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체포 당시 고유정 모습
전 남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제주 '고유정 사건'의 부실수사 논란과 관련해 경찰 수사 책임자들이 감찰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경찰청 진상조사팀은 실종 초동조치와 수사 과정에서 일부 미흡한 점이 있다고 보고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현 제주지방경찰청 정보화장비담당관)을 비롯해 제주동부서 여청과장과 형사과장 등 수사책임자 3명에 대해 감찰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점검 결과, 실종 신고 접수 후 초동조치 과정에서 범행 장소인 펜션 현장 확인과 주변 수색이 지연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압수수색 시 졸피뎀 관련 자료를 발견하지 못한 사실 등을 확인해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청은 부실수사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2일 현장점검단을 제주로 보내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 등 관련 부서를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작업을 벌이고 문제점을 분석해왔습니다.
고유정(36)은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 모(36)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고유정 사건과 관련해 ▲ 실종수사 초동조치 미흡 ▲ 범행현장 보존 미흡 ▲ 압수수색 당시 졸피뎀 미확보 문제 등을 두고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실종 수사는 수색을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범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순서를 정해야 한다"며 "우선순위 판단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어서 감찰 조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사팀은 전 남편 강 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이뤄진 5월 27일 사건 현장을 찾았지만, 인근에 설치된 CCTV 위치만을 확인했을 뿐 즉각 CCTV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신고 3일째인 5월 29일에서야 경찰은 강 씨 남동생의 요청으로 펜션 인근 CCTV를 살펴보고 여기에서 고유정의 수상한 거동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경찰이 좀 더 일찍 CCTV를 확인했더라면 시신유기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또 진상조사팀은 당시 수사팀이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고유정의 거짓 진술에 속아 시간을 허비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최종목격자(고유정)가 하는 거짓말에 휘둘렸다"며 "사실 판단을 신중하게 해야 했고 더 일찍 거짓말이란 걸 캐치해야(알아채야) 했다"고 아쉬움을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범행 장소인 펜션을 조금 더 일찍 확인하지 못한 점과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한 점도 감찰 조사 의뢰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진상조사팀은 수사팀이 고유정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할 당시 졸피뎀 관련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한 경위도 조사했습니다.
진상조사팀은 "압수수색 당시 졸피뎀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압수수색 과정에서) 좀 더 깊이 있는 고민과 수사 지휘가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부분도 감찰 대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유정 체포 영상이 언론에 유출된 경위도 감찰 조사 대상입니다.
해당 영상은 박 전 서장이 동부서장 재직 시절 한 차례, 제주청으로 자리를 옮긴 뒤 두 차례 등 총 3번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