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영화 '김복동' 포함해도 1년에 단 2편…'낮은 목소리'는 진행 중

역대 한국 '위안부' 소재 영화 모두 합쳐도 38편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9.08.14 13:40 수정 2019.08.14 14: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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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다행히 한 명에 대한 소식은 없다. 한 명은 아직 살아 있다…. 그이가 먼저 세상을 떠나든,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나든, 그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 모르는 어떤 이가 먼저 세상을 떠나든, 한 명도 살아 있지 않은 날이 머지않았다…."

2016년 출간된 김 숨 작가의 소설 <한 명> 중 한 대목입니다. 여기서 '한 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가리킵니다. 소설은 정부에 공식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가 단 1명 남았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나 머지않아 닥칠 미래이기도 합니다. 2019년 8월 14일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20명, 이들의 평균 연령은 91살입니다. 오늘은 국가기념일로도 지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기도 합니다.

● 1년 전 '위안부' 영화 36편…그새 얼마나 늘었나
취재파일('여전히 낮은 목소리' 기사 보기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889130)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1년 전 8월 14일, 한국에서 제작된 '위안부' 소재 영화를 전수 조사해 보도했습니다. 2018년 8월 14일 개봉한 영화 <22>와, 이보다 두 달 전인 6월 27일 개봉했던 <허스토리>라든가,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낮은 목소리>, <귀향>, <아이캔스피크> 등 제법 많지 않을까 찾아봤습니다. 결과는 그러나 뜻밖이었습니다. 당시 KMDb(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한국영화 2만 2,998편 중에 '위안부' 소재의 영화는 단 36편에 불과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가 서사의 중심이 아니라 잠시 등장하는 소재에 그친 영화까지 모두 합했는데도 이 정도였습니다.

흥행에 성공한 '위안부' 영화는 2016년 <귀향>과 2017년 <아이 캔 스피크> 두 편뿐입니다. 각각 358만 명, 328만 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개봉한 <허스토리>은 전국에서 33만 명이 봤는데 '위안부' 영화 국내 흥행 4위의 성적입니다.('위안부' 피해자가 적잖은 비중으로 등장한 <군함도>가 관객 수 659만 명으로 1위입니다만, 제작비가 많이 들어 흥행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천만 영화'가 아주 드물지 않은 2019년 기준으로 '위안부' 소재 영화로 흥행에 성공한다는 건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죠.

● 한국영화 624편 중 '위안부' 소재 영화는 단 2편, 0.32%

2019년 8월 14일을 맞아 <마부작침>은 그 사이 '위안부' 영화는 얼마나 더 제작됐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자료를 보면 작년 8월 15일부터 오늘, 8월 14일까지 개봉된 한국영화는 624편입니다. 이중 '위안부' 소재 영화는 2편입니다. 비율로 보면 0.32%네요.
취재파일먼저 지난 6월 20일 상영을 시작한 이승현 감독의 <에움길>입니다. '나눔의 집'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 이옥선, 이용수, 김순덕, 김군자, 강일출, 박옥선 등 실제 '위안부' 피해자들이 출연합니다. 8월 13일 기준 누적관객수는 7,242명입니다.

지난 8월 8일 개봉한 송원근 감독의 <김복동>도 있습니다.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고 김복동 할머니의 기나긴 투쟁 여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위안부' 피해자에서 인권운동가로 거듭난 김복동의 삶을 다뤘습니다. 8월 13일 기준 누적관객수 37,886명입니다.

작년 8월 14일 개봉했던 영화 <22>는 어떠했을까요? 한중 합작 '위안부' 영화인 <22>는 2017년 8월 14일 한중 동시 개봉을 추진하다 실패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만 먼저 개봉했는데 500만 명 넘게 영화를 보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면서 1년 뒤인 2018년 8월 14일에 한국에서도 개봉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누적 관객수는 2,438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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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미국인 감독인 미키 데자키의 <주전장>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기사를 쓴 기자가 공격당하는 데 문제의식을 갖고 만든 영화입니다. 한국에서 지난 7월 25일 개봉해 8월 13일 기준 24,623명이 관람했습니다.

● 한국의 역대 '위안부' 소재 영화 38편…'홀로코스트' 영화는 685편

2019년 8월 14일 기준으로 볼 때, 이제까지 한국에서 제작된 '위안부' 소재 영화는 38편입니다. 1년 전 집계와 비교하면 2편 늘어났습니다. 2018년 기사에서 <마부작침>은 2차 세계대전의 전쟁 범죄인 '홀로코스트' 소재의 영화와 '위안부' 소재 영화를 비교해봤습니다. 같은 전쟁 범죄이긴 하나 '홀로코스트'와 직접 비교한다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주로 유럽을 중심으로 하지만 전세계에서 제작된 '홀로코스트' 영화와 한국의 '위안부' 소재 영화는 동등한 비교 대상은 아닙니다. 그저 참고삼아 볼 정도이긴 하나, 세계 최대 영화사이트인 IMDb에서 찾아본 '홀로코스트' 소재 영화는, 꽤 보수적으로 접근해 찾아봤는데도 685편이었습니다.

● 남은 생존 피해자 20명…무엇을 할 것인가

지난해 8월 14일 <마부작침>이 기사를 쓸 당시에 한국에 공식 등록된 생존 '위안부' 피해자는 28명이었습니다. 지난 1년 새 8명이 별세해 이제 20명으로 줄었습니다. 남은 분들도 구순이 넘은 고령에 건강 상태도 썩 좋지 않아 '위안부' 피해의 산 증인이자 생생한 증언자들이 단 1명만 남을 미래가 머지않았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데이터 정리: 이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