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장애아들 버리고 연락 끊은 비정한 부부

홍순준 기자 kohsj@sbs.co.kr

작성 2019.07.16 14:14 수정 2019.07.16 15:4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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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가 있는 어린 아들을 필리핀에 유기하고 연락을 끊은 혐의를 받는 부부가 4년 만에 붙잡혀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아이는 필리핀에 홀로 버려진 사이 정신장애가 악화하고 한쪽 눈까지 실명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또다시 버려질까 봐 가정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한의사인 아버지 A 씨를 구속기소하고, 어머니 B 씨를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4년 11월 정신장애가 있는 당시 10살인 친아들 C군을 필리핀으로 데려가 현지 한인 선교사에게 맡겼습니다.

A 씨는 C 군을 자신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낳은 혼혈아인 '코피노'라고 속인 뒤 "먹고 살기 어려워 키우기 힘들다"며 양육비 3천900만 원을 주고 떠났습니다.

A 씨는 선교사가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출국 전 미리 아이 이름을 바꿨으며, 아이가 귀국하지 못하게 여권까지 빼앗고, 국내에 들어오자 전화번호를 바꿨습니다.

C 군이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필리핀에서 방치된 사이 A 씨 가족은 해외여행을 다니며 C 군을 찾지 않았다고 검찰은 설명했습니다.

오랫동안 C 군 부모와 연락할 방법을 찾지 못한 선교사는 결국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제목으로 사연을 올렸습니다.

이를 본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수사를 의뢰하면서 경찰은 외교부 등과 함께 C 군을 4년 만에 한국으로 데려왔고 수소문 끝에 A 씨 소재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필리핀 마닐라지역 보육원 등에서 4년간 방치된 C 군은 정신장애가 더욱 악화했고 왼쪽 눈은 실명되는 등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A 씨는 이에 앞서 2011년 경남 한 어린이집과 2012년 충북 한 사찰에 양육비 수백만 원을 주고 C 군을 맡긴 뒤 각각 1년가량 방치하다가 어린이집과 사찰 측 항의를 받고서야 C 군을 집으로 데려온 사실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A 씨가 C군을 두 차례 국내 유기했다가 실패하자 결국 해외에 유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취학 연령이 된 C 군이 학교에 입학하지 못했지만 해당 교육청도 C 군 행방을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아동 방임 외에 유기 혐의를 덧붙이고 A 씨와 함께 아내 B 씨도 기소했습니다.

A 씨 부부는 검찰 조사에서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서 템플스테이를 보냈고, 영어에 능통하도록 필리핀에 유학을 보낸 것" 이라며 "아이를 버리지 않았고 그동안 바쁘고 아파서 못 데리러 갔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학대 피해 아동 쉼터를 거쳐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C 군은 "집에 가면 아빠가 또 다른 나라에 버릴 것" 이라며 "아빠한테 제발 보내지 말라"고 가정 복귀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상태입니다.

검찰은 아동보호기관과 협력해 피해 아동에게 의료와 심리치료를 지원할 방침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