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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들 울린 '전세 사기'…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렸다

<앵커>

최근 경기도 광주에서 전세금 관련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집주인 한 명 때문에 길거리에 나앉게 된 세입자가 수십 명인데, 고소를 하자 집주인은 전세금 돌려받고 싶지 않은 거냐며 고소 취하하라고 오히려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슈 리포트 깊이있게 본다, 김승필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광주의 한 빌라, 문승환 씨 가족은 2년 전 이곳에 입주했습니다.

전세 대출로 1억 원을 받아 1억 3천만 원에 전세 계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쯤 뒤 집주인 권 모 씨로부터 전입신고를 빼달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문승환/피해 세입자 : 당신이 그걸 안 해주면 전셋집을 아예 빼버리겠다고. (그러니까 전입신고를 빼주지 않으면 전셋집을 아예 빼버리겠다?) 그렇게 하니까 저는 덜컥 겁이 나잖아요.]

잠시 전입신고를 빼준 사이 집주인은 문 씨 몰래 건물을 신탁회사에 넘겼습니다.

이 빌라에 거주하는 다른 8가구 세입자도 모두 집주인 권 씨에게 속았습니다.

어떻게 당했을까.

[피해 세입자 : 확정일자를 나중에 받으라고 해서 미루다가 (2017년) 9월 8일 날에 잔금 치르면서 확정일자를 받은 건데, 9월 6일 자로 이틀 전에 신탁으로 넘겼더라고요. 신탁으로 넘어간 건 나중에 한참 지나고 알았죠.]

담보 신탁된 건물은 신탁회사가 사실상 소유자가 돼 이후에 이뤄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로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세입자들은 하루아침에 무단거주자가 된 셈입니다.

실제로 신탁회사로부터 퇴거 명령을 받아 거리에 나 앉게 된 사례도 있습니다.

역시 권 씨와 임대차 계약을 맺은 세입자입니다.

계약 당시, 신탁된 건물이라도 세입자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권 씨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는 것입니다.

[피해 세입자 : 등기부 등본 보고 해도 신탁이 뭔지 몰랐고, 그래서 이게 뭔지 알 수 있을까요 했을 때 그냥 자기가 매입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식으로 나와서 그냥 믿었죠.]

경기도 광주에서 권 씨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세입자는 한두 명이 아닙니다.

빗속에서 이사 중인 김 모 씨 부부, 집을 비워주면 전세금을 돌려주겠다는 집주인의 말에 속아 두 달 새 3번째 집을 옮기는 중입니다.

김 씨의 새집 위층에도 똑같은 피해를 본 세입자가 이사와 있습니다.

[피해 세입자 : 일단 경매에 넘어가고 이러면 가 있을 데가 없으니까, 일단은 옮기고 거기는 이제 소송하든지 해야 할 것 같아요.]
    
집주인 권 씨는 이들이 살던 전셋집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전세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전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 세입자 : 집 빼달라고 얘기하던 당시에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얘기해 놓고 막상 나오고 나니까 그냥 다 무시해 버리는 그런 상황인 거죠.]

이런 이중 전세 계약 피해자가 한 전세자금대출기관에서 확인한 것만 10건에 이릅니다.

공공기관조차 속수무책으로 당한 겁니다.
 
[전세자금대출기관 관계자 : 임대인이 어떤 사정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이것처럼 임대인이 계획적으로 하는 경우는 제가 알기론 처음입니다.]

권 씨는 현재 세입자 수십 명으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했는데, 실제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안유세/피해자 대리 변호사 : 현재 이 목록 안에 있는 (권씨 일가의) 빌라 수는 200채 가까이 되는데요, 중복되는 것을 빼고 나면 한 150채 정도.]

1,500㎡가 넘는 대저택에 사는 권 씨는 자신은 절대 구속되지 않는다며 고소 취하를 요구하는 문자를 지금도 세입자들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피해 세입자 : (고소 취하 하십시오. 고소하신 분들은 가장 마지막에 처리됩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요?) 협박이에요, 협박. (돈을 돌려줘도 마지막에 주겠다?) 네, 고소한 사람들 괘씸하다, 괘씸죄.]

2년 전 시작된 한 세입자의 고소로 현재 재판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당당합니다.

[임대사업자 권 모 씨 (그제) : 단 한 명의 피해자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는 중이니까, 허위제보나 과장된 제보로 인해서 저희 세입자들 불안하게 하고 피해 보는 일은 없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피해 세입자들은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피해 세입자 : 신랑도 어제 가족이 다 같이 죽자고 마음먹는 게 왜 생기는지 이번에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피해 세입자 : 지금도 추가적으로 계속 또 전세 세입자를 구하고 있잖아요. 빨리 이걸 어떻게 막아야죠.]

(영상취재 : 이찬수, VJ : 김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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