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모욕 일삼은 상사, 신고했지만…달라진 건 없었다

취재 시작하자 "팀장 징계 불가피"

원종진, 정경윤 기자 bell@sbs.co.kr

작성 2019.07.22 21:18 수정 2019.07.22 22:4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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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피해를 줄이는 데 저희도 힘을 보태기 위해 인터넷 제보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데 큰 회사보다는 중소 회사 직원, 또 인턴들의 제보가 많았습니다.

이번에 시행된 법의 취지는 직장 내 괴롭힘을 회사 안에서 해결해보자는 것인데, 작은 회사 직원이나 내가 계속 다닐 수 있을지, 불안한 인턴들이 과연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인지 원종진 기자, 그리고 정경윤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직후 콜센터에서 일하는 여성이 SBS 청년 흥신소에 제보를 해왔습니다.

지난달부터 팀장과 갈등을 빚어왔는데 최근에는 수시로 폭언과 모욕까지 당했다며 녹음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물컵 던지는 소리) XX님, 웃겨요? 장난해요? 웃어요? 장난해?]

[콜센터 직원 : (컵을) 갑자기 복도에 집어던지더라고요. 자기 머그컵. 사람들 다 있는데 서서 'OO님, 초딩이세요?' 이러는 거예요.]

고민하다 회사 인사팀에 직접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보호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팀장은 여전히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고, 회사 신고 전보다 오히려 괴롭힘은 더 심해졌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콜센터 직원 : 화가 나고 얼굴 보기가 너무 힘들죠. 지금 본사에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거고. 부장님이란 사람이 오셨는데도 저한테 말 한마디 물어보지도 않고…]

취재가 시작되자 팀장은 당시 감정 조절을 못 해 컵을 던진 건 잘못이라고 시인했습니다.

하지만, 제보자의 근무 태도나 의사소통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콜센터 직장 상사 : 갈등은 있었지만 일부러 피했고, 센터에 큰 소리 내면 안되니까…업무적으로 (해당 직원에게) 이미 많이 폭발이 된 상태였긴 해요.]

회사 측은 어떤 이유든 컵을 던진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팀장에 대한 징계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제보자는 신고한 지 한 달이 넘은 뒤에, 그것도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이런 입장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저희 'SBS 청년 흥신소'에 들어온 제보들을 보면, 방금 보신 사례처럼 아주 큰 대기업보다는 중소규모 회사들의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보 주신 분들 근로 형태를 보면 정규직보다는 인턴, 원청보다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많았습니다.

취업을 앞두고 있던 인턴은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묻어두자는 답변만 받았고, 또 하청업체 직원은 원청에서 일이 끊길까 두려워 항의조차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 갑질 피해를 신고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불이익인지 아닌지 판단할 명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게다가 문제 해결 방법을 회사가 자율적으로 마련하도록 하고 있어서 고용 형태가 불안할수록 신고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유경/노무사 : (피해자들은) 기존에 불이익당한 사례를 많이 봤고 사내에서는 더더욱 신뢰감 형성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안 좋은 선례를 지워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선례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오래된 갑질 문화를 바꾸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도입됐지만, 많은 직장인이 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체감하기에는 고민과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저희도 청년 흥신소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는 대안을 찾아가겠습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제 일, 영상편집 : 이승진, VJ : 정영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