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스텔러바다소와 안경가마우지

이정모 | '청소년을 위한 과학관' 서울시립과학관의 초대 관장

SBS 뉴스

작성 2019.07.13 11:01 수정 2019.07.13 18:11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인-잇] 스텔러바다소와 안경가마우지
▲ 매너티

아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이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누가 처음 발견했을까? 원래 그랬던 것 아니냐고? 아니다! 2만 년 전 인류는 아시아에서 아메리카로 걸어서 건너갔다. 지금은 너비 85km의 베링 해협이 있는 그곳이 당시에는 육지로 드러나 있었다. 베링 해협은 지금도 깊이가 30~50m에 불과하다.

그 추운 시절 인류는 아시아에서 아메리카로 건너갔지만 그 이후 이 지역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되었다. 아시아의 동쪽 끝으로 오기 전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은 충분히 넓었고 너무 추웠다. 걸어서 오기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시아와 아메리카가 떨어져 있는지 몰랐다.

덴마크 부잣집의 셋째 아들 비투스 베링(1681~1741)은 대학에 진학한 두 형과 달리 15살 나이에 포경선 선원이 되었다. 이후 네덜란드 해군과 동인도회사를 거쳐 23살에는 러시아 발트함대 해군이 되었다. 이름도 이반 이바노비치 베링으로 바꾸었다. 경력만 보아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을 게 분명한 뱃사람 비투스 베링에게 러시아 북동항로 개척이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임무였다. 왜냐하면 페테르부르크에서 오호츠크해에 이르기까지 9,000km 이상을 뱃길이 아니라 시베리아를 관통하는 육로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다. 쇄빙선도 없던 시절에 러시아함대가 오호츠크해에 다다르려면 북해→대서양→인도양→태평양이라는 긴 항로를 거쳐야 했다.

육로로 오호츠크해에 다다른 개척대는 바다를 건너 캄차카 반도에 도착한 후 돛단배를 만들어서 북극해로 나갔다. 이때 인류는 드디어 알았다. 아시아와 아메리카가 바다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1725년의 일이다.

베링은 베링 해협에서 나머지 생을 보내다 1741년 12월 8일 캄차카 반도의 남단에 있는 베링 섬에서 괴혈병으로 죽었다. 괴혈병은 원양 어선을 타는 뱃사람들의 가장 큰 사망원인이었다.

사상 최초로 괴혈병 사망자를 내지 않고 세계 일주를 하는 데 성공한 사람은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가르는 바다에 베링 해협이라는 이름을 붙인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이다. 그의 비결은 선원들에게 절인 양배추와 과일을 꾸준히 먹인 것이다. 괴혈병은 비타민 C가 부족해서 생기는 병인데 야채와 과일로 비타민 C를 공급했던 것이다.

사실 제임스 쿡도 그 이유는 몰랐다. 비타민 C는 1920년대 말에야 발견됐고 1931년에야 괴혈병 치료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37년에 노벨 생리의학상과 화학상은 모두 비타민 C 연구자에게 돌아갔다. 1950년 노벨 생리의학상도 비타민 C 연구자가 받았다. 그만큼 괴혈병은 인류를 괴롭힌 불치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비타민 C가 등장하기 전에도 뱃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처방전을 갖고 있었다. 바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신선한 고기를 먹는 것이다. 그런데 망망대해를 항해하면서 신선한 고기를 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1741년 베링 해협에 온 선원들의 눈에는 좋은 먹잇감이 보였다. 스텔러바다소가 바로 그것이다. 탐사대의 동물학자 게오르그 스텔러가 발견했다고 해서 스텔러바다소다. 매너티, 듀공, 스텔러바다소는 모두 바다소다. 말 그대로 바다에 사는 소다. 소처럼 바닷속에 자라는 풀을 먹고 산다. (하지만 소보다는 코끼리가 더 가까운 친척이다.)

이 가운데 스텔러바다소가 가장 크다. 몸길이 10m, 몸무게 11t에 달하는 거대한 동물이다. 이들의 두껍고 거친 가죽을 뚫을 만한 이빨이 있는 동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덕분에 평온하게 살았다.

하지만 인간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사람들은 스텔러바다소를 먹었다. 굉장히 맛있었다. 기름은 불에도 잘 탔다. 괴혈병을 막아주었다. 그 덕분에 사람 눈에 띈 지 단 27년 만인 1767년 멸종했다.

스텔러바다소가 멸종하자 베링 해협에 온 선원들은 다른 신선한 고기를 찾아야 했다. 이번에는 안경가마우지가 눈에 들어왔다. 눈 주변에 하얀 깃이 있어서 마치 안경을 쓴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처음엔 선원들도 새를 잡아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곧 그 가치를 알아차렸다.

안경가마우지는 가마우지 가운데 가장 크다. 몸길이 1m에 몸무게도 6kg이나 나간다. 하지만 날개가 작아서 날지 못한다. 32종의 가마우지 가운데 날지 못하는 건 갈라파고스의 파란발가마우지와 베링 해협의 안경가마우지 두 종뿐이다.

안경가마우지 한 마리를 잡으면 세 명이 배를 채울 수 있었고 맛도 일품이었다. 뱃사람들의 인기를 끈 안경가마우지는 결국 1850년 멸종했다. 안경가마우지 발견 소식이 유럽에 채 전해지기도 전이었다.

1725년 베링 해협의 발견으로 아시아와 아메리카가 끊어진 것을 알게 된 후 순식간에 거대한 바다 포유류와 조류가 멸종하고 말았다. 베링이라는 인물과 함께 스텔러바다소와 안경가마우지의 이름도 함께 기억하자.

#인-잇 #인잇 #이정모 #오늘의자연
인잇소개  
인잇 사람과 생각을 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