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대란' 초래한 홍콩시위에 홍콩∼서울 여행객 발만 동동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12일 오후 홍콩국제공항을 점령해 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면서 홍콩발 '항공대란'이 발생했다.

서울과 홍콩을 오가는 여객기를 이용하려던 여행객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에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었다.

대체 항공편을 구하기 위해 서둘러 홍콩과 가까운 마카오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오후 수천 명의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공항 터미널로 몰려들어 연좌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공항 출국 수속 등이 전면 중단됐다.

이날 홍콩 항공당국이 발표한 '노탐'(NOTAM: Notice To Airmen)에 따르면 홍콩공항은 12일 오후 5시 30분부터 13일 오전 9시까지 폐쇄된다.

당국은 성명을 내고 "출발 편 여객기의 체크인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며 "체크인 수속을 마친 출발 편 여객기와 이미 홍콩으로 향하고 있는 도착 편 여객기를 제외한 모든 여객기 운항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날 오후 홍콩공항이 기능을 상실하기 직전 KE602편은 홍콩공항을 무사히 이륙했지만, 이날 출발 예정이던 KE608편과 13일 출발 예정인 KE612편의 운항을 홍콩공항 사정으로 취소했다.

아울러 이날 오후 7시 45분 인천에서 홍콩으로 가는 KE607편과 오후 9시 15분 떠나는 KE611편도 결항시켰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후 7시 50분 인천에서 출발하는 OZ745편과 13일 오전 5시 10분 홍콩을 떠나는 OZ746편 운항을 취소했다.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와 외항사도 홍콩공항 폐쇄에 따라 13일 오전 9시까지 홍콩 기점 항공편 운항 계획을 모두 취소하고 승객들에게 이를 통보하고 있다.

현재 한국∼홍콩 노선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국적사와 캐세이퍼시픽, 홍콩항공 등 외항사가 운항하고 있다.

이날 오후 홍콩 항공 당국이 공항 폐쇄를 발표한 직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의 홍콩 지점은 즉시 고객들에게 이를 통보하고 양해를 구했다.

대한항공 홍콩 지점 관계자는 "이메일, 메신저 등으로 당초 탑승 예정이었던 고객들에게 모두 항공편 취소를 통보했다"며 "전 직원이 비상 근무태세에 들어가 밤을 지새우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도 "다행히 고객들이 송환법 반대 시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한 결항이라는 점을 잘 이해해줘서 고마운 마음"이라며 "고객들의 문의 사항 등에 최선을 다해 응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홍콩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이용해 서울로 향하려던 여행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홍콩을 경유해 여행을 다녀왔다는 여성 A 씨는 "홍콩국제공항에서 밤 비행기를 타고 귀국 예정이었는데, 공항에 도착해 보니 항공편이 모두 취소됐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며 "항공사 직원이 나가라고 해 일단 공항에서 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로 향하는 항공편이 취소된 승객들은 서둘러 홍콩과 가까운 마카오로 향해 대체 항공편을 구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여행객 B 씨는 "저가 항공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급하게 마카오발 서울행 비행기표를 구했다"며 "다만 두 딸에게 홍콩에서 선물을 사다 준다고 한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업가 C 씨는 "13일 오후 1시 비행기이지만 내일까지 공항이 폐쇄될 수 있을 것 같아 새벽 1시에 마카오에서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표를 구했다"며 "지금 페리를 타고 마카오로 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여행객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마카오발 서울행 비행기표를 구하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가격이 뛰어오르고 그마저도 금방 매진돼 구하지 못했다고 애를 태웠다.

세계 최대 공항 중 하나이자 아시아의 '항공 허브'인 홍콩국제공항이 폐쇄되면서 중국 본토와 홍콩을 오가는 항공편 등도 결항했고, 이로 인해 세계 각국에 연쇄적으로 파장이 미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은 베이징, 상하이 등에서 홍콩으로 향하려던 여행객들이 급히 홍콩 바로 옆 선전(深천<土+川>)행 항공편을 구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반대로 홍콩에서 중국 내륙으로 가려던 승객들은 급히 선전으로 지하철, 버스 등을 타고 가 내륙행 비행기표를 구하려는 모습이 연출됐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연합뉴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