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최대 도시 호치민에서 차로 한참을 더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작은 도시. 지난 4일 전남 영암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의 피해자, 베트남 출신 여성 A 씨가 살던 곳입니다. SBS 취재진이 만난 지인 B 씨도 A 씨와 고향이 같습니다. 지난 5월 한국 출국을 한 달 앞두고 있던 A 씨는 지인 B 씨가 베트남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해 만났습니다. B 씨는 A 씨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다과를 함께했다며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혼인) 비자가 나왔다고, 6월 15일에 아이와 함께 한국으로 간다고 하더라고요."
A 씨는 지난 2012년, 23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전남 영암군에 있는 산업단지에서 일을 하며 지냈는데, 몇 년 뒤 근처에서 일을 하던 남편 김 모 씨를 처음 만난 곳도 그곳이었습니다. 둘은 이내 함께 살게 됐고, 아이를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얼마 안 돼 베트남으로의 귀국을 결심합니다.
"임신했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우울증이 걸렸대요. (임신 당시의) 우울증이 아이한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A 씨가 임신을 한 것을 김 씨가 못마땅해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A 씨는 베트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당시 낙태를 강요했고, 이를 피해 베트남으로 귀국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그대로 계속 베트남에 있을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임신 당시의 우울증 때문인지) 아이가 말을 잘 안 했대요. 그래서 한국은 사회복지가 잘 돼 있으니까, 아이가 좋은 환경에서 잘 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대요."

A 씨는 베트남에 있을 당시 한국행을 위해 김 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A 씨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지난 3월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했고, 김 씨는 지난 4월 아들의 친자 확인을 위해 베트남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불행은 그때부터 시작이 됐습니다. 김 씨가 자신을 앞에 두고 베트남 사람과 통화를 하는 A 씨에게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냐며 폭행을 한 겁니다.
이후 A 씨는 베트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는 때리지 않겠다'는 남편의 말을 믿고 한국행을 최종 결심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맞았는지는 자세히 못 들었는데, 한국에 와서만 3차례 맞았대요."
SNS를 통해 공개된 영상의 폭행이 지난 4일이었고, 김 씨의 친가에 다녀오는 길에 "돈을 막 쓴다"며 폭행을 당한 것이 지난달 25일이었으니, 이 외에도 한국에 온 다음 한 번 더 폭행이 있었던 셈입니다. 그럼에도 A 씨는 20여 일 동안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국에 안전하게 체류하려면) 외국인 등록증이 나와야 해요. 동생(A 씨)의 등록증은 8월에 나오기로 돼 있었는데, 아이의 (등록을 위한) 서류를 제출해야 했대요. (경찰에) 신고하면 외국인 등록증 안 나올까 봐 불안하고 무서워서 참았대요."
하지만, 폭행의 정도는 더 심해졌고, 영상이 촬영된 지난 4일에는 3시간 동안 폭행이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는 온몸에 멍이 들었고, 갈비뼈에 금이 간 것은 물론 손가락까지 골절되는 등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 이상은 불안하고 무서운 마음으로 참을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겁니다.
● "왜 우냐고 물으니까 남편이 때렸다고 하더라고요"
A 씨에게는 폭행 당시를 휴대전화로 찍어 놓은 영상 증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딘가에 신고할 방법도 마땅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실제 A 씨의 이웃들은 SBS 취재진에게 "그 휴대전화는 개통이 되지 않은, WIFI가 잡히는 곳에서만 쓸 수 있는 상태였다"고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공포와 불안 속에서 A 씨가 겨우 떠올린 것은 두 달 전 베트남에서 만났던 B 씨였습니다.
"SNS 메신저로 동생이 동영상과 사진을 보내왔어요. 그래서 영상 전화를 했더니 동생이 울고 있었어요. 왜 우냐고 물으니까 남편이 때렸다고 하더라고요."
"왜 때렸냐고 물어보니까 아이의 등록증을 만들기 위해서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 서류에 출생 증명서가 빠졌다면서 때렸대요. 베트남 사람들이랑 만나는 거랑 베트남어로 말하는 것도 싫다면서 때렸대요."
지난 5월 베트남에서 만났을 때, B 씨의 축하를 받으며 한국에 가서도 꼭 연락하며 지내자고 말했던 A 씨. 그런 A 씨가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영상을 본 B 씨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B 씨는 어찌할 줄을 몰라 같이 일하는 언니에게 영상을 보내줬고, 그 언니가 영상을 SNS에 올리고 경찰에 신고도 해줬다고 합니다.

"동생이랑 같이 (이주여성) 쉼터랑 병원에 갔어요. 의사 선생님이 1주일쯤 치료랑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머리를 맞았으니까 머리도 아프고 해서 그런 것도 검사를 해야 하고, 얼마나 더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폭행 과정에서 밀쳐진 2살 아들의 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엄마를 병원에 보내주고, 다음날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갔어요. 아버지가 때린 것 때문에 입술도 많이 부었고, 입안에도 상처가 났어요."
●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떨어졌어요"
어쩌면 B 씨는 A 씨와 베트남에서 만났을 때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조금은 예측을 했던 모양입니다. 속상한 마음이 울컥 솟아났다고 합니다.
"제가 보고,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떨어졌어요. 왜 그래, 왜 그렇게 고생해. 내가 말했는데 왜 한국에 왔어. 왜 한국에 와서 고생을 해. 너무 속상해서 그렇게 말했어요."
한동안 통증과 정신적 충격으로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A 씨는 계속해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편을) 용서할 수 없고, 어떻게든 교육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더 이상은 같이 살 수가 없다고, 이혼할 거라고 했어요."
B 씨는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서툰 한국어와 전화 통역에 기대 취재진과 소통하는 과정에서도 피해자 A 씨를 만나며 겪었던 감정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가해자인 남편 김 씨가 느꼈던 감정은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다른 남자들도 다 마찬가지일 거라던 김 씨. 경찰은 상해치사와 아동학대 혐의로 지난 8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 씨에 대해 열흘 동안 충분히 조사해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 "지원 방안 적극 모색하겠다"
그동안 부부 사이에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사정과는 별개로 우리 사회에는 명확한 법적 잣대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해 다치게 한 것은 마땅히 법으로 다스려져야 할 범죄 행위입니다. 김 씨는 머지않은 시간 내에 자신의 죗값을 치르게 될 겁니다. 하지만, A 씨와 두 살 난 아들이 몸과 마음에 입은 상처는 언제쯤 치유가 될 수 있을까요.
이번 폭행 사건이 일어난 전남 영암군 당국은 두 사람에 대한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주외국인 여성을 돕는 단체들도 A 씨 모자를 보호하고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디 두 사람이 한국에서의 아픈 기억을 잊고, 어서 빨리 새 삶을 위한 출발을 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