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가습기 살균제 사용' 8년 전 알고도…피해 조사 외면

강민우 기자 khanporter@sbs.co.kr

작성 2019.08.19 20:39 수정 2019.08.19 22:3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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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1년에 불거진 가습기살균제 사태. 참 아픈 상처죠, 1천400명 넘게 숨졌고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할 피해자들이 많은데요, 이번에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곳이 새로 드러났습니다. 군부대입니다.

육·해·공군 병사들 생활공간과 군 병원 같은 곳에서 오랫동안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고, 구매 기록으로 확인된 것만 800개를 넘습니다. 물론 문제가 불거지자마자 사용을 금지하기는 했지만, 최근까지 8년 동안 피해 실태 조사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강민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0년 군 근무 중에 피부 염증으로 국군 양주병원에 입원했던 이 모 씨는 엉뚱하게 폐 손상을 입었습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당시 병원에서 들이마신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이었습니다.

특조위가 이렇게 군 내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쓴 걸로 확인한 곳은 모두 12개 부대, 육·해·공군 부대는 물론 군 병원과 국방부 산하 연구소까지 포함됐습니다.

실무부대에서 개별적으로 구매한 것은 파악조차 할 수 없어 가습기살균제를 쓴 부대는 더 많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예용/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소위원장 : 한 달 반 전부터 군대에서도 그런 거(가습기살균제)를 썼다고 하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거의 두 달 동안 이 문제를 조사했고, 오늘 우리가 발표하는 내용은 그 중 일부입니다.]

국방부는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문제가 불거진 2011년부터 사용을 금지했다고 말해 최소 8년 전에 군 내에서 유해 가습기살균제가 쓰인 것을 파악했음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가 이에 대한 피해 실태 조사에 나선 것은 특조위 자료가 발표된 최근입니다.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대한 군의 안일한 대처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어릴 적 가습기살균제에 폐를 다쳐 달리기 등 격렬한 활동이 어려운 A군은 지난 7월 말, 육군 12사단에 입대해야 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한 장애를 소대장에게 수차례 말했지만 무시됐고 매일 아침마다 1.5km를 뛰어야 했습니다.

[A 군/가습기살균제 피해자 : 소대장님이 저를 의무실로 데리고 왔을 때도 '폐가 아파도 그냥 안 죽는다.' 그러고…. 그냥 여기 있으면 진짜 죽을 것 같다. 뛰다가 그냥 죽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때문에 훈련소에서 퇴소조치 됐는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정밀한 병역 기준이 없어 A 군은 곧 다시 입대해야 합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군의 몰이해 탓에 과거는 물론 미래의 피해자를 낳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서진호, 영상편집 : 채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