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다시 돌아가면?"…日 수출 규제 속 중소기업 리더들의 고민은

김도균 기자 getset@sbs.co.kr

작성 2019.08.06 11:2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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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다시 돌아가면?"…日 수출 규제 속 중소기업 리더들의 고민은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 결정을 앞두고 있던 지난주 초, 이미 한 달 정도 일본의 수출 규제의 영향을 받고 있던 중소기업 리더 몇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말속에서 자신감과 긍지, 열의 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고, 예측 불허의 상황에 대한 긴장감과 떨림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기자의 일이라는 것이 스스로가 전문가일 수 없고, 현장의 이야기와 온갖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잘 전하는 것이며, 그런 과정에서 취재원들의 말에 담겨있는 어떤 '인사이트'를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날도 그런 날 가운데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기존에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지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갔던 자리는 충남도가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한 도내 업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피해 현황을 점검·대응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이곳까지 가게 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7월 초부터 규제 대상이 된 3가지 품목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과 연결이 되어 있는데, 충남도의 수출 60%가 바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간담회 장소였던 회사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저순도 불화수소산을 가공해 정제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알려진 상태라 현장 취재를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기도 했습니다.

당시 취재한 내용 가운데 이번 취재파일에서는 최대한 중소기업 리더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실어보려 합니다. 말이 어색한 부분은 최대한 취지를 살려 고쳤습니다.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자칫 부담스럽게 생각하실 수 있기도 하여 회사명과 직함은 직접적으로 공개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또 도내 이슈에 국한된 이야기는 배제하고 일반적으로 생각해볼 만한 내용 위주로 실었습니다. 이들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현장의 의견이 있다는 차원에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 수출 품목 사실상 모든 품목을 규제● "투자 자금의 원활한 수혈…비대칭적 전략 생각해야"

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 제조업체 대표

"벤처 활성화 차원에서 매우 많은 역할을 해주시고, 실제 가시적인 성과도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투자들이 대부분 보면 모태펀드를 씨드머니로 해서 민간의 돈이 들어와서 이렇게 일어나는데, 실제 보면 우리나라나 충남도 마찬가지, 주력으로 하는 산업에서 대부분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조그마한 기업 같은 건 벤처 기업인데, 이쪽에서 투자가 이루어진 비율은 한 10%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지금 (일본 수출 규제에) 여러 가지 이렇게 대응하는 것은 사실 다 대칭적 전략이거든요. 뭐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하면, 일본에 있는 거 우리가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충남도 비대칭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조금 더 있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 "예산 투입에 감사…사용에는 조금 더 유연함 있었으면"

OLED 유기소재 생산업체 부사장

"저희는 OLED 유기소재 그걸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매출은 한 1천억 원이 나오는데, 세계 유기소재 시장이 한 7천억 원 정도입니다. 170명 인원의 충남의 토종기업이면서 그래도 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약 4위입니다. 위로 3위는 독일, 일본, 미국. 다 글로벌 회사들입니다. 다 2만 명 이상 종업원들이 있는 그런 회사입니다. 버티고 있어서 저희 나름대로는 긍지도 가지지만 또 만만치 않은 면도 있고요."

"참 많은 예산을 주셔서 그나마 이게 있다는 게 저희한테는 큰 힘이 되고요. 이제 많은 예산으로 좋은 집을 가졌으니 거기 들어가는 컨텐츠,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잘 들어가느냐가 염려가 됩니다. 좋은 콘텐츠로 중기 로드맵, 지속 가능한 R&D 로드맵을 잘 설정을 해서 성과를 꼭 거뒀으면 좋겠습니다. "

"(투자금을 받으면) 실제 돈을 쓰는 기업의 측면에서는 이게 일반 운영비 측면에서는 자유도가 좀 있습니다. 그런데 국책과제를 하다 보면 장비 투자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유연성이 상당히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나라의 규칙도 좀 따르다 보니까 특정 장비를 3천만 원 이상 장비를 하나 사고 싶으면 우선 거기에 소위 말하는 심의과정이 좀 길고요. 그러다 보면 어떻게 심의 몇 개월 걸리고 뭐 하다 보면 해를 넘기면, 이연이 되면 또 결재하고 집행하는 게 어렵습니다. 실제 예산을 받고도 해당 기업들은 통상의 재료비나 그러니까 운영 관련 비용에 쓰려고 그러지, 좀 더 핵심이 되는 주요 장비 투자에는 좀 걸림돌이 있습니다. 정리하면 지속 가능한 R&D 로드맵에 근거해서 실제 좋은 프로젝트가 선정이 되어서 잘 진행이 됐으면 좋겠고요, 운영상에서도 조금 더 유연성 있는 그런 쪽으로 진행됐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한국 견제 스마트폰 부품● "소재 확보 총력…신기술 선 평가하는 공적 기관 있었으면"

