게 한중 교류를 증진하는 것이 영사관 역할인데…]

최 서기관의 문자 대화와 해명 내용을 전문가와 전직 세관 직원에게 보여 주고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전 세관 직원 : 이거는 하려면 공문으로 보내야죠. 개인적으로 이렇게 SNS로 (연락)하는 건 뭔가 좀, 걸리는 게 있는 거지.]

[안창남/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 좋은 제품을 소개할 목적이라고 한다면 사적인 루트를 통하지 않고 정상적인, 공적인 루트를 통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상한 정황은 또 있습니다.

최 서기관이 버섯 샘플을 한국으로 보낸 날, 김 반장은 인사위원회가 있다며 승진 좀 해보고 싶다고 하고 최 서기관은 인사담당자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말합니다.

김 반장이 최 서기관의 부탁을 들어주고 그 대가로 인사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문자 대화입니다.

최 서기관은 인사청탁은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최 서기관 / 前 주 상하이영사관 관세관 : 제가 부탁하는 것이 '잘 봐주세요' 인데, 사람들한테 좀 성실한 애니까 좀 버리지 말아 주세요. 그때는 (그렇게) 좀 부탁을 했죠. (일반인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 조금 부적절해 보일 수 있다는 부분이라고 생각은 하세요?) 인간적으로… 조금씩은 다 그런 게 있잖아요. 어디 과 가고 싶어 할 때 좀 받아주세요 하고 조금씩은 다 하지 않을까요?]

김 반장이 당시 인사에서 승진했는지 물었지만, 관세청은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답하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종우, CG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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