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민주당의 자기 부정…'윤석열 청문회'에서 여당이 얻은 것은?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작성 2019.07.14 16:47 수정 2019.07.14 19:4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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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서'로 시작된 청문회는 '거짓말'로 끝났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때 발언이 사실"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위증 논란을 일축하고, 보수 야당은 "도덕성의 붕괴"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7년 전 녹취가 사실일까, 청문회 때 발언이 사실일까', 진실공방이 벌어졌지만, 어찌 됐든 어느 하나가 진실이면, 다른 하나는 거짓말이다.

청문회 이후에도 여당 평가는 호평 일색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강직함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검사 본분을 잃지 않은 사람"으로 평가했다. 거짓말 논란을 야당의 '과대 포장'으로 규정하면서, 정작 그들도 포장으로 맞서고 있다. '거짓말'을 '미담'으로 승화시켰고, 윤 후보자 임명은 정해진 수순이 됐다
윤석열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의혹 해소 기회 차 버린 여당…청문회 목적 무색해진 청문회

으레 정부 지명의 공직 후보자와 여당 청문위원은 한 몸이지만, 민주당 법사위원들에게 '여당'이라는 레테르를 떼면 그들 역시 청문위원이었다. 적어도 청문회의 전제 조건은 충족시킬 의무가 있지만, 도리어 청문회 목적마저 무색하게 했다.

이번 청문회의 핵심 쟁점이었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불기소 결정문'이 대표적이다. 검찰이 작성한 결정문에 어떤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알 수 없다. 여당(후보자) 입장에선 '의혹 해소'의 근거, 야당 입장에선 '의혹 제기'의 근거가 될 수도 있었다. 여야 유불리를 떠나 청문회를 위해선 당연히 필요한 자료였다. 그러나 야당의 자료 제출 요구에 검찰은 전례가 없다며 끝까지 제출하지 않았고, 한 여당 의원은 침묵을 넘어 황당한 논리로 검찰 비호에 나섰다. "무혐의 처분 당시 법무장관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이니, 황 대표에게 여쭤봐라"

인사청문회든, 국정감사든 법사위 산하 기관은 유독 자료 제출에 인색하다. 특히 검찰은 고질병 수준이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 "청문회를 못 해 먹겠다"는 말을 반복했던 이유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재정신청이 인용되지 않는 이상, 종결 처분이다. 법원이 판결문을 공개하듯, 검찰도 결정문을 공개할 필요가 있지만 검찰은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지금까지 국회 제출을 거부해 왔다. 인사청문회법상 자료 제출 의무 위에 검찰의 잘못된 관습이 있었던 것이다.

검찰은 수사 기관의 특수성을 십분 활용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구축했다.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모든 걸 비공개했다. 기소된 사건은 법원에서 심판을 받지만, 기소되지 않은 사건, 심지어 기소된 사건도 수사 과정에 있었던 일은 불문에 붙여왔다. 검찰의 이런 비밀주의는 은폐 수단으로 활용됐고, 검찰 개혁의 사유가 됐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여당이었다. 사인(私人)도 아닌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회의원,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은 청문위원에게 최소한의 검증 수단조차 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까. 여당이 야당일 때를 생각하면 정답은 명확하다.

● '검사의 제 식구 감싸기 VS 경찰의 악의적 타깃 수사'…윤우진 전 서장 사건

여당은 야당의 공격 수단을 제어하고 싶었겠지만, 이런 선택은 도리어 해소 가능한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야기했다. 청문회 이전부터 제기된 '윤우진 전 세무서장 사건'이 그렇다. 이 사건은 검찰과 경찰의 시각이 극명하게 나뉘는 사건이다. 사건의 얼개는 이렇다.

윤우진 전 용산 세무서장은 윤석열 후보자 스스로 친형제로 칭하는 윤대진 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이다. 서울청 광수대는 2012년 7월 윤우진 전 서장의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한 본격적 수사를 시작했다. 인천 A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6차례 신청했지만, 검찰은 모두 반려했다.

경찰은 윤 전 서장이 육류 업자 김 모 씨로부터 현금 2천만 원, 골프 접대 4천만 원 등 6천 만 원 대 뇌물수수 혐의를 포착했다고 한다. 이 중 골프 접대 4천만 원은 김 씨의 카드로 결제됐다고 한다 . 즉, 카드 내역으로 압수수색 필요성은 소명된 것으로 볼 수 있었지만, 기각된 것이다.

