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판공실의 발표 내용은 지금까지 중국 외교부와 국무부, 관영언론 등에서 언급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홍콩 업무를 주관하는 판공실이 처음이자 직접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은, 앞으로도 홍콩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추이에 따라 더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 "홍콩 시위 3가지 마지노선을 건드렸다"
그렇다면 홍콩 판공실이 이렇게 직접 나서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판공실은 기자 회견에서 시위대가 건드렸다고 한 일국양제의 마지노선으로 3가지를 들었습니다. '국가 주권과 안보를 해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 '중앙정부의 권력과 홍콩특별행정구의 기본법에 도전할 수 없다', '홍콩을 이용해 본토로 침투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달 21일 홍콩 일부 시위대가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인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에서 국가 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린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중앙정부 권위에 대한 더 이상의 도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최근 시위가 계속 격화되고 있고, 시위에서 미국 성조기가 등장하는 등 친미 성향을 나타나는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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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시위는 미국 작품"...미국 배후설의 근거는?
홍콩 판공실은 특히 기자회견에서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다. 홍콩의 일은 중국의 내정이다. 어떠한 외부 간섭도 용인할 수 없다. 일부 서방 정치가들은 홍콩에 대해 멋대로 말하며, 일부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콩 사태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고 있다'는 중국 중앙정부의 주장은 6월 9일 100만 홍콩 시민들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 이후 구체화 됐습니다. 다음날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 겅솽 대변인은 "어떤 외부 세력도 홍콩의 입법 활동에 간섭해 잘못된 언행을 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외부 세력이 어느 나라를 칭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동안 법안 개정 문제를 놓고 일부 국가가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100만 시위 전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홍콩의 법치를 위협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던 만큼, 미국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이후 시위가 이어지면서 환구시보 등 중국 관변 언론들은 미국이 홍콩 시위에 개입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고, 중국 외교부도 미국을 거론하며 비난했습니다. 지난달 23일 외교부는 "미국이 홍콩에 뻗은 검은 손을 조속히 거둬들일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고 그제(30일)는 "폼페이오 장관은 아직 CIA 책임자인 줄 아는지 모르겠는데, 홍콩 시위는 미국의 작품이라는 것을 모두 안다. 불장난을 그만두라"며 비난 수위를 더 끌어올렸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주 환구시보는 <홍콩에 현대판 매국노 출현>이라는 사설을 통해 반대파 인사들을 공격했습니다. 사설은 리즈잉과 리주밍을 서방 세력에 협조하는 매국노라고 지목했습니다. 리주밍은 홍콩 야당인 민주당의 설립자이자 초대 주석입니다. 사설은 "지난 5월 리주밍이 폼페이오 장관과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 홍콩 질서를 타격하는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열기에 빌붙어 정치적 이득을 획득하려는 매국노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홍콩 내 반정부 성향의 신문인 핑궈일보(Apple Daily) 그룹의 창업자인 리즈잉에 대해서는 "홍콩 반대파의 '가장 큰 물주'가 리즈잉인데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의혹이 많다. 특히 한 달 여 전 홍콩 정세가 어수선한 데도 그의 회사 주식이 폭등하면서 의혹은 절정에 이르렀다"고 적었습니다.
중국의 부상을 강력하게 견제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를 가지고 홍콩 사태에 개입하고 있는지, 우려 표명이 아닌 실제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시위가 이어지고 격화될수록 미국에 대한 비난 또한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