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 외교부 '범정부 대책' 건의…"한일관계 근간에 직결"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작성 2019.07.31 20:34 수정 2019.07.31 21:5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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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 취재팀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교부에서 만든 내부 문건도 입수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강제 징용 판결을 위안부 문제보다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한일 관계가 무너질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내용은 박원경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7년 8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제 징용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 양국 간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강제 징용자 개인이 미쓰비시 등을 비롯한 회사를 상대로 가지는 민사적인 권리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게 한국의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판례입니다.]

기자회견 8일 후, 외교부는 강제 징용 판결의 영향을 분석하는 문건을 작성했습니다.

문건에는 일본 정부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배상 판결이 확정되면 한일 경제 관계 등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전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한일관계 기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위안부 문제보다 한일 관계의 근간에 더 직결되는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배상 판결 확정 시 일본의 대응 방향으로는 청구권 협정상에 따른 중재 요구,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 절차,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을 예상했는데, 승소 여부는 불투명한 걸로 전망했습니다.

같은 해 12월 작성된 판결 확정 시 대응 방안 문건에는 범정부적 대책 마련을 위해 청와대나 총리실이 주관하는 회의체 등의 구성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내놓은 공식 입장은 대법원 판결 8개월 뒤인 올해 6월,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원론적인 내용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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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 취재한 법조팀 박원경 기자와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Q. '개인청구권' 존재 여부에 대한 입장?

[박원경 기자 : 그렇습니다. 어제 저희가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문건 내용 전해드렸는데요. 문건 내용을 보면 1995년 이후부터는 역대 정부들이 청구권 협정과 상관없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살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판결에도 법리적으로는 이견이 없는 겁니다.]

Q. 6년 전 현재 상황 예상?

[박원경 기자 :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 제한이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검토 등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이미 6년 전에 정확히 예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예측에 대한 대비책을 제대로 마련했느냐는 건데, 앞서 보신대로 박근혜 정부는 해결책 마련보다는 문제 회피에 급급했던 걸로 보입니다. 문제가 발생하는 걸 늦춰보자, 그러려면 대법원 판결 선고를 늦춰야 한다, 이런 인식 때문에 사법 농단 사태가 벌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Q. 문재인 정부도 현 상황 예상?

[박원경 기자 : 문건이 작성된 곳은 외교부입니다. 외교부는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업무 연속성을 가져야 하는 정부 부처입니다. 6년 전 작성된 문건을 현 외교부도 당연히 가지고 있고, 그때의 예상을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겠죠. 그러면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대응책 마련이 제대로 됐느냐가 관건일 텐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과연 제대로 된 대응책이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영상취재 : 이재영, 영상편집 : 김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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