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 이식 수술 후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 연령이 만 65세 미만에서 만 70세 미만으로 상향 조정됩니다.
수명연장으로 기대수명이 평균 80세를 넘긴 데다 현대 의료기술 발달로 그간 상대적으로 기대 효과가 크지 않았던 고령자 조혈모세포 이식술의 성공 가능성이 커져 건강보험을 적용해달라는 요구가 높은 점을 반영한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조혈모세포 이식의 요양급여에 관한 기준' 전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고, 오는 26일까지 의견을 받은 뒤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오늘(15일) 밝혔습니다.
앞으로는 조혈모세포 이식에 건강보험에서 진료비를 지원하는 대상 연령이 높아집니다.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지금은 보험 혜택이 만 65세 미만 환자에게 적용되지만, 만 70세 미만으로 만 5세 연장됩니다.
이에 따라 그간 만 65세∼70세 미만 연령대의 고령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을 때 이식수술비(1천만∼1천 5백만 원)와 무균실 입원료, 식대 등을 포함해 평균 3천 4백만 원 정도의 의료비를 전액 부담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비급여 진료비를 제외하고 본인부담금으로 5∼10%만 내면 된다.
나머지 90∼95%의 의료비는 건강보험에서 지원합니다.
개정안은 또 최근 수술성과를 고려해서 부모와 형제 등 혈연관계에 있는 공여자와 이식자 간 조직적합성항원(HLA)이 부분적으로 일치하더라도, 적합한 공여자가 없는 경우에는 1차 동종이식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요양급여로 인정해주기로 했습니다.
조혈모세포는 혈액 내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을 비롯한 각종 면역세포를 만든다고 해서 '어머니 세포'로 불립니다.
골수나 말초혈, 제대혈 속에 주로 들어 있습니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다른 사람의 골수·말초혈액·제대혈(탯줄혈액)로부터 조혈모세포를 받는 것으로, 백혈병, 림프종, 재생불량성빈혈 등 난치성 혈액질환자의 근본 치료에 필요한 시술입니다.
조직적합성항원은 조혈모세포 이식 여부를 결정하는 항원으로 기증자와 환자의 항원이 같아야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간 조혈모세포 이식은 급성백혈병이나 희귀질환을 앓는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치료법이지만, 기증자를 찾아도 환자와 조직적합성항원이 일치하지 않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 조직적합성항원이 절반만 일치해도 성공적으로 이식을 시행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형진·홍경택 교수팀에 따르면 소아 조혈모세포 이식에서 조직적합성항원이 절반만 일치하는 경우, 이식 전후에 항암제인 부설판(busulfan)과 시클로포스파미드(cyclophosphamide)를 적절히 투여하면 성공적인 반(半)일치 이식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료진이 2014년부터 총 34명의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반일치이식을 시행한 결과, 환자 전체 생존율은 85%였습니다.
이 중에서도 백혈병 등 악성 질환 환자는 82%, 비악성 희귀질환 환자는 91%의 생존율을 보였습니다.
또 서울아산병원 소아종양혈액과 임호준·고경남·김혜리 교수팀이 백혈구·적혈구 등을 스스로 만들지 못해 생기는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소아 환자들에게 부모나 형제의 '반(半)일지 조혈모세포(골수)'를 이식한 결과, 수술 성공률 93%로 우수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연구팀이 지금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조직적합성항원이 반만 일치하는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환자 32명의 경과를 분석해 보니, 공여자는 모두 환자의 부모나 형제로 이식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93%였습니다.
재생불량성빈혈은 골수 안에서 혈구 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에 이상이 생겨 골수 조직이 지방으로 대체되면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 줄어드는 희귀성 질환입니다.
정부는 1994년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 등록·관리 사업을 시작했는데, 2017년까지 33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2000년 이후 17년간 혈액암, 재생불량성빈혈 등 난치성 혈액질환 환자 6천여 명이 기증자로부터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