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7번째를 맞은 빌더버그 그룹은 유럽과 미국 사이 대화와 이해를 목표로 1954년 네덜란드 베른하르트 왕자가 만들었습니다. 처음 회의를 연 호텔 이름에서 모임 명칭을 따 매년 5~6월 유럽과 미국 등지 호텔이나 고성에서 만납니다. 자유롭게 토론하되,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외부에 공개 않는 이른바 '채텀하우스 룰'이 특징입니다.
빌더버그 회의에 참석한 세계 실력자들은 그동안 자본주의의 미래 같은 거창한 주제를 논의해온 걸로 알려졌습니다.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다 보니 음모론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이들이 세계를 배후에서 조종한다는 겁니다. 인터넷엔 1991년 이 모임 명예 회원으로 추대된 빌 클린턴 당시 아칸소 주지사가 이듬해 미국 대통령이 됐다는 둥 믿거나말거나식 얘기도 넘쳐납니다.
17일 개막해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 중인 올해 포럼 주제는 '통찰과 힐링'입니다. 포럼 홈페이지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소개하지만 논하는 주제는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당장 포럼 첫날인 어제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한국경제, 새로운 성장의 길'을 주제로 기조연설 격 강연을 했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일본 경제보복, 미·중 무역 분쟁, 주 52시간 노동 본격화와 최저임금 등 경제계 현안이 산적한 때라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융합이 화두인 오늘날 세계에서 분야별 장벽은 도태의 지름길입니다. 정치와 경제 역시 따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의 의사결정이 때로 경제인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기는지는 지금 한일갈등 여파를 보며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서로 만나고, 얘기하고 고민을 나누는 '네트워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가치동맹이라고도 불리는 미국과 유럽이 오랜 시간 안정적인 동행을 해 온 데는 빌더버그 같은 모임의 역할도 있었을 거라 믿습니다. 앞으로 상의 제주포럼 같은 자리가 더 늘어나고 각계각층 인사들이 섞이며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길 기대합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