한 달 뒤 윤우진 씨는 해외 도피했고, 이듬해 4월 체포돼 국내로 송환 됐다. 체포 직후인 2013년 4월27일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기각했다. 해외 도피를 했던 피의자에 대한 영장 기각은 석연치 않았다. 석 달 뒤인 7월 22일 경찰은 구속영장을 재신청을 했다. 수뢰액을 6천만 원대에서 1억 원대로 증액했다. 이 때 검찰은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경찰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은 1년 6개월 뒤인 2015년 2월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검찰의 압색영장· 구속영장 기각에 의문이 컸다. 취재 결과, 경찰은 "문제의 골프장에서 윤우진 전 서장이 검사들과 라운딩을 했기 때문"이라며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를 기각 사유로 파악했다. 반면, 검찰은 압색·구속영장 기각은 '입증 부족'이라고 밝혔다. "공여자는 비협조적이고, 제보자의 진술은 있지만, 이 역시 수시로 바뀌어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특히 검찰은 이 수사를 검사를 노린 경찰의 '악의적 타겟 수사'로 보고 있었다. 이는 윤석열 후보자의 과거 녹취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윤대진"대진이(윤대진 검찰국장)가 이철규(전 경기경찰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를 집어넣었다고, 얘들(경찰)이 지금 형(윤우진 전 서장)을 걸은 거구나'하는 생각이 딱 스치더라고" (윤석열 후보자 녹취 中)

검경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번 사건은 "금품은 받았지만, 대가성이 없다"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끝났다. 경찰은 윤우진 씨의 검찰 인맥을 의심했고, 이에 대한 윤석열 후보자의 청문회 답변은 이렇다

"(윤우진 씨와 함께 골프를 친) 기억은 있습니다", "(인천 A골프장에) 한 번 정도 가지 않았나 싶은데요", "(윤우진 씨와 A골프장에 간 적은?) 글쎄 잘 기억나진 않지만, (A골프장에)가본 건 사실입니다" (윤석열 후보자 청문회 답변 中)

요약하면, '윤우진 씨와 골프는 쳤고, A골프장도 가봤는데, 윤우진 씨와 함께 친 골프장이 A골프장인지는 불확실하다'는 아리송한 답변이다.

● 교묘했던 검찰권 오남용, 검찰의 조직 보호 본능…궁색했던 방어

이런 상황에서 여당 법사위원들이 선택한 건 방어였지만, 논리는 궁색했다. "의혹을 풀려면 당시 최교일 중앙지검장(현 한국당 의원), 황교안 법무부장관(현 한국당 대표)한테 물어봐라, 왜 이것을 영장 기각했고 또 왜 이것을 불기소 처분했는지 일단 거기 물어보고 그 사람들이 '윤석열 씨가 부탁해서 그랬다'고 그러면 여기서 질문하면 됩니다." 검찰개혁을 주장하며, '검찰 조직 생리를 간파하고 있다'고 자평하던 여당에서 나올만한 발언은 아니었다.

지난 2010년 야당 시절 민주당은 국감에서 이른바 '그랜저 검사' 사건의 수사를 이끌어 냈다. 결국 검찰은 역사상 처음으로 특임검사팀을 구성해 문제의 검사를 구속 기소했다. 검사 한 명이 작정하면 어떻게 사건을 은폐할 수 있는지 증명됐고, 검찰권의 오남용은 드라마처럼 노골적이지도 직접적이지도 않으며 교묘하고 은밀하다는 점도 보여줬다. 또 상부 지시가 없이 소수 검사가 눈을 감으면 증거까지 조작될 수 있다는 사실도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을 통해서도 충분히 드러났다. 이 사건도 민주당이 야당시절 오랜 기간 문제 제기했던 사안이다.

MB 시절 임명된 한상대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한 검란(檢亂) 사태, 검찰은 조직 보호를 위해선 수장도 버릴 수도 있었다. 반대로 범죄자도 감쌀 수 있는 조직이 검찰이다. 지난 정권의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이 현 정권의 '검찰 과거사위 테이블'에 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김학의 차관'을 보호한 게 아니고, '검찰 조직'을 보호하려 했다. 누군가의 직접 지시 없이도, 검찰의 잘못된 조직호보 본능은 수시로 작동했다.

● '지난 정부의 검찰'에 신뢰를…민주당의 자기부정

이런 맥락에서 '윤우진 씨 사건 처리'에 의문점은 커졌지만, 야당은 윤석열 후보자의 직접적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설사 윤석열 후보자가 문제의 A골프장에서 윤우진씨와 골프를 쳤더라도 사건 처리에 직접 개입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경찰 또는 야당의 주장대로 "부적절하다"고 단언하기엔 충분하진 않다.