LCD 및 OLED 디스플레이 생산 및 판매 업체 팀장

"이번에 반도체 디스플레이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다 보니까 저희 회사 내부적으로는 좀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아까 발표해 주신 내용도 좀 있습니다만, 저희가 밖으로는 중국 업체들하고 힘겨운 경쟁 관계, 그런 싸움을 하는 상황에서 지금 저희가 그동안 안정적으로 공급을 받았던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 상의 이슈가 발생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가용한 재고를 확보하는 부분에 대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사실 중장기적으로 대체재를 찾는 부분들이 그렇게 수월하지가 않습니다. 그 배경을 좀 말씀드리면 소재도 마찬가지고, 부품도 마찬가지고, 장비도 마찬가지고 저희가 원하는 성능적인 측면을 만족해서 바로 쓸 수 있는 건 아니고요. 안정적인 품질이 담보되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중간재의 어떤 성격들이 디스플레이의 성격이 있다 보니 저희가 마음대로 쓰는 소재 부품들을 바꿀 수가 없고요. 저희 고객들의 또 승인을 받아야 하는 여러 가지 좀 복잡한 절차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슈가 되는 세 가지 품목에 대한 부분들을 단기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들은 조금 많이 어려운 점이 있어서 재고를 확보하는 부분에 총력을 가하고 있는데 저희가 고려하는 부분 중의 하나는 아까 여러 가지 말씀 중에 좀 시기적절하게 예타사업이 지원된 부분들이 저희한테는 좀 디스플레이 자체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희도 내부적으로는 여러 가지 저희 협력 업체들의 소재나 부품들을 평가하는 그런 부분들은 루틴하게 저희가 조금 진행을 하고 있는데, 수많은 소재, 부품들을 저희가 내부적으로 다 평가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정부에서 이번에 지원해주시고, 특히 충남도에서 도비로 해서 공정센터 설립에 많은 지원을 해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가동 예정인 공정센터를 통해서 저희 디스플레이 관련된 소재, 부품, 장비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새로운 기술들이 그 공정센터를 통해서 평가되고 운영이 된다고 하면 꼭 이번에 이제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어떤 그런 이슈가 아니더라도 저희 대한민국의 소재, 부품, 장비사들의 경쟁력을 좀 배가할 수 있는, 그런 도움이 될 수 있는 테스트 베드가 만들어지는 의미가 있다고 저희가 평가를 하고 있고요. 저희 내부적으로도 공정센터 쪽에 저희가 가진 설비 중에 좀 가용한 범위 내에서 설비의 기증이라든가, 그리고 이제 기술 지원들. 이런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고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노력을 하겠습니다만, 충남도와 정부하고 국내 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하고 좀 같이 협력을 해서 이번 위기를 좀 잘 극복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日 소재 대체 리스크 커, 지속 지원 있어야…52시간 근무도 고민"

디스플레이 부품 연구개발생산업체 부사장

"사실 저희가 국산화하는 아이템들은 기존에 조금 쉽게 단기에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다 끝난 상황이고, 지금 저희가 시도를 하는 품목들이 엄청나게 난이도가 높은 것입니다, 사실은. 그래서 이 품목들을 농사로 지으면 수박 농사, 참외 농사하듯이 쳐다보면 절대 안 되고, 이거는 나무를 키우는 사업처럼 10년, 20년을 보고 진행해야 하는 그런 사업입니다."

"(제가 대기업 구매 관련 임원 출신인데) 그래서 제가 우려가 되는 부분들은 이제 좋은 아이템이 있어도 직접적으로 1년, 2년 이내에 회사에 도움이 되냐, 안 되냐를 놓고 판단하기 때문에 사실은 중소기업 아이템들이 들어가도 거기에서 사장되는 경우가 지금까지 엄청 많았고, 이번에도 걱정되는 부분들은 이번에 일본 사태가 생기면서 뭘 개발했는데 조금 지나서 수출 규제가 풀렸을 때는 중소기업에서 만든 것이 단기에 성능도 떨어질 것이고 가격도 조금 높을 겁니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말이죠. 그렇게 되면 다시 기존 상황으로 돌아오면 아마 다시 일본 걸로 수입을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거에 국산화하겠다고 달려든 중소기업들은 그 자리에서 그냥 사장이 됩니다."

