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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상청 폭염예보 이대로 괜찮은가? ①

① 폭염특보 기준 문제없나?

[취재파일] 기상청 폭염예보 이대로 괜찮은가? ①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한여름 폭염이 시작됐다. 적어도 8월 초순까지는 남부지방의 기온은 35℃ 안팎까지 올라가겠고, 중부지방의 기온도 33℃를 오르내릴 전망이다. 최고 40℃ 안팎까지 올라갔던 지난여름과 같은 기록적인 폭염은 아니지만 올여름 최고의 폭염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재해 가운데 피해가 가장 큰 재해는 태풍도, 집중호우도, 한파도 아닌 폭염이다. 기록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한 지난해(2018)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4,526명, 이 가운데 48명이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호우와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 피해가 연평균 15.2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폭염피해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자료: 2017 재해연보).

특히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공식적인 폭염 피해자는 전국의 500여 개 병원 응급실에서 신고한 피해자를 질병관리본부가 집계한 것에 불과하다. 신고하지 않은 경우나 응급실에 가지 못한 경우까지 고려하면 폭염 피해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막대한 폭염피해를 줄이거나 막을 수 있는 대책은 기상청의 폭염 예보가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상청의 폭염예보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폭염정보는 충분히 제공하고 있고 폭염특보에 문제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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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폭염예보의 수준과 문제점, 개선 방향에 대해 아래와 같은 3편의 글을 싣는다.

▶ [취재파일] 기상청 폭염예보 이대로 괜찮은가? ①
▶ [취재파일] 기상청 폭염예보 이대로 괜찮은가? ②
▶ [취재파일] 기상청 폭염예보 이대로 괜찮은가?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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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폭염특보 기준 문제없나?

현재 기상청은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 35℃ 이상인 날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현재 기상청은 일 최고기온으로 폭염을 표현하고 정의하고, 일 최고기온을 기준으로 특보를 발령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고기온만으로 폭염을 제대로 정의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일까? 최고기온 예보가 곧바로 폭염예보가 되는 것일까?

● 최고기온 예보가 폭염 예보?

서울에 올해 처음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지난 5월 24일이었다. 당일 서울의 최고기온은 33.4℃를 기록했다. 33℃를 넘어섰으니 당연히 폭염주의보 기준에 해당하는 날이고 기상청은 기준에 맞게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당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16.2℃에 머물렀고 습도는 20~30% 수준이었다. 내리쬐는 햇볕은 따가웠지만 그늘에만 들어가면 폭염이 아니라 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밤에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아침, 저녁으로는 조금 쌀쌀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특히 습도가 20~30%로 낮다 보니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는 '날씨가 너무 좋다'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날씨가 미국 캘리포니아 날씨처럼 변한 것이 아닌가?' 라는 말까지 나왔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폭염이라는 말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한여름 폭염이 시작되면서 폭염특보가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발령되고 있다. 같은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상황이지만 요즘에 나타나는 폭염은 지난 5월 하순에 나타났던 폭염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5월 하순에는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씨를 일부 즐긴 면도 있지만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이 폭염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같은 폭염특보 상황이지만 이렇게 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습도 때문이다. 습도가 낮을 때는 기온이 조금 높아도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반면 습도가 높으면 기온이 좀 낮아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이 바로 그렇다.

밤사이 최저기온이 25℃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낮 동안 뜨거워도 밤 기온이 떨어지면 그래도 견딜만하지만 열대야가 이어지는 날에는 폭염의 고통은 2배, 3배가 된다.

현재 기상청의 폭염특보는 발령 기준에서 볼 수 있듯이 오로지 최고기온 하나만을 참고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폭염으로 인한 고통이나 피해와는 거리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보다 조금 복잡해질 수는 있지만 최고기온뿐 아니라 습도와 최저기온, 평균기온, 일사량 등 폭염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폭염특보 개발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최고기온만을 기준으로 하는 현재의 폭염특보가 우리나라의 폭염을 정확하게 정의하고 표현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 세계 각국의 폭염특보 기준은?

세계 각국의 기상당국은 최고기온뿐 아니라 습도와 일사량 등 다양한 변수를 이용해 각각의 나라에 맞는 폭염지수와 특보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해양대기청(NOAA)이 개발한 열지수(Heat Index)와 야간기온을 이용해 폭염을 정의하고 수치에 따라 4단계(Excessive Heat Outlook, Excessive Heat Watch, Heat Advisory, Excessive Heat Warning)로 폭염특보를 발표한다. 열지수는 건구 온도와 상대습도를 고려해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를 수치화한 것인 만큼 미국의 폭염특보는 기온뿐 아니라 습도와 야간 온도를 함께 고려해 발표한다고 볼 수 있다(자료: 기상청).

