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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신형 유도무기 잇단 등장…南 방어망 맹추격

北 신형 유도무기 잇단 등장…南 방어망 맹추격 (김태훈 취재파일)
▲ 국산 중거리 요격 체계 '천궁-2'

지난 7월 25일부터 8월 2일까지 9일 동안 북한은 3차례에 걸쳐 신형 단거리 유도무기 2종류를 내놨습니다. 7월 25일 쏜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야 지난 5월 2차례를 비롯해 3년 전부터 꾸준히 선보였던 무기인지라 놀라움이 덜했지만 7월 29일, 8월 2일 날린 대구경조종방사포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형상은 방사포인데 미사일처럼 비행하는, 아주 낯선 단거리 유도무기입니다.

북한이 뭔가 쏘면 대중과 언론의 관심은 즉각 우리 군의 방어능력으로 쏠립니다. 완벽한 방어란 없는데도 틈을 찾아 우려를 쏟아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KN-23은 국산 중거리 요격체계인 천궁-2로도 잡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주한미군이 벌써 보유하고 있고 우리 군도 2년 후쯤 도입하게 될 패트리엇 팩(PAC)-3 MSE(Missile Segment Enhancement)도 북한 KN-23 요격이 가능합니다.

대구경조종방사포는 우리 군의 교리상으로는 요격 대상이 아닙니다. 날아오는 방사포탄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지상의 방사포 자체를 타격해 부수는 선제타격이 우리 군 전술입니다. 북한 방사포와 자주포 등 전방의 장사정포를 때리기 위한 대화력전의 핵심 전력들은 비밀 획득사업을 통해 갖춰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우려되는 건, 방어체계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방어체계 구축을 흔드는 정치의 헛바람입니다. 천궁-2는 2년 전 당시 국방장관과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이해 못할 압력에 양산이 무산될 뻔하다가 구사일생했습니다. 다른 무기들 개발과 도입 건도 남북 화해 무드를 타고 군비증강 반대하는 측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습니다.

● '창' 北 이스칸데르와 '방패' 南 천궁-2…승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은 국산 지대지 탄도 미사일 현무와 모양이 비슷합니다. 같은 설계에서 나온 쌍둥이 미사일처럼 보입니다. 미사일 디자인의 유사성은 우연이 아닙니다. 디자인이 같으면 성능도 비슷해집니다.

사거리 500km 현무-2B 미사일과 이스칸데르의 기본적인 낙하 속도는 큰 차이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다만 이스칸데르는 최고 정점 고도를 찍고 내려오다가 다시 솟아오른 뒤 낙하하는 풀업(pull-up) 비행을 합니다. 내려오다가 올라가려면 중력을 거슬러야 해서 속도가 뚝 떨어집니다. 따라서 이스칸데르의 낙하 속도는 현무-2B보다 느린, 마하 4.5 이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천궁-2는 고도 20km 이하에서 스커드 미사일을 넉넉히 잡습니다. 스커드 미사일의 낙하 속도는 마하 5를 넘나 듭니다. 천궁-2가 스커드를 맞출 수 있으니 이보다 느린 이스칸데르도 요격할 수 있습니다.

천궁-2는 현재 양산이 한창입니다. 내년부터 초도 양산분이 전력화됩니다. 천궁-2의 전신인 항공기 요격용 천궁-1은 전력화 막바지 단계입니다. 80% 이상이 양산돼 작전 부대에 배치가 완료됐습니다.

천궁-1은 몇몇 소프트웨어와 요격탄만 바꾸면 미사일 요격용 천궁-2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항공력이 허약한 편이니 경우에 따라서 천궁-1을 천궁-2로 전환해서 대북 미사일 방어 능력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미사일 요격의 경우 일발필중(一發必中)은 불가능한 일이어서 요격체계 다다익선의 지름길, 천궁-1의 천궁-2 전환 가능 소식이 반갑습니다.

● 천궁-2 이어, 팩-3 MSE도 들어온다

천궁-2만 믿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후년부터는 추가적으로 패트리엇 팩-3 MSE도 도입합니다. 주한미군은 패트리엇을 이미 MSE로 개량을 마쳤습니다. 스커드는 물론 이스칸데르도 잡는다는 요격체계입니다.

