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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리코서 '채팅 스캔들' 주지사 사퇴요구 대규모 시위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주지사의 저질스러운 채팅 메시지가 폭로된 이후 주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거세지고 있습니다.

푸에르토리코 수도 산후안에서는 22일(현지시간) 수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리카르도 로세요 주지사의 사임을 요구했다고 현지 일간 엘누에보디아와 AP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는 푸에르토리코 깃발을 흔들고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거나 때로 흥겹게 춤을 추기도 하면서 한목소리로 주지사 퇴진을 외쳤습니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지난 13일 여성과 동성애 혐오 내용 등을 담은 로세요 주지사의 사적인 채팅 메시지가 공개된 이후 연일 주지사 사퇴 요구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열흘째인 이날 시위는 푸에르토리코에서 20년 만에 열린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앞서 지난 13일 푸에르토리코 탐사저널리즘센터는 로세요 주지사가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주정부 내 최측근 11명과 주고받은 889쪽 분량의 메시지를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메시지에서 로세요 주지사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 여성 정치인을 '매춘부'라고 부르고, 역시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동성애자 가수 리키 마틴을 비하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푸에르토리코에서 3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마리아의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내용까지 담겼습니다.

전직 주지사의 아들이자 어린 두 아이의 아빠인 로세요 주지사가 쌓아 올린 40세의 젊고 건실한 정치인의 이미지는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이른바 '챗게이트'로 불린 채팅 스캔들에 분노한 시민들은 주지사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안 그래도 허리케인 마리아에 대한 미흡한 대처와 부실한 재정, 주정부 인사들의 비리 등으로 동요하던 여론에 채팅 스캔들이 불을 지폈습니다.

주지사는 부적절한 채팅 내용에 대해 사과했으나 사퇴 요구에는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21일 페이스북 영상을 통해 재선에 나서지 않고 새진보당 당수 자리에서도 물러난다고 말했지만 끝내 주지사직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아 시위대의 분노를 키웠습니다.

이날 푸에르토리코 최대 일간 엘누에보디아는 사설에서 주지사를 향해 "이제 국민의 말을 들을 때다. 사퇴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시위에 나선 아나 카라스키요(26)는 AP통신에 "오늘 시위는 국민들이 스스로를 존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부패를 견뎌왔다"고 말했습니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인구 300만 명가량의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의 자치주로, 정부 수반인 주지사는 4년마다 선거로 뽑힙니다.

한편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로세요 주지사가 사임해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가 "형편없는" 주지사이며, 미국이 보낸 허리케인 구호기금이 "낭비되고 도난당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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