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타고 젊어진 뒷골목…'힙지로'가 찾은 해법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19.07.22 08:02 수정 2019.07.22 08:2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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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을지로가 얼마 전부터 최신 유행을 뜻하는 영어 '힙'을 앞에 붙여 힙지로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20~30대 젊은 층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며 생긴 별칭인데, 영세 자영업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요즘, 그 해법을 '힙지로'에서 권애리 기자가 찾아봤습니다.

<기자>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한낮의 을지로 공구상가 뒷골목.

변신은 공구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저녁 6시 즈음부터 시작됩니다.

거리 곳곳에 오래된 호프집들의 간이 테이블이 나와 깔리면, 마치 축제에 참여하듯 몰려든 인파로 금세 남김없이 들어찹니다.

지금 이렇게 이 골목을 가득 채운 좌석이 실내외 모두 합쳐 8천 석 정도. 매일 밤, 적어도 1만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을지로 공구상가 노가리 골목을 찾습니다.

한 눈에도 절반 이상은 20대, 일부러 물어물어 찾아온 경우가 많습니다.

[방주영/을지로 '노가리골목' 호프집 운영 : 5년 전만 해도 여긴 주로 50~70대가 왔어요. 3년 전부터 젊은 친구들이 많이 오기 시작했어요. (한 번 오면) 친구들을 많이 불러요. ]

[천예린/경기 성남시 분당구 : 요즘 하도 을지로가 '힙지로'라고 그래가지고요. 친구들이랑 부담 없이 오기 좋고, 가족이랑도 편하게 오기 좋고 이런 것…(이 좋아요.)]

[심남희/경기 성남시 분당구 : (딸) 덕분에 젊은 사람들이랑 어울릴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와보고 싶었거든요.]

구한말 분위기를 일부러 살린 인근 복고풍 카페들은 골목 사이에 숨어 있는데도, 젊은이들의 명소로 떠올랐습니다.

번화가 바로 옆이면서도 60~70년대 그대로의 오래된 풍경이 오히려 이야깃거리가 되는 겁니다.

부담 없는 가격에 '뉴트로 컨셉'을 살리자,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상권이 형성됐습니다.

재개발 예정지역이다 보니, 오히려 아직까지는 삼청동이나 가로수길처럼 대자본이 들어와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가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데다, 지자체와 협력해 거리를 '미래유산'으로 지정하고 야간에는 과감히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하는 것도 성공 요인입니다.

[박용범/을지로 '뉴트로' 커피전문점 운영 : 을지로도 지금 그렇듯이 다른 공간들도 충분히 더 승산이 있지 않을까…요즘은 자기 개성을 살리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주시는 것 같아요.]

정다운 과거를 품은 환경과 스토리를 토대로 재탄생한 '힙지로'는 아이디어와 민관 협력을 통한 도심 영세상권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