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내 개를 때린 게 잘못이냐?"에 할 말 없는 이유

이학범 | 수의사. 수의학 전문 신문 『데일리벳』 창간

SBS 뉴스

작성 2019.08.06 11:25 수정 2019.08.07 14:3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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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유튜버가 인터넷 방송 중에 반려견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유튜버 A 씨는 최근 방송에서 반려견의 얼굴을 때리고 침대로 내던지는 행위를 했다. 시청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A 씨는 오히려 "내 강아지를 때린 것이 잘못이냐", "내 훈육 방식이다"라며 경찰을 돌려보냈다고 한다. "동물보호법은 허울뿐인 법이고, 동물학대로 처벌받는 사람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도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지만, A 씨의 주장에 특별한 반박을 할 수 없다는 게 더 안타깝다. 실제로 A 씨는 올해 1월 동물학대 행위로 고발당했지만,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물을 학대한 사람은 동물보호법 제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이마저도 1년 전까지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었다). 그런데 A 씨는 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을까? 동물보호법이 약해서일까? 약한 처벌도 이유일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바로 '동물의 법적 지위'다.

우리나라에서 동물은 법적으로 '물건'이다. 우리나라 민법은 인간과 물건이라는 이분법적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동물은 인간이 아니므로 법적으로 물건으로 취급된다. 예를 들어 강아지와 스마트폰은 법적으로 동일한 지위를 갖는 것이다. 법적 지위만 고려하면, A 씨가 반려견을 침대에 집어던진 행위와 스마트폰을 던진 행위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동물보호법을 아무리 강화해도 강력한 처벌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우리나라에서 동물학대 행위로 처벌받은 사례를 분석해보면, 벌금형을 받은 경우가 68건, 징역형이 2건이었다. 징역형은 모두 동물학대 행위뿐만 아니라 다른 불법행위까지 합쳐져서 가중 처벌을 받은 경우였으며, 당시 기준 1천만 원의 최고 벌금형 선고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산 사건에 한해 몇 차례 300만원, 500만원 벌금형이 선고됐을 뿐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의 많은 동물복지 선진국들은 사람-물건-동물이라는 삼분법적 체계를 가지고 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닌 생명체라는 점을 확고히 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삼분법적 민법 체계를 확립해야, 동물학대 행위 처벌이 근본적으로 강력해질 수 있지 않을까?

뉴질랜드는 동물보호법이 정확히 마련된 국가로 꼽힌다. 지난 2013년 동물을 '지각력 있는 존재로서 존중할 것'을 법에 명시하고 '비인간 인격체'로서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물학대는 물론 반려동물을 버린 사람에게도 최고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영국이나 캐나다의 경우도 동물을 학대하다 적발되면 최고 징역 5년형을 선고한다. 스위스는 동물보호법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최저 2만 프랑(약 2400만 원)의 벌금을 내리는데, 재산에 따라 벌금 액수가 차등 적용돼 최고 100만 프랑(약 12억 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연방수사국 FBI는 동물학대가 인간을 상대로 한 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동물학대를 '반사회적 범죄'로 분류하고 학대의 위험성을 꾸준히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일부 주와 캐나다 등에선 부부가 이혼할 때 법원이 반려동물의 행복을 고려해 양육권을 누가 가져야 할지 결정해줄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동물이 물건처럼 취급되고 동물보호법마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면서, 심각한 동물학대가 끊이질 않고 있다. 단순히 동물을 때리고 죽이는 행위뿐만 아니라, 강아지 간식에 못이나 독극물을 넣어서 공원에 두는 무차별 학대나,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동물을 많이 사육하는 애니멀호딩 등 새로운 동물학대도 늘어나고 있다. 거기에 자극적인 콘텐츠로 유튜브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동물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까지 발생하고 만 것이다.

1월에 A 씨를 고발했었던 동물단체는 다시 한 번 A 씨를 고발했다. 이 사건을 제대로 처벌하고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주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올라와 13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고 있다. 부디 이번에는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져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길, 나아가 이 사건이 동물의 법적 지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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