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위가 폭력사태 없이 끝나면서 중국이 홍콩 사태에 무력으로 개입할 명분이 사라져, 첨예한 갈등으로 치달았던 홍콩 시위 정국이 다소 안정을 되찾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주최 측인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어제(18일) 오후 빅토리아 공원과 인근 틴하우, 코즈웨이베이 등에서 열린 송환법 반대 시위에 170만 명이 참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6월 9일 100만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한 시위와 같은 달 16일 20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이끈 단체입니다.
민간인권전선은 당초 빅토리아 공원에서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행진할 계획이었지만, 폭력 시위 우려로 이를 불허한 홍콩 경찰의 요구에 응해 '유수(流水)식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유수식 집회는 빅토리아 공원의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이 집회장에 15분만 머무르다 빠져나가 집회가 흐르는 물처럼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뜻입니다.
민간인권전선 천쯔제 간사는 어제 집회에서 평화시위로 만들 것을 거듭 촉구했고, 실제 집회도 별 무리 없이 원만하게 진행됐습니다.
천 간사는 집회 목적에 대해 "경찰과 폭력배의 난동과 폭력을 규탄하고 우리의 5대 요구를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캐리 람 행정장관이 5대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홍콩을 갈등과 충돌의 길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천 간사가 언급한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완전 철폐와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과 불기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입니다.
홍콩 경찰은 최근 시위 강경 진압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시위 현장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아 시위대와 충돌을 최대한 피하려는 모습이었습니다.
경찰이 홍콩섬에 물대포차 2대를 배치했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지만, 시위 현장에는 투입되지 않았습니다.
어제 집회가 평화적으로 끝나면서 홍콩의 송환법 반대 주말 시위는 4주 만에 처음으로 평화 시위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6월 초부터 시작돼 어제로 11번째를 맞은 송환법 반대 주말 시위는 지난달부터 평화 집회 후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극렬하게 충돌하는 양상을 띠었습니다.
지난 주말 시위에서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경찰의 빈백건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하는 등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인한 부상자가 속출했고, 무려 149명이 체포됐습니다.
이에 반발한 시위대가 12일부터 이틀간 홍콩국제공항 점거 시위에 나서 979편의 항공편이 취소되는 '항공대란'이 벌어졌고, 이로 인해 중국이 홍콩 사태에 무력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도 홍콩 경계에서 10분 거리까지 전진 배치되기도 했습니다.
일부 시위 참여자가 육교 위에서 경찰 차량에 쓰레기통을 던지고 경찰이 이에 맞서 빈백건을 발사하기도 했으나 더 이상의 충돌은 없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