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속상해서 눈물이 떨어졌어요"…'무차별 폭행' 베트남 출신 여성, 지인이 전한 사정은

배정훈 기자 baejr@sbs.co.kr

작성 2019.07.11 09:48 수정 2019.07.11 14:1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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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달 전 베트남에서 만난 두 사람

베트남의 최대 도시 호치민에서 차로 한참을 더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작은 도시. 지난 4일 전남 영암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의 피해자, 베트남 출신 여성 A 씨가 살던 곳입니다. SBS 취재진이 만난 지인 B 씨도 A 씨와 고향이 같습니다. 지난 5월 한국 출국을 한 달 앞두고 있던 A 씨는 지인 B 씨가 베트남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해 만났습니다. B 씨는 A 씨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다과를 함께했다며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혼인) 비자가 나왔다고, 6월 15일에 아이와 함께 한국으로 간다고 하더라고요."

A 씨는 지난 2012년, 23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전남 영암군에 있는 산업단지에서 일을 하며 지냈는데, 몇 년 뒤 근처에서 일을 하던 남편 김 모 씨를 처음 만난 곳도 그곳이었습니다. 둘은 이내 함께 살게 됐고, 아이를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얼마 안 돼 베트남으로의 귀국을 결심합니다.

"임신했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우울증이 걸렸대요. (임신 당시의) 우울증이 아이한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A 씨가 임신을 한 것을 김 씨가 못마땅해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A 씨는 베트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당시 낙태를 강요했고, 이를 피해 베트남으로 귀국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그대로 계속 베트남에 있을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임신 당시의 우울증 때문인지) 아이가 말을 잘 안 했대요. 그래서 한국은 사회복지가 잘 돼 있으니까, 아이가 좋은 환경에서 잘 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대요."
베트남 여성 '무차별 폭행'● '더는 때리지 않겠다'는 말 믿고 한국으로 왔는데…

A 씨는 베트남에 있을 당시 한국행을 위해 김 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A 씨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지난 3월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했고, 김 씨는 지난 4월 아들의 친자 확인을 위해 베트남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불행은 그때부터 시작이 됐습니다. 김 씨가 자신을 앞에 두고 베트남 사람과 통화를 하는 A 씨에게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냐며 폭행을 한 겁니다.

이후 A 씨는 베트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는 때리지 않겠다'는 남편의 말을 믿고 한국행을 최종 결심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맞았는지는 자세히 못 들었는데, 한국에 와서만 3차례 맞았대요."

SNS를 통해 공개된 영상의 폭행이 지난 4일이었고, 김 씨의 친가에 다녀오는 길에 "돈을 막 쓴다"며 폭행을 당한 것이 지난달 25일이었으니, 이 외에도 한국에 온 다음 한 번 더 폭행이 있었던 셈입니다. 그럼에도 A 씨는 20여 일 동안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국에 안전하게 체류하려면) 외국인 등록증이 나와야 해요. 동생(A 씨)의 등록증은 8월에 나오기로 돼 있었는데, 아이의 (등록을 위한) 서류를 제출해야 했대요. (경찰에) 신고하면 외국인 등록증 안 나올까 봐 불안하고 무서워서 참았대요."

하지만, 폭행의 정도는 더 심해졌고, 영상이 촬영된 지난 4일에는 3시간 동안 폭행이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는 온몸에 멍이 들었고, 갈비뼈에 금이 간 것은 물론 손가락까지 골절되는 등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 이상은 불안하고 무서운 마음으로 참을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겁니다.

● "왜 우냐고 물으니까 남편이 때렸다고 하더라고요"

A 씨에게는 폭행 당시를 휴대전화로 찍어 놓은 영상 증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딘가에 신고할 방법도 마땅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실제 A 씨의 이웃들은 SBS 취재진에게 "그 휴대전화는 개통이 되지 않은, WIFI가 잡히는 곳에서만 쓸 수 있는 상태였다"고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공포와 불안 속에서 A 씨가 겨우 떠올린 것은 두 달 전 베트남에서 만났던 B 씨였습니다.

"SNS 메신저로 동생이 동영상과 사진을 보내왔어요. 그래서 영상 전화를 했더니 동생이 울고 있었어요. 왜 우냐고 물으니까 남편이 때렸다고 하더라고요."

"왜 때렸냐고 물어보니까 아이의 등록증을 만들기 위해서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 서류에 출생 증명서가 빠졌다면서 때렸대요. 베트남 사람들이랑 만나는 거랑 베트남어로 말하는 것도 싫다면서 때렸대요."

지난 5월 베트남에서 만났을 때, B 씨의 축하를 받으며 한국에 가서도 꼭 연락하며 지내자고 말했던 A 씨. 그런 A 씨가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영상을 본 B 씨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B 씨는 어찌할 줄을 몰라 같이 일하는 언니에게 영상을 보내줬고, 그 언니가 영상을 SNS에 올리고 경찰에 신고도 해줬다고 합니다.
베트남 여성, '반복된 폭력, 멍투성이 몸B 씨는 곧장 고속버스를 타고 피해자 A 씨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습니다. 두 달 만에 만난 A 씨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동생이랑 같이 (이주여성) 쉼터랑 병원에 갔어요. 의사 선생님이 1주일쯤 치료랑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머리를 맞았으니까 머리도 아프고 해서 그런 것도 검사를 해야 하고, 얼마나 더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폭행 과정에서 밀쳐진 2살 아들의 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엄마를 병원에 보내주고, 다음날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갔어요. 아버지가 때린 것 때문에 입술도 많이 부었고, 입안에도 상처가 났어요."

●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떨어졌어요"

어쩌면 B 씨는 A 씨와 베트남에서 만났을 때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조금은 예측을 했던 모양입니다. 속상한 마음이 울컥 솟아났다고 합니다.

"제가 보고,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떨어졌어요. 왜 그래, 왜 그렇게 고생해. 내가 말했는데 왜 한국에 왔어. 왜 한국에 와서 고생을 해. 너무 속상해서 그렇게 말했어요."

한동안 통증과 정신적 충격으로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A 씨는 계속해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편을) 용서할 수 없고, 어떻게든 교육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더 이상은 같이 살 수가 없다고, 이혼할 거라고 했어요."

B 씨는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서툰 한국어와 전화 통역에 기대 취재진과 소통하는 과정에서도 피해자 A 씨를 만나며 겪었던 감정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가해자인 남편 김 씨가 느꼈던 감정은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베트남 아내 때린 30대 구속『(아내와) 언어가 다르니까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하니까 그것 때문에 감정이 쌓이고 한 건 있는데,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일 거 같은데….』

다른 남자들도 다 마찬가지일 거라던 김 씨. 경찰은 상해치사와 아동학대 혐의로 지난 8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 씨에 대해 열흘 동안 충분히 조사해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 "지원 방안 적극 모색하겠다"

그동안 부부 사이에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사정과는 별개로 우리 사회에는 명확한 법적 잣대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해 다치게 한 것은 마땅히 법으로 다스려져야 할 범죄 행위입니다. 김 씨는 머지않은 시간 내에 자신의 죗값을 치르게 될 겁니다. 하지만, A 씨와 두 살 난 아들이 몸과 마음에 입은 상처는 언제쯤 치유가 될 수 있을까요.

이번 폭행 사건이 일어난 전남 영암군 당국은 두 사람에 대한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주외국인 여성을 돕는 단체들도 A 씨 모자를 보호하고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디 두 사람이 한국에서의 아픈 기억을 잊고, 어서 빨리 새 삶을 위한 출발을 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