일본의 경우는 기상청(JMA)에서 운영하는 고온주의정보(高溫注意情報)와 환경성(環境省)에서 운영하는 열중증예방정보(熱中症豫防情報)에 차이가 있다. 기상청은 기온을 기반으로 1단계 고온주의정보를 발표하지만 환경성의 경우는 미군에서 열사병을 예방할 목적으로 개발한 온열지수(WBGT, Wet Bulb Globe Temperature)를 기반으로 5단계(거의 안전, 주의, 경계, 매우 경계, 위험)로 폭염정보를 제공한다. 온열지수는 기온과 함께 습도(습구온도), 일사(흑구온도)를 고려해 만든 지수다. 특히 온열지수 산출에서는 습도의 영향을 70%로 가장 크게 고려하고 있고 이어 일사 20%, 기온은 10% 기여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습도가 폭염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영국의 경우는 최고기온과 최저기온, 지속기간을 고려해 4단계(Awareness, Alert, Heat Wave, Emergency)로 폭염특보를 발표하고 독일의 경우는 기온과 습도, 풍속, 일사량, 입고 있는 옷, 인체에서 내는 열 등을 고려해 산출한 인지온도(Perceived Temperature)를 이용해 2단계(Severe Heat Stress, Extreme Heat Stress)로 특보를 발령한다. 중국의 경우는 일 최고기온과 지속기간을 기준으로 3단계(1단계(노랑), 2단계(주황), 3단계(빨강))로 특보를 발령한다. 각국의 폭염특보 체계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자료: 기상청).
각국의 폭염특보 비교 (자료: 기상청)
● 주의보-경보 2단계 특보 적절한가?

- '관심 – 주의보 – 경보 – 중대 경보' 고려해야 -

폭염특보의 단계도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한다. 현재 폭염특보는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 2단계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단순히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을 때나 폭염경보가 내려졌을 때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4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과 당시 국립기상연소가 한국기상학회 대기(大氣)지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의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김도우 등, 2014). 연구팀은 1991년부터 2011년까지 21년 동안 전국 평균 폭염 발생일수와 사망자, 특히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와 최고기온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도시나 농촌 모두 33℃를 넘어서면서 폭염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고 35℃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아래 그림 참고). 이 연구는 다른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최고기온만을 이용해 폭염 사망자를 분석했지만 폭염주의보를 33℃ 이상, 폭염경보를 35℃ 이상으로 정하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자료: 김도우 등, 2014)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 폭염특보 기준에 도달하지 않은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서도 폭염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늘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전체적으로 볼 때 도시보다 농촌에서 사망자가 더 많이 발생하지만 폭염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기온은 농촌보다 도시가 더 낮다는 사실이다. 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에서도 폭염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농촌에서는 일 최고기온이 30℃를 넘어서면서부터 폭염 사망자가 발생하지만 도시에서는 28℃를 넘어서면서부터 폭염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폭염주의보 기준이하다 보니 자칫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많은 사람이 폭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폭염주의보'를 발령할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폭염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환기시키는 별도의 정보가 필요한 부분이다. '폭염 관심 단계'가 필요한 이유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35℃ 이상을 폭염경보 하나로 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중대 경보'와 같은 단계를 하나 더 만들 것인지 하는 부분이다. 아직 이에 대한 국내 연구결과는 없지만 지난해(2018)처럼 최고기온이 40℃를 넘어서는 기록적이고 극단적인 폭염이 나타날 경우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지금까지의 생각과 달리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폭염특보 운영에 대한 문제지만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극단적인 폭염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폭염특보를 <관심 단계>-<주의보>-<경보>-<중대 경보>처럼 4단계로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피해가 가장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재해가 바로 폭염이다. 특히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열섬 효과가 더욱 커지면서 폭염피해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폭염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의 출발점은 기상청의 예보다.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폭염특보에 대한 보완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참고문헌>
* 2019 폭염 심포지엄 : 변화하는 기후와 폭염, 원인과 대응책은?
* 김도우, 정재학, 이종설, 이지선, 우리나라 폭염 인명피해 발생특징, 대기, Vol. 24, No. 2(2014), pp.22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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