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원 "첫 주연, 신났다…친근감 주는 배우 되고파"

SBS 뉴스

작성 2019.07.25 16:51 수정 2019.07.25 19:5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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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인터뷰] 이상원 "첫 주연, 신났다…친근감 주는 배우 되고파"
'발광'(發狂)과 발광(發光)은 같은 말이지만 각기 다른 뜻을 품고 있다. 전자의 의미가 '미쳐 날뛰다'라면, 후자의 의미는 '빛을 내다'이다.

지난 18일 개봉한 영화 '발광하는 현대사'(감독 조성규)에서의 '발광'은 무엇을 의미할까. 아마도 후자보다는 전자에 가까울 것이다. 영화는 현대(이상원)와 민주(정다원),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인간들의 적나라한 욕망을 그렸다.

'발광하는 현대사'는 누적 클릭 수 2,500만 회를 자랑하는 강도하 작가의 동명 웹툰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2014년 개봉한 홍덕표 감독의 애니메이션 버전과는 또 다른 개성과 재미를 자랑한다.

19금 드라마를 표방하는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것은 수위가 아닌 배우들의 매력이다.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매력이 돋보인다.

이 작품을 통해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배우 이상원을 만났다. 본능에 충실하지만 징그럽지 않은 욕망남 '현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미지◆ '발광하는 현대사' 속 현대 그리고 민주

이상원은 '발광하는 현대사'를 지난해 여름 촬영했고 1년 만에 관객과 만나고 있다. 치열한 여름 시즌에 개봉해 상영 여건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주연작이 극장에 걸린 건 큰 기쁨이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해 여름, 강릉에서 촬영을 시작하고 마쳤다. 단 하루 만에 출연 의사를 전달했을 만큼 재밌게 읽은 시나리오였다. 19금 영화라 노출 수위가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웹툰,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색깔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조성규 감독님을 말을 믿고 출연을 결정했다."
이미지현대사회, 민주주의에서 비롯된 '현대', '민주'라는 이름이 가지는 이중적인 의미는 우리 사회 깊이 숨어있는 적나라한 현실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상원이 연기한 '현대'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대학교 시간 강사다. 과거 화가를 꿈꿨지만 지금은 미대 교수가 되기 위해 교수 춘배(이원종)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무기력한 인물이다. 그의 억눌린 욕망이 가장 자유롭게 분출될 때는 여성을 만날 때다.

"영화의 제목처럼 미쳐 날뛰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연의 욕망을 숨기면서 사는데 현대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원하는 것은 쟁취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감독님과 뜻이 맞았던 건 그저 야하게만 보이는 것은 지양하자는 것이었다. 원작의 틀을 유지하되 선정성에 치우치지 말자고 뜻을 모았다. 현대와 민주의 드라마에 집중했는데 관객들도 그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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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정욕에만 심취한 인간으로 보일 수 있는 만큼 캐릭터의 톤 조절을 필수였다. 이상원은 "'연애의 목적' 속 유림(박해일)처럼 자기 욕망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멋진 하루' 속 병운(하정우)처럼 믿지 않은 능청스러움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민주 역의 정다원과는 앞선 작품에서 만난 인연이 있었다. 이상원은 "19금 영화다 보니 여배우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다원 씨와는 과거 '악의 연대기'라는 영화에 함께 출연한 적 있어 친분이 있었다. 어려운 장면을 소화할 때는 사전에 충분히 논의를 했고, 여러 번 리허설을 거쳐 본 촬영에서는 한 두 테이크 안에 끝낼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미지◆ '비스티 보이즈'로 데뷔…11년 만에 타이틀롤

2008년 개봉한 영화 '비스티 보이즈'(감독 윤종빈)의 명장면 중 하나는 재현(하정우)이 호스트들을 소개하는 신이다. 롱테이크로 촬영된 이 장면은 하정우 특유의 연기 색깔과 테크닉이 두드러진다. 또한 호스트로 분한 배우들의 외모 특성을 반영한 찰진 대사는 웃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재치가 넘친다.

