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슥했던 뒷골목의 화려한 변신…'힙지로' 성공 요인은?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19.07.21 22:17 수정 2019.07.22 10:1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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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때는 으슥하기만 했던, 서울의 낡은 을지로 뒷골목에 요새 밤마다 젊은이들이 가득가득 들어차고 있습니다. 최신 유행이라는 뜻에 영어, 힙을 앞에 붙여서, '힙지로'라고 불리는데, 이곳을 잘 들여다보면, 영세 자영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보인다고 합니다.

권애리 기자가 가봤습니다.

<기자>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한낮의 을지로 공구상가 뒷골목.

변신은 공구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닫는 저녁 6시 즈음부터 시작됩니다.

거리 곳곳에 오래된 호프집들의 간이 테이블이 나와 깔리면, 마치 축제에 참여하듯 몰려든 인파로 금세 남김없이 들어찹니다.

지금 이렇게 이 골목을 가득 채운 좌석이 실내외 모두 합쳐 8천 석 정도.

매일 밤, 적어도 1만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을지로 공구상가 노가리 골목을 찾습니다.

한눈에도 절반 이상은 20대.

일부러 물어물어 찾아온 경우가 많습니다.

[방주영/을지로 '노가리골목' 호프집 운영 : 5년 전만 해도 여긴 주로 50~70대가 왔어요. 3년 전부터 젊은 친구들이 많이 오기 시작했어요. (한 번 오면) 친구들을 많이 불러요.]

[천예린/경기 성남시 분당구 : 요즘 하도 을지로가 '힙지로'라고 그래가지고요. 친구들이랑 부담없이 오기 좋고, 가족이랑도 편하게 오기 좋고 이런 것…(이 좋아요.)]

[심남희/경기 성남시 분당구 : (딸) 덕분에 젊은 사람들이랑 어울릴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와보고 싶었거든요.]

구한말 분위기를 일부러 살린 인근 복고풍 카페들은 골목 사이에 숨어 있는데도, 젊은이들의 명소로 떠올랐습니다.

번화가 바로 옆이면서도 6-70년대 그대로의 오래된 풍경이 오히려 이야깃거리가 되는 겁니다.

부담 없는 가격에 '뉴트로 컨셉'을 살리자,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상권이 형성됐습니다.

재개발 예정지역이다 보니, 오히려 아직까진 삼청동이나 가로수길처럼 대자본이 들어와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가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데다, 지자체와 협력해 거리를 '미래유산'으로 지정하고 야간엔 과감히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하는 것도 성공 요인입니다.

[박용범/을지로 '뉴트로' 커피전문점 운영 : 을지로도 지금 그렇듯이 다른 공간들도 충분히 더 승산이 있지 않을까…요즘은 자기 개성을 살리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주시는 것 같아요.]

정다운 과거를 품은 환경과 스토리를 토대로 재탄생한 '힙지로', 아이디어와 민관 협력을 통한 도심 영세상권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영상편집 : 오영택, VJ : 오세관·한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