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 난 어젯밤 당신이 몰래 한 일을 알고 있다 - 〈모두 거짓말을 한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19.08.11 07: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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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202 : 난 어젯밤 당신이 몰래 한 일을 알고 있다 - <모두 거짓말을 한다>

첫 데이트가 성공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신호는 뭘까요?

부부동반 모임이 많은 커플은 그만큼 사이가 좋은 걸까요?

내가 좋아하는 야구선수, 전성기여야 할 나이에 슬럼프를 겪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과연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실은, 8년 전에 이미 예견돼 있었다고 한다면 뭐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이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 또는 적절한 반문이 담겨있는 책. 북적북적 이번 주의 선택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입니다.

구글에 쌓인 검색 데이터를 이용해 동시대 사회 현상들에 대한 빅데이터를 도출해 온 경제학자이자 구글의 (전) 데이터 과학자 세스 데이비드 다비도위츠가 썼습니다. 빅데이터의 발전과 활용 방안에 그야말로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현재에 이르는 길을 개척해 온 선구자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명시적인 인종차별이 사라졌다고 다 같이 믿고 싶어 하는 지금, 오바마 전 대통령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선거에서 불리했던 정도가 전체 유권자의 4% 수준에 달한다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도출해낸 사람으로 유명하죠. 그리고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8년 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우세했던 지역들은 지난 8년간 흑인이 자신들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은밀하게, 몰래, 기분 나빠 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지역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도 밝혀냈습니다.

"...이런 언어적 데이터로 연구팀은 우선 남성과 여성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호감을 전달하는지 알아냈다. 남성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매우 분명하다. 즉, 여성의 농담에 웃는다. 그보다 덜 눈에 띄는 방법도 있다. 말을 할 때, 음의 높낮이를 제한한다. 단조로운 목소리가 여성들에게 남성적으로 들린다는 연구가 있는데, 남성들은 여성이 마음에 들 때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남성성을 과장하는 듯하다.

여성은 목소리의 높낮이에 변화를 줘서 좀 더 부드럽게 말하고 대화를 짧게 주고받음으로써 관심을 표현한다. 반면 여성이 사용하는 특정한 단어 중에는 관심이 없음을 드러내는 주요 단어들도 있다. '아마'나 '그럴 거예요'라는 식의 얼버무리는 단어나 구절은 상대에게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마시는 음료가 '별로'라거나 '그럭저럭' 춥다거나 '아마도' 다른 전채요리를 먹을 거라고 그녀가 말한다면 '대체로' 아마도' 별로'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여성이 자기 이야기를 한다면 상대에게 관심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관계를 진전시키고 싶은 남성이 여성의 입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말은 '나'로 밝혀졌다.

........데이트에서 질문이 많이 나왔다면 남녀 모두 유대감을 느꼈다고 보고할 가능성이 낮다. 직관과 어긋나는 듯 보인다. 질문은 관심의 표현이 아닌가? 하지만 첫 데이트에서 질문은 대부분 지루하다는 신호다. "취미가 뭐예요?" "형제가 몇 명이신가요?" 이는 대화가 중단됐을 때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최고의 데이트라면 단 하나의 질문이 마지막에 나온다. "우리 다시 만날까요?" 이것이 그 데이트에서 유일한 질문이라면 대답은 "좋아요."일 것이다."


빅데이터가 우리 스스로와 세상에 대해 제공하는 이해가 가져올 수 있는 변화는 무궁무진합니다. 이렇게 데이트에서의 승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팁 같은 것도 재미있지만요. 우리의 삶을 좀 더 획기적으로 바꿀 만한 발견들이 이뤄집니다. 치료가 성공하는 데 조기 발견이 결정적인 까다로운 암의 초기 징후를 파악하는 방법, (물론 모두가 궁금해하는) 선거 결과의 예측, 고향이 어디인지가 사람들의 성공에 미치는 영향까지... 빅데이터의 세상에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 온라인 소스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곳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인정하게 한다. 빅데이터는 '디지털 자백약'으로 기능한다. 구글 검색을 생각해 보자. 사람들을 더 솔직하게 만드는 조건은 무엇인가? 온라인? 그렇다. 혼자? 그렇다. 설문조사 관리자가 없는 것? 그렇다.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을 때에도 구글은 진실을 알 수 있다. 선거 며칠 전에 당신이나 이웃들은 투표 장소에 가서 선거권을 행사하겠다는 올바른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나 이웃이 투표 방법이나 투표 장소에 관한 정보를 검색해보지 않았다면, 데이터 과확자들은 해당 지역의 투표율이 낮으리라고 예상할 것이다."


