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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줄도 못 뗀 채 '온몸에 벌레'…친모는 왜 아기를 버렸나

<앵커>

경남 밀양에서 주택 헛간에 탯줄도 자르지 않은 아기를 버렸던 친엄마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수사가 시작된 뒤 그 근처에 사는 한 30대 여성이 자기가 아기를 버렸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한때 경찰 수사가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친엄마는 왜 아이를 버렸고 또, 30대 여성은 왜 거짓말을 한 건지 제희원·전연남 두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1일 오전, 밀양의 한 주택 헛간에서 배냇저고리 차림의 신생아가 발견됐습니다.

이 곳이 밀양에서 신생아가 발견된 동네입니다.

굉장히 오래된 시골 동네 같지만, 사실 여기서 밀양 시청까지 차로 3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 말 그대로 도심 속의 시골 같은 그런 동네입니다.

저를 따라와 보시면 당시 친모는 이렇게 열려 있던 대문을 통해서 주택 안으로 들어왔고, 주택 바로 오른편에 있는 헛간, 그러니까 농가용 창고에 이렇게 아기를 뉘어 두고 사라진 겁니다.

발견 당시 아기는 탯줄을 단 채 온몸이 벌레에 물린 상태였습니다.

[최초 신고 할머니 : 아기는 배냇저고리를 입혔는데도 배냇저고리가 다 낡아서 옷이 벌어졌더라고. 모기가 물어서 하나 성한 데가 없더라고.]

이틀 뒤 검거된 여성의 자백으로 곧 해결될 것 같던 사건은 친자관계가 아니라는 DNA 검사 결과가 나오면서 다시 미궁에 빠졌습니다.

[마을 주민 : 이사 온 지 몇 달 됐나 두 달 됐나. 여기 온 지 얼마 안 됩니다. 말도 안 합니다. 이웃사람들이랑.]

부실수사 논란 속에 경찰은 근처 산부인과 등을 상대로 탐문 수사에 박차를 가했고 어제(25일) 40대 여성 A 씨를 붙잡았습니다.

DNA 검사 결과 친모로 확인된 A 씨는, 유기 하루 전날 자기 집 화장실에서 홀로 아기를 낳았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또 평소 알고 지내던 할머니 집에 아기를 데려다 놓으면 누군가 거둬 키워 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아기를 유기할 당시에는 여성의 남편도 동행했는데, 이곳에서 약 700m가량 떨어진 마을 출입구 CCTV에 부부가 탑승한 차량이 포착됐습니다.

유기 장소 바로 앞까지 차를 타고 온 뒤, 범행 후 마을을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병준/경남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장 : 임신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평소 지병을 앓고 있었으며 양육할 수 없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유기하였다고.]

경찰은 이 40대 친모를 영아 유기 혐의로 입건하고 함께 현장에 있던 남편에 대해서도 범행 공모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사건 발생 보름 만에 친모는 검거됐지만 수사는 한때 미궁에 빠질 뻔했습니다.

앞서 전해드렸듯 이 사건 현장 근처에 사는 한 여성이 내가 낳고 버렸다며 거짓 자백을 했기 때문입니다.

발단은 버려진 아기 곁에서 발견된 꽃무늬 손가방이었습니다.

수사팀 중 한 명이 문제의 가방을 근처에 사는 30대 여성 B 씨 것으로 오해해 B 씨를 찾아가 추궁했는데, B 씨가 "다른 남성과 관계에서 생긴 아기"라며 유기 사실을 순순히 인정한 겁니다.

하지만 DNA 조사 결과 거짓말이었습니다.

손가방 진짜 주인이 누군지 경찰이 제대로 확인만 했어도 피할 수 있었던 혼선이었습니다.

경찰이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따지자, 이번에는 "복대를 차고 학교도 제대로 안 가는 10대 딸이 유기한 것으로 의심돼 딸을 지키려 대신 자백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계속되는 거짓말에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했습니다.

1차 소견은 연극성 인격장애,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기 위해 과장된 행동을 하는 정신 질환의 일종이라고 밝혔습니다.

[방원우/경남지방경찰청 프로파일러 : 허위로 꾸며내면서 눈물을 흘린다든지 일반적인 사고의 흐름이나 정서의 흐름에서 조금 벗어나는 식의 정서 표현(을 보였죠.) 경찰들이 자신의 신변을 신경 써주고 그러한 어떤 상황에 대해서 만족감을 느꼈을 거라고 (보입니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 CCTV나 목격자가 없어 사건 초기 B 씨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은 한때 B 씨를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입건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경찰도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한 책임도 있어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보고 포기했습니다.

(영상편집 : 유미라·전민규, VJ : 노재민·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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