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판다②] 반대 속 강행한 '23억 사업'…목적은 비자금 조성?

유덕기 기자 dkyu@sbs.co.kr

작성 2019.07.22 20:45 수정 2019.07.23 04: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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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서울시교육청 감사의 핵심은 방금 들으셨던 이규태 회장이 추진하려고 했던 23억 규모의 사업이었습니다.

학교와 학부모들이 모두 강하게 반대하는 데도 이규태 회장이 그 사업을 밀어붙였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유덕기 기자가 취재해봤습니다.

<기자>

지난 3월, 일광학원 산하 초등학교는 23억 규모의 사업을 하겠다며 공개 입찰 방식으로 사업자 모집에 나섰습니다.

사업 명칭은 스마트스쿨 환경 구축 사업.

태블릿 PC와 로봇을 활용해 첨단 교육을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학교 관계자들은 이 사업의 출발점에 학교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이 회장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입찰 공고를 내기 한 달 전인 지난 2월 9일, 이 회장이 한 교직원에게 보낸 문자입니다.

이 사업을 언급하면서 "학교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홍보에 결정적 이슈가 되는 것이니 2월 말 전에 계약까지 할 수 있도록 최우선적으로 진행"하라고 지시합니다.

학교 관계자들은 규모가 큰 사업을 이 회장이 무리하게 밀어붙여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습니다.

[학교 관계자 : (스마트 스쿨 사업이면) 2~3억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너무 많은 예산이 배정된 거예요. 그래서 저희도 반대를 많이 했죠.]

반대 의견에도 사업은 계속 추진됐고 학교는 업체 한 곳과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계약서에 첨부된 사업 내역서입니다.

전체 사업비 23억 가운데 스마트 스쿨로 분류된 비용은 약 4억 2천만 원에 불과하고 로봇 활용과 영어 디지털 컨텐츠 등 컨텐츠 개발 비용이 14억 원, 절반이 넘습니다.

사실상 영어 컨텐츠 개발 사업인데 관련 교사들과는 협의 한 번 없었고 그래서 학교 운영위 등 학부모들의 반대도 이어졌습니다.

[○○초등학교 학부모 : 들어가는 돈이 교비라는 거예요. 재단(돈으로) 해 주는 것 도 아니고, 아이들과 엄마들이 원하지도 않는데 "왜 이걸 교비를 써서 진행 하나?" (항의했죠.)]

학교 관계자들은 이 회장이 이 사업을 빌미로 비자금을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회장은 출소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 측근들과의 자리에서 일광학원 산하 학원을 이용해 교재 구입 명목으로 뒷돈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규태 회장 (지난해 12월) : 옛날부터 출판사 거기서 돈을 만들어 오더라고. (출판사에는 수수료로) 15퍼센트를 줬다는 거야.]

[○○초등학교 기획홍보실 직원(측근) : 여태까지는 실질적으로 교재를 구입 안 했는데 세금계산서만 처리만 해준 거예요.]

학원 측이 특정 출판사와 계약을 맺은 것처럼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고 이 대가로 출판사에는 계약금의 15%의 수수료를 주고 나머지 85%의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규태 회장 (지난해 12월) : (계약금이) 2천만 원이면 (수수료가) 300만 원이잖아. 1500만 원을 만든 것 같아 보니까. 나한테 준거야 그걸.]

문제의 스마트스쿨 사업도 언급합니다.

[이규태 회장 (지난해 12월) : 스마트 교육 교재를 하는 업체가 와서 어차피 포괄적(내용과 금액으로) 학교랑 낙찰해서 로봇에도 들어가면 저걸 활용하는 게 스마트 스쿨 하고 많이 연결되지.]

이 회장은 사업 진행이 더뎌지자 학교 직원들에게 막말도 퍼부었습니다.

[이규태 회장 (지난 3월 18일 학교관계자 통화) : 너희들이 나를 갈구는데, 내가 학교 좋은 거 하자는 거지 내가 돈 빼먹으려는 거야 스마트 스쿨 사업에서? 이 XXXX들. 너희들 그 자리 있나 봐라.]

해임 협박까지 하며 사업을 밀어붙였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증언했습니다.

[학교 관계자 : 저를 따로 불러서 "해임안이 의결됐다."며 이사회 회의록을 보여주시는 거예요. 단 이사들 사인은 안 받고요. 그러면서 "해임 안 할 테니 스마트 스쿨 사업 그걸 해라"….]

[학부모 : (이 회장이 학교를) '장사하는 곳으로 생각한다'고 생각하죠. 이제 이 회장 자금줄이 없잖아요. 여기서 정말 자금줄의, 마지막 수단이거든요. 그래서 '25억을 한 번에 (빼돌리자)' 그렇게밖에 안 보였어요.]

이 회장이 시작부터 줄기차게 요구했던 이 사업.

결국, 교육청 민원으로 이어졌고 감사 돌입 2주 만에 교육청 명령으로 중단됐습니다.

교육청 감사를 앞두고 학교 자료를 외부로 반출한 것과 관련해 이 회장은 압수수색 권한이 없는 교육청 감사를 준비하기 위해 숨겨야 할 자료가 어떤 게 있는지 모르겠다, 어떤 자료를 은닉했다는 것인지 먼저 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23억 규모의 스마트스쿨 사업 추진에 대해서는 재단 이사회와 학부모 등 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아 정상적으로 진행된 사업이라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비자금 조성 시도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박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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