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소·돼지는 먹으면서 왜 개는 먹지 말라는 거야?

이학범 | 수의사. 수의학 전문 신문 『데일리벳』 창간

SBS 뉴스

작성 2019.07.12 10:59 수정 2019.07.12 11:2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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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이 되면 더 뜨거워지는 이슈가 있다. 바로 '개고기 찬반 논란'이다.

현재 개고기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 놓여있다. 축산법에서는 개가 소, 돼지, 닭과 함께 가축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의 관리 대상에는 빠져있다. 개 식용산업 종사자는 "개는 가축이니까 먹어도 된다"고 말하고, 개고기를 반대하는 사람은 "축산물 위생관리법 대상 동물에 개가 없으니까 불법"이라고 말한다. 워낙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도 '합법도 불법도 아닌' 이런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수의사인 나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육식을 한다. 하지만 개고기는 먹지 않으며,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개 식용이 금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 식용 금지는 시간문제라고 본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하면 꼭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소, 돼지, 닭은 먹으면서 개는 왜 안 돼?"

이 질문에 대해 혹자는 "개는 가축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니까", "개는 우리의 친구니까" 등의 이유를 댄다. 하지만 이런 답변은 개 식용 찬성론자들의 반발만 부른다는 게 내 생각이다. 개도 가축일 뿐이라는 이들에게 "내 친구니까 너도 친구가 되어야 해"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무엇을 먹든 그건 그 사람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2018년 동물해방물결, LCA)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개고기를 한 번도 먹지 않은 사람이 81.2%로 국민 10명당 2명 정도만 개고기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개 식용에 반대하는 사람은 46.0%에 그쳤다.

개고기를 안 먹지만 남들이 먹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개 식용 금지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싶다.

● 가장 비위생적인 음식 '개고기'

소, 돼지, 닭고기는 식용이 합법화되어 있다. 따라서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사육단계부터, 운송, 도축, 유통단계까지 철저한 위생관리가 이뤄진다.

소를 예로 들어보자. 모든 젖소는 매년 결핵 검사를 받는다. 우유를 통해 사람에게 결핵이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핵 양성을 받은 소는 도태된다.

한우도 여러 가지 질병 검사를 받는다. 아무런 질병이 없어야 도축 허가를 받는다. 도축장에서도 검사가 진행된다. 수의사 공무원(검사관)들이 도축 과정에서 발견되는 이상 부위를 폐기한다. 도축 후 샘플을 채취해 실험실 검사를 통해 또 한 번 안전성을 확인한다. 심지어 정기적으로 정육점·마트에 나가 수거 검사를 시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행정처분을 내린다. 수입 축산물도 공항·항만에서 검사를 통해 국내 반입 여부를 결정한다.

이처럼 정부가 철저히 위생관리를 하기 때문에 '이 고기를 먹고 식중독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 없이 축산물을 먹어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개고기는 어떠한가? 누가 어디에서 뭐를 먹여 키우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어떻게 운송되고 도축되며 사육과정에서 어떤 항생제가 사용됐는지, 고기 속에 어떤 세균이 있는지 아무도 검사해주지 않는다. 이런 음식을 '보신탕(補身湯)'이라고 부르며 먹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나는 이런 상황에 대해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그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비위생적인 음식'이 더는 유통·소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2가지뿐이다. ①개 식용 금지 ②개 식용 합법화(축산물 위생관리법으로 관리).

● 개 식용 합법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그러나 나는 개 식용 합법화를 사실상 불가능한 선택지로 본다. 개 식용을 합법화할 경우 현실적으로 잃는 것이 너무나 크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개 식용을 합법화한 나라는 없다. 베트남, 중국 등에서도 개 식용이 이뤄지지만 합법은 아니며, 심지어 중국에서는 '개 식용 금지법'이 발의된 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유일의 개 식용 성행 민주주의 국가'로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올림픽 같은 국제행사가 열릴 때마다 개 식용이 이슈화되고, 축구선수 박지성의 응원가에도 '한국에서는 개를 먹겠지만'이라는 가사가 들어갔을 정도다. 그런데 세계 최초로 개 식용을 합법화한다면? 국제사회의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게 분명하다.

물론 "다른 나라 비난이 뭐가 중요하냐?"고 반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비난은 국가 이미지 실추나 국제대회 유치 실패 등을 넘어 국내 기업의 대외경제활동에 심대한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 우리나라에 큰 경제적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지 타격과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며 개 식용을 합법화한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남아있다. 소, 돼지, 닭의 경우 오랜 기간 합법화된 상태로 소비되었기 때문에 사육, 운송, 도축, 유통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되어있다. 어떤 환경에서 사육해야 하고, 어떻게 운송해야 하며, 어떤 방법으로 도축해야 고통이 없는지 등도 잘 알려져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개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이런 연구가 되어있지 않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고기를 합법화한다면, 식용 목적인 개의 기준부터 사육기준, 운송방법, 도살방법 등을 새로 다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시설, 운송차량, 도축장을 개발하고 설치해야 한다. 동물보호단체는 이런 과정에 최소 수년이 걸리며 세금도 수십억 원 이상 소요될 거라고 추정한다.

그래서 나는 묻고 싶다. "상황이 이런데도 개고기 합법화에 찬성하시나요?"

물론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더 생각할 점이 있다. 개고기 생산·판매를 생계로 삼고 계신 분들에 대한 배려다. 이런 분들의 업종 전환을 돕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부산시와 구포 개시장 상인회, 동물단체가 합의를 통해 구포 개시장을 없앴다고 하는데, 그 분들이 운영한 상인들의 업종전환TF 활동을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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