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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지 이탈'서 비롯된 2함대 침입사건…'기강 해이' 정점

'근무지 이탈'서 비롯된 2함대 침입사건…'기강 해이' 정점
큰 파장을 낳은 해군 2함대 사령부 '침입 사건'의 용의자가 경계 근무를 서고 있던 일반 병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군의 기강해이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13일) 국방부 등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한 초병의 근무지 무단이탈행위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병사는 지난 4일 밤 초소에서 동료 병사와 동반 근무 중 "잠깐 음료수 자판기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초소에서 약 200m 떨어진 생활관 건물로 이동했습니다.

이 병사는 초소로 복귀하던 도중 탄약고 초소 경계병과 마주치자 수하에 불응한 채 도주했습니다.

해군은 즉시 부대방호 태세 1급을 발령하고 기동타격대, 5분 대기조 등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지만, 검거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외부자의 침입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해군 2함대는 '내부인'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해당 병사가 근무 이탈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다면 부대 자체 징계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이 병사는 사건에 대해 끝내 함구했고, 그 과정에서 부대 간부의 종용을 받은 A 병장이 정체불명의 거동수상자가 본인이었다고 허위진술을 하면서 사태는 전혀 방향으로 전개됐습니다.

해군 당국은 이에 대해 "많은 인원이 고생할 것을 염려한 직속 상급자(영관급 장교)가 부대원들에게 허위 자수를 제의했고, 그 제의에 A 병장이 응했다"고 밝혔지만 군 수사당국은 강요 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해당 초병은 군 수사당국이 동반 근무자 등의 구체적인 진술 등을 들이대자 그제야 "두려운 마음에 자수하지 못했다"며 자백했습니다.

국방부 차원의 수사가 시작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진범이 밝혀진 건 또 하나의 의문점으로 남습니다.

해군 2함대의 자체 조사가 부실하게 진행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번 사건 자체는 발생 9일 만에 용의자가 파악되면서 일단락되는 방향으로 가게 됐지만 크고 작은 '군 기강 해이'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발생한 이 사건의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런 심각한 군 기강 해이 사건이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으로 군 수뇌부가 곤욕을 치른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는 점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 군·경의 3중 해상·해안 경계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든 이 사건으로 박한기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수뇌 인사들이 줄줄이 문책을 받았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연이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전군에 "완벽한 대비태세"를 주문했습니다.

야권은 '사건 축소은폐', '늑장 보고' 의혹을 제기하며 군 수뇌부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을 폭로한 국회 국방위원회 김중로 의원은 "동해와 서해에서 연이어 발생한 경계 실패뿐만 아니라 사건을 은폐하려는 정황 등으로 볼 때 군의 자정 능력은 한계를 넘어선 것 같다"며 국방부,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에 대한 종합 국정조사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해군 2함대에서 벌어진 병사의 '허위자백' 관련 상황을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북한 목선 입항 사건이 발생한 강원 동해시 해군 1함대 동해군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다음 주 정경두 장관 해임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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