"이 친구는 좀... 커요. 흉해서 슬픈 OO."라는 대사와 함께 스쳐 지나가는 인물이 이상원이다. 이 작품은 그의 데뷔작이었다.
이미지이상원은 이 작품을 통해 하정우, 윤종빈 감독, 이일형 감독, 제작자 장원석 등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이후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군도:민란의 시대', '577 프로젝트', '허삼관', '악의 연대기', '검사외전', '공작'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상업 영화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았다. 대학로에서 연극 '그을린 사랑'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기본기를 다지기도 했다.

배우 활동을 시작한 지 11년 만에 '발광하는 현대사'의 타이틀롤을 맡을 수 있었다. 촬영부터 개봉까지 주인공의 롤을 수행하며 얻고 배운 것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 편의 영화를 이끄는 자리가 어렵기도 했지만 재밌었다. 조연할 때와 달리 극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쭉 끌고 나가면서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배웠다. 쉽지 않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촬영 기간 내내 신나게 임했던 것 같다."
이미지◆ "하정우 걷기 학교의 '걔'가 바로 접니다"

이상원은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래퍼를 꿈꾸는 학생이었다. 큰 키와 훤칠한 외모 탓인지 연예 기획사의 길거리 캐스팅 제안도 적잖게 받았다고 한다.

"당시 길거리 캐스팅이 유행이었다. 그러다 지인의 권유로 연극영화과 입시에 관심을 갖게 됐다. 2년 동안 학원을 다니며 준비해 수시로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학교에서 좋은 형들을 많이 만났다. 이지훈 형, 홍광호 형이 1년 위 선배였고, 제 연기 멘토인 (하)정우 형도 만났다. 연극 '오델로'와 '우리집 식구는 아무도 못말려'를 함께 하면서 친해졌다. 같은 동네에서 자란 데다 초등학교 선배다 보니 잘 맞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연기에 관한 전반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이번 영화의 역할이 화가다 보니 정우 형이 오디션 코디까지 해줬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도와주신다."
이미지이상원도 '하정우 걷기 학교'의 멤버다. 워크하우스컴퍼니의 유튜브에서 황보라가 언급한 총무가 바로 이상원이다. 이상원은 '걷기 학교'에서 챌린지방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일일 걸음 수를 집게 해 등수를 매기는 역할을 한다.

인터뷰 자리에서도 '걷기 예찬'을 늘어놓았다. 그는 "걷기는 몸을 건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정신을 깨끗하게 하는 데도 최고다. 걸으면서 수양하고 요가하는 느낌이다. 나는 새벽 교실(아침 6시에 나가서 걷는 것)을 좋아한다. 배우라는 직업이 규칙적인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보니 빈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걷기를 시작한 후 주변에서 표정이 좋아지고 에너지도 넘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미지◆ 발광(發狂) 아닌 발광(發光)하는 배우로

이상원은 하반기 다양한 활약을 예고했다. 영화 '클로젯', '백두산'의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백두산'에서는 EOD 대원으로 분해 남성미를 발산했다. 절친 하정우와의 호흡이 기대된다. 또한 드라마 출연을 위해 오디션에도 많은 시간을 쏟을 예정이다.

좋아하는 배우로는 애드리안 브로디를 꼽았다. 그는 "예전에 정우 형이 '너 닮은 사람이 나온다'면서 영화 '피아니스트'(2003)를 추천해줘서 봤는데 연기가 너무 좋더라. 폐허가 된 전장에서 잼을 먹는 장면이 있는데 대사 한 마디 없이도 연기 하나하나의 디테일이 놀랍더라."라고 감탄했다.
이미지올해로 데뷔 11년 차. 열심히, 묵묵히 하다 보면 하나둘씩 일이 풀릴 것이라는 그 믿음은 변함이 없다. 특히 올해의 예감이 좋다고 했다. 이상원은 어떤 배우가 되기를 꿈꿀까.

"배우는 계속 고민해야 하는 직업이고 예민함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일을 오래 하고 싶다. 크게 반짝이는 별이 되기보다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이 더 크다. 20살에 연기에 입문해 27살에 처음 영화를 찍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계속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연기 활동을 하면서 대중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진 = 백승철 기자>

(SBS funE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