다비도위츠는 빅데이터의 장점을 크게 4가지로 꼽았습니다. 기존에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새로운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익명의 설문조사에서도 거짓말을 하기 쉬운 사람들 마음의 장벽을 뛰어넘어서 가장 솔직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점, 데이터가 워낙 많이 쌓이면서 작은 집단도 클로즈업해 볼 수 있게 되는 데다,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 인과를 가릴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단지 정보가 많이 쌓였다고 해서, '빅데이터'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대단한 정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빅데이터란 제목이 붙었을 뿐, 그냥 이런저런 통계의 허술한 총합이 되는 경우도 아직 많이 있습니다. 빅데이터 모델을 도출하는 기술이 더 고도화하고 아이디어들이 새로 나올수록, 지금의 빅데이터가 내린 결론에 수정이 필요한 경우들도 나올 겁니다.

한편으로, 빅데이터를 통해 밝혀내는 '추한 진실'들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인가, 하는 문제도 대두됩니다. 지역에 따라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성공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점을 알게 되는 것, 가난하며 신앙심을 자주 표출하는 사람일수록 돈을 갚을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을 알게 되는 것이 이 세상에 얼마나 큰 이득이 있을까요. 오히려 이득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빅데이터에 대한 지나친 맹신과 잘못된 이용은 세상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한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넘어서서, 분명히 돈을 잘 갚을 가난한 누군가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는 세상을 앞당길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러나 우리에 대한 아름다운 진실이든 '추한 진실'이든 조금 더 정확하고 광범위하게 알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을 넓히기 위한 노력은 분명히 인류에 빛이 될 거라고 다비도위츠는 힘주어 말합니다. 빅데이터는 작은 집단에도 현미경을 들이대, 같은 나라 안에서도 A 지역이 B 지역보다 살기 좋은 곳이며, 심지어 A에 산다는 게 B에 사는 것보다 수명을 늘린다는 사실까지 파악해 냅니다. 빅데이터가 단지 이런 사실들을 알아내는 데 그친다면 인류에 대단한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어째서 A와 B의 차이가 생기는지까지 파악해서 B, 더 나아가 C, D, E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어떨까요. 우리가 부인해 왔으나 분명히 맹렬하게 작동하고 있는 인종차별과 성차별 등을 솔직히 인정하고(이 책에 여러 예시가 나옵니다)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기 위한 걸음을 뗀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빅데이터가 발전하는 세상은 바로 그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인류가 함께 노력하는 세상이 돼야 할 겁니다.

인종차별을 공격하기 위해 이슬람교도들을 미워하는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질책하는 연설을 하는 것은 오히려 숨은 이슬람 혐오를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지만, 우리 주변의 성실한 이슬람인들을 부각시키는 연설은 인종차별에 대한 숨은 욕망을 다독여 누그러뜨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을 분석한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에피소드는 빅데이터의 긍정적인 효과의 단적인 예이자, 빅데이터 활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책에는 충격적인 성적 환상부터 낙태 금지법이 불법 낙태율에 미치는 영향, 인종차별, 성차별, 사회적 계급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진실 등등 일견 외면하고 싶고 아름답지 않은 진실들에 대한 폭로가 가득합니다. 그러나 '추한 진실'을 직시하는 것이 그 상황을 넘어서는 첫걸음이라는 것, 빅데이터를 인류의 행복을 위한 효과적인 도구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바로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바로 그 추한 진실들에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마음 깊이 새기게 됩니다.

"인터넷상의 데이터는 기업들에게 어떤 고객을 피하고, 어떤 고객을 착취할지 알려준다. 또한 고객들에게 반드시 피해야 할 기업이 어디고, 어떤 기업이 그들을 착취하려 하는지 알려준다. 빅데이터는 지금까지 소비자와 기업 간 싸움에서 양쪽 모두를 도와왔다. 우리는 그것이 공평한 싸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출판사 '더퀘스트'의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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