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폭염, 대구·경북보다 광주·전남이 더 심하다?

폭염 정의에 따라 폭염 일수와 폭염 위험 지역이 달라진다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9.08.09 15:06 수정 2019.08.09 15:0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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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방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대부분 지방의 낮 기온이 35도 안팎까지 올라가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기온이 더 올라가 올여름 폭염이 절정에 이를 것이라는 예보다. 토요일 서울의 기온은 37℃, 일요일은 35℃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예보다.
 
폭염이라고 하면 대구를 비롯한 영남지역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2018) 8월 1일 홍천의 기온이 41℃까지 올라가면서 관측 사상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지만 그 이전에는 1939년 8월 1일 대구에서 기록된 40℃가 우리나라 기상관측 사상 최고기온이었다.
 
특히 장기간 기온을 보면 대구가 우리나라에서 최고기온이 가장 높은 지역임을 알 수 있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 동안의 전국 72개 기상청 관측소의 여름철 최고기온 평균 자료를 보면 대구의 기온이 29.8℃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2위는 전주와 정읍으로 29.7℃, 4위는 의성으로 29.6℃다. 광주는 29.3℃로 11위, 홍천은 29.2℃로 12위다. 서울은 28.4℃로 32위다. 기상 관측소 가운데 여름철 최고기온이 가장 낮은 지역은 대관령으로 22.1℃로 나타나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취재파일] 폭염, 대구·경북보다 광주·전남이 더 심하다? (안영인)그렇다면 대구가 우리나라에서 폭염이 가장 심한 지역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대구·경북지역이 광주·전남지역보다 폭염이 심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폭염을 단순히 최고기온만으로 정의하고 표현한다면 전국에서 폭염이 가장 심한 지역은 대구가 맞다. 30년 동안의 여름철 최고기온이 전국에서 가장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염을 정의할 때 습도나 일사량 같은 다른 요소를 고려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최고기온뿐 아니라 습도만 추가로 고려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기온이 같아도 습도가 높으면 폭염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건식 사우나와 습식 사우나의 차이다. 온도가 최고 90℃를 넘어서는 건식 사우나에서는 10분 이상 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온도가 이보다 30℃ 이상 낮은 습식 사우나에서는 10분 이상 버티는 사람이 흔치 않다. 단순히 온도만 생각하면 습식 사우나는 건식 사우나에 비하면 폭염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더 큰 열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학교 Michelle Bell 교수와 허슬기 박사 연구팀이 최근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폭염을 단순히 최고기온만을 사용해 표현할 때와 최고기온뿐 아니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열지수(Heat Index)를 사용해 표현할 때 또 최고기온과 습도, 일사량까지 고려하는 온열지수(WBGT)를 사용해 표현할 때 우리나라 지역별로 폭염 발생 일수와 기간, 폭염 지역 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Heo et al., 2019). 이른바 폭염을 정의하고 표현하는 변수인 폭염지수에 따라 폭염 특성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분석한 것이다. 연구팀은 2011~2014년까지 4년 동안의 여름철 폭염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폭염지수로 최고기온을 사용할 때(Tmax)와 온열지수를 사용할 때(WBGTmax), 그리고 열지수를 사용할 때(HImax) 관측소별로 폭염 일수가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최고기온을 기준으로 폭염을 표현할 경우 영남지역 관측소에서 폭염 일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폭염지수로 온열지수나 열지수를 사용하면 영남지역 관측소의 폭염 일수는 줄어들고 반면에 호남지역과 제주지역 관측소의 폭염 일수는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영남지역 관측소의 동그라미 크기는 작아지고(폭염 일수 감소) 호남지역과 제주지역 관측소의 동그라미 크기는 커지고 있다.
[취재파일] 폭염, 대구·경북보다 광주·전남이 더 심하다? (안영인)각 지역별로 나타나는 폭염의 강도 역시 폭염지수로 무엇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더위가 극심했던 지난 2014년 8월 1일의 경우 최고기온을 기준으로 폭염 지역을 보면 동해안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폭염이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온열지수나 열지수를 기준으로 폭염을 표현하면 강원과 영남지방의 폭염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폭염을 무엇을 기준으로 정의하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폭염 지역과 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아래 그림 참고).
[취재파일] 폭염, 대구·경북보다 광주·전남이 더 심하다? (안영인)연구팀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발생을 중심에 놓고, 폭염지수로 온열지수(WBGT), 즉 최고기온과 습도, 일사량을 함께 고려해 폭염을 정의하고 표현할 경우 폭염에 대한 경고를 가장 적절하고 내릴 수 있고 폭염 피해를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발생한 온열질환자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박성우 등, 2019). 온열질환자는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937명이 발생했고 이어 서울 616명, 경남 436명 순이다. 하지만 인구 10만 명당 발생한 온열질환자를 보면 전남지역이 17.1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이어 제주도가 14.4명, 강원과 충북 13.1명, 전북과 경남 12.9명 순이다. 최고기온이 가장 높은 대구는 4.9명으로 세종 다음으로 가장 낮았다. 경북 역시 11.7명으로 최고 수준이 아니다(아래 그림 참고).
[취재파일] 폭염, 대구·경북보다 광주·전남이 더 심하다? (안영인)폭염은 일종의 복합재난이다. 최고기온이 폭염을 정의하고 표현하는데 편리하고 실제로 폭염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고기온이 폭염의 전부는 아니다. 최고기온이 곧 폭염은 아니다. 폭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최고기온뿐 아니라 습도와 일사량 등 다양하다. 폭염 피해도 최고기온과 습도, 일사량, 그리고 취약성 여부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현재 폭염특보는 오르지 최고기온을 기준으로 발표하고 있다. 폭염을 단순히 최고기온만으로 정의하고 표현하고 최고기온에 따라 대책을 세우다가는 자칫 피해 예방에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참고문헌>
 
* Seulkee Heo, Michelle L. Bell, Jong-Tae Lee, Comparison of health risks by heat wave definition: Applicability of wet-bulb globe temperature for heat wave criteria, Environmental Research, 168(2019) 158-170
 
* 박성우, 조현정, 백수진, 유효순, 우경미, 2018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결과, 주간건강과 질병, 제12권 제20호, 630-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