"그래서 그런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 중소기업의 사주들은 이번에 이런 기회를 주더라도 사실은 엄청나게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만약에 이번에 어떤 조치를 한다면 중소기업하고, 대기업하고, 기관, 정부하고 해서 그거를 적어도 5개년, 10개년 계획을 짜 놓고 그 플랜 내에서 마스터플랜으로 쭉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국에서 투자하려면 사실은 시장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에 경제 논리로 볼 때는 절대로 싸움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가적으로 볼 때 중요한 아이템이면 조금 감수하더라도 전체적인 공동의 목표를 세워놓고 그거를 같이 추진하면 되는데, 그게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맞는 방법인데 사실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런 건 제가 현장에서 근무했던 사람으로서는 사실 염려가 많이 됩니다."

"아까 52시간 근로 얘기가 잠깐 나왔는데 사실은 제가 미국이든 일본이든 이런 데 많이 가보면 연구원들이 52시간 이런 식으로 시간 제한을 하는 나라는 없었습니다, 현장 근무자들은 52시간 근로를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연구원들은 이 부분에 대한 적용을 조금 다르게 해줘야지 국가 경쟁력이 생기지, 지금처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거는 국가경쟁력이 절대로 올라갈 수가 없고, 이렇게 가다 보면 제 생각에는 최근에 중국도 많이 가보지만 중국에 순식간에 따라 잡히지 이기지 못합니다. 현재 화웨이의 상황을 보면 더욱 이런 생각이 듭니다. 최근 우리 연구원들은 조금 하다가 시간 되면 땡 가고, 수요일, 목요일쯤 되면 '당신은 이번 주 근무할 시간 몇 시간 남았습니다'라고 경고를 받거든요. 그러면 지속 연구개발은 솔직히 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만큼은 빨리 풀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진짜 이공계 육성을 하고 이런 연구원들이 더 올라가서 일하지 않으면 절대 안 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본 수출규제 피해업체에 관세 납기연장·분할납부 지원● "인허가 부분 빠른 처리 감사…앞으로도 그랬으면"

불화수소 정제 및 생산업체 본부장

"저희도 불화수소산 생산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예전부터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번째 공장을 지금 짓고 있고. 그래서 사실 원래는 연말까지 목표로 해서 지으려고 계획을 잡았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워낙 급박해지니까 저희도 상당히 많이 일정을 당겨서 지금 좀 빨리 완성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제일 문제가 됐던 부분이 인허가 문제였습니다. 정부에서 인허가해 주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많이 도와주시고 하니까 굉장히 좀 빨리 단축을 많이 할 수 있겠다는 그런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은 지금 이렇게 된 어떤 증거로 삼는다면 결국은 인허가를 빨리 진행하는 게 좀 지금처럼 되면 기업과 우리는 공장을 만들어 놓고 공장을 안 돌리지 않고 바로 돌릴 수 있는 그런 이득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다른 문제를 해서는 이제 그 아까 허가법 관련된 얘기를 말씀하셨는데 저희 회사는 이제 완전히 허가법이나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안 걸리는 물건이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만큼 화학소재 업체입니다. 그래서 화학물질이 관리법이 상당히 여러 가지 제약이 있고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되는데 저희가 안전을 안 지키겠다는 건 아닙니다. 안 지키겠다는 건 아니지만 절차대로 진행하겠지만 절차들을 좀 빨리빨리 할 수 있는 속도에 관련된 문제를 조금 해결해주시면 저희 사업하는데 굉장히 좀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반도체 같은 경우를 보게 되면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타이밍 싸움일 수밖에 없는데 그런데 저희가 이제 그 국가적으로 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日에 맞서 45조 원 투입하는 정부…만약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정부는 어제(5일)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100대 핵심 전략 품목을 1년에서 5년 이내에 국내에서 공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혁신형 연구개발(R&D) 지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인수·합병(M&A) 자금 지원, 수입 다변화 등 가용 가능한 정책 카드를 모두 동원하고 총 45조 원에 이르는 예산·금융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나온 중소기업 리더들 상당수의 바람은 다행히 이후 나온 정부의 지원책에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잘 반영한 것 같다는 업계의 평도 이런 차원에서 나왔을 겁니다.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겠지요.

다만 한 가지만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당장의 상황이 급하고 계획도 좋지만,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점입니다. 그저 흐지부지 없던 일로 너무 쉽게 돌아가면 안 되겠지요. 아직 분쟁의 시작일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1년 뒤 우리의 산업과 경제의 약점은 그대로이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