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환경보호'가 거창한 건가요?…덴마크식 실천

에밀 라우센 | 한국인 아내와 가정을 꾸리고 15년째 한국서 살고 있는 덴마크 남자

SBS 뉴스

작성 2019.08.13 11:05 수정 2019.08.13 19: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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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이 1인당 플라스틱을 1년에 132kg나 사용한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들었다(2015년 기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미국인이나 중국인보다도 더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는 거다. 한국이 수출한 쓰레기들이 동남아시아에 쓰레기 산을 만들고 있다는 슬픈 뉴스도 접했다. 그런 쓰레기 산은 한국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어쩌다 한국은 '플라스틱의 나라'가 된 걸까?

예전에는 나도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플라스틱 사용을 큰 문제라고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덴마크의 한 장난감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플라스틱의 비밀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는 기회가 생겼다. 가장 큰 수확은 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나의 걱정을 키웠다. 전 세계에서 중국산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중국엔 유럽처럼 엄격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많은 유해물질이 포함된 값싼 플라스틱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비닐봉지와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로 신음하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무엇보다 우리 가족을 유해물질로부터 지키기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모든 변화는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알기에, 나는 나로부터 변화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보니 내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을 쓰고 버리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당장 집에서 사용하던 위생백과 물티슈 같은 일회용품을 없앴다. 대신 에코백과 천 주머니, 유리물병, 실리콘 팩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막연히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굉장히 불편할 줄 알았는데, 아예 사서 주변에 두지를 않으니 차츰 이런 용품이 없어도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돌아보면 언제부턴가 습관이 되어서 일회용품을 쓰는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 해악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애초에 쓰지 않았을 물건들인데 말이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화학 제품과 플라스틱 소재의 제품은 재활용을 하지 않는 한 미래의 쓰레기이다. 요즘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고 선크림의 화학성분이 바다생물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하와이에서는 해변에서 특정 화학 물질이 포함된 선크림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다는데, 우리도 어떤 대책을 만들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일에는 기업의 동참도 필요하다. 덴마크 맥주회사인 칼스버그(Carlsberg)는 묶음팩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런 작은 변화도 소비자들은 크게 반겼다.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란 이미지는 덴마크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큰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물건 재활용하기

필요 없게 된 좋은 물건을 기부하고 중고물품을 재사용하는 것은 덴마크 사람들의 일반적인 삶의 방식이다. 주변에 아기가 태어나면 자신의 아이들이 사용했던 옷이나 장난감, 육아용품들을 모아 전해주고, 또 쓰고 돌려받는 문화가 있다.

새 옷, 새 장난감 등 새 물건이 뿜어내는 독소는 어린 아이들이 아토피로 고생하는 원인 중 하나다. 내 딸 리나는 새 물건을 쓰거나 중국산 플라스틱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피부에 바로 오돌토돌한 발진이 생기고는 했다. 새 옷에서 유해 화학물질을 제거하려면 최소 10번은 빨아야 한다던데, 중고품을 물려받는 문화야말로 환경도 보호하고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아이도 보호하는 일석이조 아닌가.

나는 결혼 후 4년을 처가댁에서 살다 분가했는데, 그때 전기레인지를 제외한 모든 걸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구입했다. 2달 남짓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가성비 좋은 물건이 나오면 가장 먼저 연락을 해서 구매를 했다. 그렇게 정성을 들여 하나씩 준비하는 즐거움은 반짝반짝 새 물건을 사는 즐거움 못지않다. 덕분에 세탁기 10만 원, 냉장고 25만 원, 오븐 10만 원으로 새것 같은 중고를 구입해서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다.

한국에서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 덴마크 사례가 또 하나 있다. 한국에서는 소주병이나 맥주병 등 유리병을 마트에 가져가면 돈을 주는데, 덴마크에서는 플라스틱 공병도 돈을 준다. 병당 50-100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덴마크에서는 직업 없는 사람들이 거리와 쓰레기통에 버려진 공병을 수거해서 생활비를 충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환경도 보호하고 취약계층 수입원도 제공하는 셈이다.

내가 버린 쓰레기는 지금 내 눈앞에 보이지 않을 뿐 결국 우리에게 되돌아오게 되어 있다. 운이 좋아 나에게 재난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할지라도 결국은 자녀 세대에 재난이 될 것이다. 쉬운 것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천천히 시작해보면 어떨까. 우리의 노력이 이미 너무 늦은 게 아니라면 좋겠다.

※ 이 원고는 인-잇 편집팀의 윤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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