여당은 성공적 방어로 자평할지 몰라도, 이 과정에서 자기부정이 이어졌다.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검찰 개혁은 검찰 불신에 기초하지만, 청문회에선 정반대였다. 여당이 개혁 대상으로 삼은 '지난 정부의 검찰'에 대한 신뢰를 기초해 방어에 나선 것이다.

윤 후보자가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 여당은 더 적극적으로 의혹 해소에 나서야 했다. 공개되지 않은 결정문, (검경)수사기록, 더 많은 증인 신문을 통해 의문을 해소했어야 했다. 그러나 여당은 잘못된 질문과 논리로 윤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해소 기회를 차버렸고, 거짓말 논란만 남겼다.

"윤우진 씨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한 적 없다"는 윤 후보자의 답변은 청문회 막판 공개된 7년 전 녹취파일로 완전히 뒤집혔다. 야당의 질타는 이어졌고, 이 때 한 여당 의원은 '망각'을 꺼내들었다. "7년 전에 전화 통화한 것을 두고 '이것 얘기 했냐, 안 했냐?'라고 하면 그게 기억이 납니까?" 여당이 야당 시절 질타했던 "기억나지 않습니다"의 답변을 후보자 대신, 국회의원이 해준 것이다.

청문회장에 육성으로 울려 퍼지는 과거 발언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여야 막론 국회 청문위원을 향한 허위 답변 논란은 당연했다. 그나마 한 여당 의원이 나서 "후보자가 잘못한 것 같은데, 오해를 사게 한 부분은 사과하라"고 했지만, 윤 후보자는 사과 대신 "오해를 하셨다면 제가 설명을 잘 못 드린 것 같다"는 답변에 그쳤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사진=연합뉴스)● '검찰개혁 사유'에 눈 감은 여당…민주당이 바랐던 검찰개혁은?

여당은 여전히 청문회 발언에 거짓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근거는 청문회 다음날 이어진 '청문회장 밖 증언'들이다. 윤우진 씨의 동생 윤대진 검찰국장은 "변호사 소개는 내가 한 것", 이남석 변호사는 "윤대진 선배가 윤우진 서장을 소개해줬다"는 입장을 연이어 밝혔다. 7년 만의 자기 고백은 같은 날 연속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이남석 변호사는 여야 합의로 채택된 증인이었지만, 청문회엔 출석하지도 않으면서 장외 주장을 펼쳤다.

국회 권위는 땅에 떨어졌지만, 여당은 도리어 환영하는 모양새다. 한 여당 의원만 이들의 행태를 공개 비판했지만, 다수의 여당 의원은 7년 간 숙성된 거짓말에 무한 신뢰만 보내고 있다. 그러나 여당의 바람대로 7년 전 발언이 거짓이라면, 7년 전엔 왜 거짓말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윤 후보자는 후배를 감싸준 선배, 윤대진·이남석 등 전 현직 검사는 선배를 위해 양심 고백한 후배로 보며, 이들을 '의리와 미담'으로 포장하기에 급급했다. 왜 대윤(윤석열)은 소윤(윤대진)을 위해 거짓말을 했고, 소윤은 왜 당시 이를 숨기려 했는지, 근본적 질문에 답변은 피하고 있다.

여당은 여기서 또 한번 검찰 개혁 사유를 부정했다. 그들이 의리로 포장한 패밀리즘이 낳은 검찰 내 폐단을 모른 척 했다. 검찰청법상 '검사동일체' 단어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검찰의 패거리 문화는 존재한다. 여기에 특수·공안 등 보직으로 묶인 근무연, 학연, 지연이 더해지면 소수의 검사들을 하나의 가족으로 만들었다. 뜨거운 동료애에 그치면 다행이다. 하지만, 검찰 역사를 돌이켜 보면 부적절한 인사·부당한 사건 개입으로 변질되거나, 전관이 된 후엔 예우로 작동되기 일쑤였다.

이를 경계하듯 한 여당 의원이 윤 후보자를 향해 "특수부에 일하셨던 분들이 이른바 인사 특혜 논란, 이른바 코드인사 논란이 안 나오게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청문회 이후 모습을 보면 공허함만 남을 뿐이다.

정부 여당에게 있어 윤석열 후보자의 의미, 상징성, 필요성은 남다르다. 지난 정권에서 보여준 강골 검사로서 윤 후보자의 소신은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여당과 윤 후보자는 청문회 때 이런 가치를 충분히 보여줬을까. 거짓말 논란은 차치해도, 민주당은 그들이 바랐던 검찰총장의 모습, 검찰 개혁의 당위, 방향성을 증명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의문과 씁쓸함만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