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드디어 다가온 18일…입 꾹 다문 업계의 긴장감

김도균 기자 getset@sbs.co.kr

작성 2019.07.17 19:57 수정 2019.07.17 21:2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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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얼음 걷는 듯한 하루하루...흐르는 긴장감

결국 18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어떤 공식적인 날도 아닌, 일본이 우리나라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날일뿐이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또 업체들이 일본과 우리나라 양국의 반응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날은 일본이 우리나라에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일청구권협정에 근거한 중재위원회 구성 요구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는 날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날입니다. 청와대가 사실상 어제(16일) 일본이 제시한 마지막 단계 중재위 구성 제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오늘 일본은 또다시 같은 요구만을 반복했습니다. 과연 내일 이후 어떤 추가 움직임이 있을지 특히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산업계에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왼쪽)와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사실 오늘(17일)도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방한하면서 해결의 물꼬가 터질지 기대감이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실제 스틸웰 차관보는 오전 회동 뒤 '미국이 한일갈등에 관여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동맹이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 및 미국과 관련된 모든 이슈에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스틸웰 차관보는 한국 당국자들과 연쇄 회동을 뒤 가진 약식 회견에서도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이 민감한 이슈를 해결해야 하며 해법을 곧 찾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회견에 나선 윤순구 차관보도 일본의 수출통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설명했고 스틸웰 차관보는 미국도 대화 재개를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되는데 도울 수 있도록 나름의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아직 뚜렷한 소식은 없는 상황입니다.

18일 이후에도 상황이 반전될지, 아니면 더욱 악화할지 알기 어려운 일정들이 연이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실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가 사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일정입니다. 이번 분쟁을 사실상 선거에 이기기 위해 아베가 사용한 카드로 본다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선거 이후 전망도 아직 안개 속입니다. 일부에서는 선거 이후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일부에서는 아베 정권이 더욱 탄력을 받아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는 23일~24일 WTO 일반 이사회도 주요 분기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날 국제사회의 여론에 따라 일본이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생존 위한 전략과 행동은 많지만 말 아끼는 업계

어쨌든 현재 우리 산업계에서 가장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는 건 바로 18일부터 21일 사이, 넓게는 23일 사이에 일본의 추가 제재가 단행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실제 화이트리스트 제외까지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도발 가능성에 긴장감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EUV용 포토레지스터, 불화수소, 폴리이미드, 이렇게 단 세 가지 소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 승인이 막힌 것만으로도 이렇게 '난리'인데 여기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니 업체들 입장에서는 속 터지는 상황인 겁니다. 그런데 사실 어떻게 보면 더 답답한 건 말을 하자니 할 수도 없는 상황일 수도 없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일본 출국하는 이재용사실 이 상황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바로 지난 일요일인 14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귀국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면서부터입니다. 이 부회장이 직접 일본에 가서 긴급 물량을 확보해왔다고 관계자 말을 인용해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도 없습니다. 마치 정치 외교적으로 꼬여 있는 상황을 이 부회장이 풀어버린 것처럼 비칠 수도 있고요, 괜히 일본 정부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특히나 삼성이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며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로 한 비메모리 반도체를 막기 위해 이런 일을 단행한 거라면 이 소식에 얼마나 화가 나겠습니까? 이렇게 한 행동도 있고 전략도 있고 준비한 것도 있는데 확인해줄 수는 없고 쉽게 말할 수도 없고 기사로 나오는 것도 반갑지 않은 상황이 이후로도 계속 펼쳐집니다. 해외에서 조달한다는 것도 그렇고, 현재 가지고 있는 소재의 양도 그렇고요, 국내 소재 테스트와 관련된 부분들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은 언론들에도 똑같이 주어졌습니다.

● 이걸 써? 말아? 함께 답답한 언론

제가 이 분야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기 전부터, 그러니까 수출규제 초반부터 해당 이슈를 취재하던 동료 기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사실 처음엔 언론이 괜히 우리나라 산업의 약점을 너무 세세하고 깊숙하게 보여주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취재를 해도 적당히 어느 선까지만 쓰자는 그런 공감대가 있었어요. 그래서 알아도 안 쓰고 그랬어요." 물론 일본은 이미 다 알고 공격을 했겠지만, 단어 하나하나에는 기자들의 고민이 담겨 있었던 겁니다.
일본 수출 규제하지만 역시나 돈이 움직이는 '여의도'는 차갑습니다. 차가운 논리 속에서 얼마 되지 않아 하나씩 정보가 더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기사 한 줄 한 줄이 고민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SK하이닉스는 D램, 낸드 메모리 재고가 10년 이내로 가장 많은 수준이라 두 달 동안 생산을 안 하고 팔아도 될 정도라는 팩트를 가지고 기사를 쓴다고 해도,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떻게 차지한 반도체 1위 자리인데 '괜찮아'라며 안이하게 바라보면 또 어쩌나 싶으니까요.

그렇다고 또 공포를 조장할 수도 없습니다. 막 당장 당할 것처럼 말하기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그렇게 만만한 회사들이 아닙니다. 두 회사가 일본 반도체 업체들을 따라잡고 또 뛰어넘어 이 자리까지 온 건 대표적인 경영 성공 사례로 소개될 정도로 대단한 회사들이고, 거기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연구원들도 수준급이라는 건 세계가 알고 있습니다. 이 분야를 오래 취재해온 선배 동료들의 깊이 있는 취재 내용이 전해지지만 상당수는 이런 이유들로 인해 기사에 담기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괜찮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뭔가 결과적으로 두루뭉술한 기사가 나오게 되는 것도 제 실력 부족과 함께 이런 고민도 있었다는 걸 이 자리를 빌어 변명해 봅니다.

'할많하않'. 요즘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라는 말의 줄임말로 많이 쓰는 표현입니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의 상황은 이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꾹 참으며 버틴 만큼 추가적인 충돌 없이 양국의 상황이 잘 마무리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