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판다②] 20년 독점 깨고 계약했지만, 석연찮게 막판 퇴짜

최고운 기자 gowoon@sbs.co.kr

작성 2019.07.15 20:38 수정 2019.07.15 22:0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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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금 보신 독점 납품업체 말고도 현재 국내에는 바뀐 기준에 맞게 3가지 안전장치를 모두 장착한 공기호흡기를 만드는 다른 업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업체들이 규정대로 만들고 또 인증까지 다 받았는데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마지막에 불합격 처리돼서 납품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최고운 기자입니다.

<기자>

이 중소기업은 7년 전에 바뀐 기준에 맞춰 3가지 안전장치가 장착된 공기호흡기를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5월에는 이 제품으로 경기소방본부와 납품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난 20년간 국내 공기호흡기 시장은 산청이라는 업체가 독점하고 있었는데 산청이 아닌 다른 업체가 소방 당국과 계약을 맺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소방 공기호흡기 제조업체 대표 : 돈을 주고 장비를 구매했지만, 기존업체로부터 항상 홀대당해왔고 신규업체가 나타나서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방 담당자가) 몇 번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잠시 납품을 앞두고 경기소방본부 관계자들이 추가 검사에 나섰습니다.

이미 전문기관에서 인증을 통과한 제품인데 내시경을 이용해 내부를 검사하거나 공기호흡기를 수조에 담그는 시험까지 했습니다.

다른 소방본부 어느 곳에서도 하지 않던 검사들이었습니다.

[소방 공기호흡기 제조업체 대표 : (밸브를) 이렇게 빼서 분리해서 이렇게 탕탕 쳤을 때, 이 가루가 나왔다. (많이 나오는 건 아니네요?) 그렇죠. 아주 극소량이 나왔죠. 1그램도 안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기호흡기 50개에서 하얀 A4 용지 위에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가루가 검출됐다며 경기소방본부는 결국 이 업체 제품을 불합격 처리했습니다.

가루의 성분이 무엇인지 성분 분석 결과조차 경기소방본부는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소방 공기호흡기 제조업체 대표 :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윗선 지시에 의해서 말도 안 되는 규정으로 트집을 잡았다고 저는 그렇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업체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민권익위원회를 찾았고, 권익위원회는 조사 끝에 불합격 처리 과정에 부당한 부분이 있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소방관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3가지 안전장치를 달기로 고시까지 개정해놓고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안전장치가 없는 산청 제품을 계속 납품받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담당 조사관 : 현행법을 위반해서 납품된 제품들이 지금 불법적으로 돌아다니고 있는 건데 이걸 아무런 조치 없이 다 그 흠결을 덮어줘 버리는 그런 상황이 되는 건데요.]

하나의 업체가 소방 공기호흡기 시장을 독점하고 다른 업체의 시장 진입에 장벽이 되는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담당 조사관 : 소방관의 안전과 직결된 장비를 산청이라는 업체가 지금까지 20년 동안 독점적으로 공급해왔는데 그럼 뭐 백 년이고, 천 년이고 산청만 공급해야 하는 것인가.]

권익위원회는 소방청장에게 소방 공기호흡기 계약 전반을 감사하라고 권고하고 공정거래위원장에게는 산청이 지난 20년 동안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았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영상취재 : 박진호·조창현, 영상편집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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