어떤 이들은 천궁-2든 MSE든 이스칸데르보다 느려서 쫓아가지 못한다고 주장하는데, 땅에서 솟구치는 지대공 요격 미사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탄도 미사일보다 빠를 수 없는 법. 천궁-2와 MSE의 요격체가 이스칸데르보다 느려도 이스칸데르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스칸데르가 상대적으로 낮게 비행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레이더로 탐지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비판은 타당해 보입니다. 탐지 능력 보강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차기 그린파인레이더 도입 사업, 차기 이지스 구축함 건조 사업, 그리고 몇 대 추가 구매해야 하는 조기경보기 사업도 있습니다. 특히 조기 경보기 사업은 하늘뿐 아니라 땅도 함께 보는 기종에 주목해야 합니다.
北 방사포 선제타격용 KTSSM 시험사격 장면
● 방사포는 선제타격으로 잡는다

방사포는 서방의 용어로는 다연장로켓시스템(MLRS·Multiple Launch Rocket System)입니다. 발사 차량 한 대에 발사관을 적게는 6개, 많게는 10여 개를 장착해 포탄을 쏘아댑니다. 각 포탄의 탄두 중량은 100kg 안팎이어서 한발 한발의 위력은 크지 않지만, 비처럼 쏟아부으며 양으로 승부합니다.

방사포탄 요격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별도로 방사포 요격체계를 구축하기엔 말 그대로 천문학적 액수의 돈이 필요합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 개발한 아이언 돔(Iron Dome)이 안성맞춤이지만 방사포 방어에만 돈을 쏟아부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북한 방사포가 쏘기 전에 먼저 타격한다는 게 우리 군의 전술입니다. 방사포, 자주포 등 북한 장사정포에 대한 선제타격의 선봉은 한국 최초의 전술급 유도미사일 KTSSM(Korea Tactical Surface-to-Surface Missile)이 맡습니다.

최대 사거리가 150km이고 빼어난 정확도와 타격력이 강점입니다. 침투 관통형 열압력탄이어서 콘크리트 방호벽을 관통해 갱도 안 북한 방사포와 병력, 탄약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시험사격에서는 150km를 비행해 직경 2m 타깃 안에 떨어졌습니다.

구형 다연장로켓 구룡을 대체하고 있는 천무 다연장로켓은 최전방에서 북한 장사정포들과 치고받고 싸울 무기체계입니다. 천무와 KTSSM의 전력화가 착착 이뤄지면 유일하게 한강 이북에 남아있는 주한미군 210 화력여단은 내년쯤부터 평택으로 이전하게 됩니다. 또 천무와 KTSSM의 전력화는 전작권 전환의 핵심 조건입니다.

● '산 넘어 산' 방어체계 구축

4·27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과 9·19 군사합의를 거치면서 새로 개발 및 도입되는 무기는 천덕꾸러기 신세입니다. 9·19 군사합의 1조 1항은 무력증강 문제를 남북 군사공동위에서 논의하기로 한 터. 일부 유력 시민단체들은 진행 중인 군사력 증강 사업도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공격하고 방어하는 3축 체제는 이미 개념부터 완화됐습니다.

2017년 10월 말엔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이 천궁-2 양산 결정안이 상정된 방위사업추진위 일정을 돌연 취소한 적이 있습니다. 중거리 천궁-2를 장거리 요격체계 L-SAM과 묶어서 함께 개발하자는 희한한 논리에 따른 결정이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천궁-2는 노후된 무기로 곧 도태될 것"이라며 송 장관을 지원했습니다. 막 10여 차례의 요격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무기체계인데도 "낡았다"는 무기 문외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타박은 연구개발자들을 좌절케 했습니다.

태어나 보지도 못한 천궁-2를 사장시키려던 두 사람의 시도는 다행히 각 계의 노력으로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어렵사리 개발한 천궁-2를 없애려고 했던 그들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는 지금도 미스터리입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남북이 불가침을 선언했다고들 하는데 요즘 북한 행동 보면 여전히 멀었습니다. 북한 비핵화가 달성된 뒤에도 적의 미사일과 방사포를 선제공격하고 요격하는 무기체계는 꼭 필요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이것저것 은밀하게 장만하고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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