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환경운동가가 말하는 "더울 때는 에어컨을 켜세요"

김지석 |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

SBS 뉴스

작성 2019.07.09 11:00 수정 2019.07.10 13:5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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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을 하는 분들이 굉장히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게 있다. 바로 아직도 집에 에어컨이 없다는 얘기다. 이보다 조금 급수가 낮은 분들은 이런 얘기를 한다. '집에 에어컨이 있지만 딱 몇 번 밖에 켜지 않았다'고.

요즘은 잘 안 보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는 이런 문구가 꼭 들어있었다.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낮 1시부터 3시 사이에는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세요." 아니 이게 말인가 막걸리인가? 낮 1시부터 3시 사이가 가장 더운 시간인데 어쩌라는 건가?

나도 에너지를 꽤나 아끼는 사람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에어컨 없이 여름을 잘 났었다. 젊어서 몸의 적응력이 높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지금처럼 날이 덥지 않았다. 여름이 지금처럼 길지도 않았다. 정말 선풍기와 수박 정도만 있으면 여름을 그럭저럭 날 수 있었다. 웬만하면 밤에는 선선해져서 창문 열어 놓고 선풍기를 켜 놓으면 잠도 잘 잤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졌다. 더위는 오래가고, 밤에도 덥다. 이런 환경에서 에어컨을 안 쓰고 버티다 보면 몸은 피곤해지고 심정적으로는 환경운동 한다는 사람들까지 미워진다. 차라리 과잉소비를 조장할지언정 나와 내 가족이 쾌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호감이 늘어난다. 이런 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폭염이 난무하는 현재의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두 아이의 아빠로서, 그리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호응할 수 있는 기후변화 해결책을 끌어내고 싶은 사람으로서, 나는 에어컨 사용 자제 운동에 매우 회의적이다.

자, 그렇다면 환경운동가들이 에어컨을 쓰지 말자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에어컨 실외기가 뿜어내는 열기도 문제이지만, 핵심은 에어컨 사용에 따른 전기 사용량 증가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 생산 비율은 석탄 40%, 원자력 25%, 가스발전 20% 정도다. 그런데 원자력은 처치 곤란한 폐기물을 만들어내고, 석탄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뿜어내고, 가스발전은 석탄보다는 덜하지만 역시 온실가스를 내뿜어서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든다.

맞다. 저렇게 만든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에어컨 같은 물건은 최대한 안 쓰는 게 좋다. 하지만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안 틀면 그야말로 더워 죽을 것 같은 게 현실이다. (노약자는 진짜 죽을 수도 있다.) 딜레마다.

다행히도 지금은 2019년이다. 에어컨을 쓰냐 마냐 말고도 선택지가 있다. 그건 바로 온실가스, 미세먼지, 핵 폐기물이 나오지 않는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해서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 2013년 말 작은누나가 사는 단독주택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서 전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태양광에 대한 괴담이 난무하던 때라 정말 잘 되는지 좀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내가 먼저 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알리자'라는 각오로 진행했다.
태양광 발전기 설치 후 작은누나 집의 전기요금 변화다행히 태양광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작은누나는 겨울에 전기 난방기기를 좀 쓰는 편인데, 태양광이 전기를 만들어서 공급하니 30만 원쯤 하던 전기요금이 10만 원대 후반으로, 10만 원 넘게 줄어들었다.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상당히 틀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이 1만 원 이하로 나왔다. 효과를 확인하니 뿌듯했다. 가정용 태양광 발전기가 이렇게나 많은 전기를 만들어낸다는 게 놀라웠다.

나는 현재 작은누나 집에 설치한 가정용 태양광 발전기보다 몇백 배 큰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어 주변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태양광이다보니 밤 전기는 공급하지 못한다. 대신 폭염이 심한 낮 시간에 수백 가구가 에어컨을 돌릴 수 있는 전기를 공급한다. 태양광 발전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에어컨을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도 지구를 덥게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죄의식으로부터 자유롭다. 또 발전소를 운영하며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일조한다는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에어컨 쓰지 않기 캠페인 관련해서 생각해 볼 문제가 있는데, 그건 바로 우리나라 전체 전기사용량의 50% 이상이 산업시설에서 사용된다는 점이다. 가정에서 쓰는 전기는 전체 사용량의 15%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사무실 등 상업시설에서 사용된다.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 또는 사무실에서 잠깐 에어컨 가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국가 전체의 전기 사용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폭염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내 아이, 내 가족, 내 동료가 더위에 허덕이는데 에어컨을 켜지 말라면 누가 좋아할까? 사람을 배려하는 해결책은 무조건 전기 사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전기를 친환경적으로 만들어 우리가 쾌적하게 여름을 나면서도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얘기한다. "더울 때는 에어컨을 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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