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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급한 트럼프, 北에 지렛대만 제공" 미 조야서 비판론

"재선 급한 트럼프, 北에 지렛대만 제공" 미 조야서 비판론
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이후 미 조야에서 지난달 30일 극적으로 이뤄진 북미 정상 간 '판문점 회동'의 성과가 빛바래졌다는 회의론이 계속 고개를 들고 있다.

판문점 회동의 성과였던 실무협상 재개가 당초 예정됐던 '7월 중순'을 넘긴 채 계속 지연되는 상황에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에 이어 "소형 미사일일 뿐"이라며 또다시 의미 축소에 나선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라 제기돼왔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번 발사가 '남측에 대한 경고용'이라는 북한의 발표를 염두에 둔 듯 "우리에 대한 경고가 아니다"며 '남북 간의 문제'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외교 치적으로 꼽아온 대북 성과가 대선 국면에서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한 나머지, 단거리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있는 한국이나 일본 등 동맹에 대한 위협에 눈을 감은 채 결과적으로 북한에 지렛대만 제공해주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의 잠수함 공개와 미사일 발사 등을 거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은 첫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된 지 약 한 달 만에 판문점 회동의 '희열'이 희미해졌다"며 "판문점 회동의 주된 성과인 실무협상 재개의 시간표를 넘긴 가운데 평양의 공격적인 행동이 협상 재개 약속에 대한 '180도 돌변'인지 아니면 단순한 협상 전술인지를 둘러싼 의문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자신의 '대북 외교'가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낮추고 역사적인 비핵화 합의의 기초를 닦았다는 재선 캠페인 메시지를 복잡하고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이끄는 협상팀은 되도록 내주에 협상이 재개되길 희망해 왔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협상 시점을 더 지연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고위 당국자가 WP에 전했다.

북한의 대미 협상 채널이 기존의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미 당국자들과 뉴욕의 유엔 북한 대표부 간 이른바 '뉴욕 채널'을 통한 소통이 늘어났지만,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의 '빈도'보다는 '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WP는 전했다.

미 당국자들은 북한이 특히 레이더 시스템에 도전이 될 수 있는 스텔스 능력을 갖춘 한국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에 '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와 관련,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여러 가지 가설이 서로 반드시 상충하는 건 아니라며 "평양이 동시에 여러 각도를 갖고 움직이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그 의미를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보다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스팀슨 센터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인내심 있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건 옳은 일이라면서도 "일정한 시점에 인내심이 바닥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합의 도출에 너무 절박한 나머지, 북한 단거리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있는 동맹인 일본과 한국에 가해지는 위험을 간과했다는 비판론도 고개를 들었다.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미국령인 괌을 사정권으로 하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 등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만 않는다면 '묵인'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발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국빈 방문 당시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의미를 축소했던 것을 환기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아닌 그 동맹들을 겨눈 북한의 미사일 발사들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뜻을 보임으로써 그때 이미 동맹의 연대와 억지력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러셀 전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결의의 추가적 위반을 눈감아줌으로써 김 위원장에게 "재선 캠페인 과정에서 '나의 대북 정책이 작동하고 있다는 주장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니 당신이 나에 대한 지렛대를 갖고 있다. 내가 묵과할 수 없는 핵실험과 ICBM 발사만 하지 말아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직 미 국방부 당국자인 밴 잭슨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대 교수는 "미사일 테스트에 대해 '협상하자'고 대응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며 "미국이 그만큼 협상에 절박하다는 김정은의 인식만 강화해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주일 미군뿐 아니라 일본, 한국과 같은 동맹에 가해지는 위협을 무시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북한이 이번 발사가 '남쪽 이웃'에 대한 경고라고 지칭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북한의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뒤따른 북한의 호전적 언어에 대해 '그것은 동맹인 한국을 가리킨 것이지 미국을 가리킨 게 아니다'라고 넘겼다"고 풀이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 미국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단거리 미사일이 미국 근처에는 도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동맹인 한국과 대규모 주한미군 기지를 필시 포함한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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