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日, 'ABCD'로 말 바꾸기…韓 왜 따로 관리?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19.08.08 10:56 수정 2019.08.09 13:4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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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권애리 기자와 함께 하는 친절한 경제 오늘(8일)은 일본 보복 알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권 기자, 일본이 국면마다 논리가 계속 좀 바뀌고 덧붙여지는 느낌이에요?

<기자>

네, 처음 말을 꺼내고 벌써 38일째입니다. 그동안 끊임없이 말이 바뀌더니 어제는 급기야 우리에 대한 수출규제를 표현하는 법령상의 용어까지 바꿨습니다.

이건 앞으로 우리한테 하는 수출규제에 대해서 정치보복이 아니고, 한국에 불이익을 주는 게 아니고, 자기는 나름대로 수출 관리하는 거다 라는 식의 명분을 국제사회에 좀 더 쌓기 위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명분이 부족하니까요, 뒤집어서 얘기하면 일본도 실은 완전히 논리가 완성된 상태에서 우리에게 정치와 연계한 경제보복을 시작한 게 아니라 일단 좀 시작한 면이 있고, 말이 왔다 갔다 하면서 자기네 논리를 분위기 봐 가면서 다듬어왔다는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 흐름을 잘 읽고, 우리도 정교하게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겠는데, 하나씩 좀 뜯어보면요, 당장 어제 나온 일본 정부의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 내용이랑 세칙을 보면, 일본은 우리가 지난 한 달 동안 계속 들어온 '화이트리스트', 백색 국가라는 용어를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수출에 있어서 가장 우대를 해주는 화이트 국가 27곳이 있었고 화이트가 아닌 나라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원래는 백색, 화이트였죠.

어제 공포된 일본의 수출관리령은 이 체계를 A에서 D까지, 4개의 그룹으로 개편합니다. 백색국가보다 좀 더 중립적으로 들리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거죠, 우리는 B그룹입니다.

<앵커>

네, 백색 국가라는 표현은 없어지는 거군요, A·B·C·D에서 A에서 B로 내렸다는 거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뭐 기준이 있는 겁니까? 

<기자>

A는 그냥 기존의 화이트리스트 그대로입니다, 우리만 빠진 기존의 백색 그룹입니다.

B는 기존의 非백색 중에서 '네 가지 국제적인 수출 통제 체제에 가입을 했으면서 일정 요건을 갖춘 국가'들이라고 합니다. 원래 B백색들 중에 몇나라가 있고 거기에 우리를 넣었습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도 '리 지역'이라고, 지난달 초에 일본이 사실상 한국에 대한 규제만을 위해서 신설한 지역에 혼자 포함돼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는 B그룹, 리 지역입니다.

B그룹 리 지역은 지금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 대로 기존에 발표한 3가지 수출규제 품목은 유지하면서, 다른 품목들은 백색 국가였을 때처럼 비교적 원활하게 수출허가가 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뒀습니다.

하지만 크게 두 가지가 걸립니다.

일단, 우리에게 수출하는 일본 기업들은 앞으로 지금까지 같은 원활한 수출을 유지하려면요, 기존에 하지 않아도 됐던 서류를 꾸며서 일본 정부에 등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요.

일본 정부가 연간 100개 정도 기업에 임의로 나가는 시찰 대상이 됩니다. 어느 기업이 될 지 모릅니다.

이걸 일본이 앞으로 어떻게 이용할지 좀 봐야겠고, 두 번째로, 수출품이 군사적인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면 언제든 이 기존과 비슷한 원활한 수출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에 대한 규제에 있어서 일단 숨 고르기를 한 상태지만요, 우리의 대응이나 국제사회의 여론을 봐가면서 규제 품목을 더하고 빼고 하는 걸 빠르게 조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겁니다.

<앵커>

규정을 만들고 한국을 적용한 것이 아니라, '한국을 배제하겠다' 생각을 하고 규정을 만든 것 같네요, (네 그런 느낌을 많이 주죠) 한국을 이렇게 따로 관리하려는 다른 이유가 더 있나요?

<기자>

지난달 초에 처음 발표했을 때는요, 관리들은 처음부터 말 돌리기를 좀 했지만 아베 총리는 속내를 여러 번 드러냈습니다.

7월 3일에는요, "강제징용 판결 문제는 역사가 아니라 국제법상 국가 간 약속 문제다. 한국이 약속을 안 지킨다" 고 사실상 정치보복인 걸 인정했고요, 5일에는 아베 측근이 TV에 나와서 "군사 용도로 전용이 가능한 물품이 북한에 흘러갈 우려가 있다"고 발언합니다.

이틀 뒤인 7일에 아베 총리가 이 이야기를 비슷한 뉘앙스로 반복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근거를 갖고 북한을 언급하느냐'는 반박과 '그럼 정치를 경제에 연계한 거 맞네'라는 비판이 일본 안팎에서 나오니까요.

그때부터 이건 강제징용 판결과도 뭣과도 상관없는 그냥 수출관리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통일하기 시작합니다. 굉장히 그걸 반복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신뢰가 깨졌다'는 구절은 반복을 지금도 하고 있는데, 이제는 어떤 정치인도 강제징용을 한자리에서 입에 같이 올리지 않습니다.

어제 기자회견에서도 뭐에 대한 보복조치도 아니고 수출관리라고 강조했고, 우리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 지난주 금요일에도 국제회의에서 "한국은 아시아의 우방 중 하나"라는 식으로 연설했습니다.

교묘하죠, 수출규제는 확대 중인데 말은 오히려 점점 꼬리가 짧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일본의 태도 흐름, 논리, 면밀하게 분석해서요, 우리도 과녁을 잘 맞춘 타격으로 응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