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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훔쳐본 남자…경찰 아닌, 피해 여성이 증거 찾았다

겁에 질린 여성의 신고…귀담아 듣지 않은 경찰

<앵커>

늦은 밤 담벼락 사이에 숨어 집에 있는 여성을 훔쳐본 남성이 붙잡혔습니다. 신고를 해도 경찰 대응이 미덥지 않자 피해 여성이 일일이 CCTV 영상을 찾아 제출하면서 붙잡은 것인데, 얼마 전 경찰이 여성 안전을 강조하며 했던 다짐이 무색합니다.

안희재 기자입니다.

<기자>

캄캄한 새벽 한 남성이 담벼락을 올라타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잠시 뒤 벽 틈에서 나타난 남성이 급히 주차장을 빠져나갑니다.

담벼락을 넘은 남성이 들어왔던 통로입니다. 성인 남성 1명이 간신히 들어올 만한 공간인데요, 건물 틈 사이에서 여성 집을 쳐다보던 남성은 피해 여성이 소리를 지르자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인근 주민 : 술기운에, 이 동네에서 장사하는 분인데 골목 다니면서 훔쳐봤나 봐요. 호기심에….]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주변 수색이 꼼꼼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신고자 : 마실 나온 것처럼 손전등 몇 번 비추더니 '기다려라' '가만히 있어'라고만….]

게다가 경찰은 방범용 CCTV에서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근처 상점 주인 50살 김 모 씨를 확인하고 김 씨를 추궁했지만, "주차장 안 화장실에 간 것뿐"이라고 답하자 신원만 파악하고 되돌려보냈습니다.

경찰은 "사설 CCTV는 새벽이라 확보하지 못했고 다른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며 "용의자가 임의동행을 거부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다음날 피해 여성이 직접 김 씨가 담벼락을 넘는 CCTV 영상을 찾아 경찰에 넘긴 뒤에야 김 씨는 긴급체포됐습니다.

조사 결과 김 씨는 네 차례 비슷한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신고자 : (담당 경찰은) '내가 전날 밤을 새웠다. 오늘 휴무다. 현장은 내일쯤 갈 수 있을 것 같다' 피해자는 피의자 주변에서 살 수밖에 없는 여건임에도….]

경찰은 김 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입건하고 추가 범죄 여부를 확인하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경찰은 여성 대상 범죄가 끊이지 않자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혀왔습니다.

[목현태/서울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계장 : 대여성범죄 신고사건이 신속하고 제대로 처리될 수 있도록 지역경찰과 형사 간 협업강화 등 사건처리 시스템 개선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해 시행하겠습니다.]

이런 약속이 말로 그칠 게 아니라 현장에서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조정영·양현철, 영상편집 : 전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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