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기본 수칙 안 지켜도 관할 구청은 단속 권한 없어

김도균 기자 getset@sbs.co.kr

작성 2019.07.07 12:31 수정 2019.07.07 15:0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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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발생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 사고로 철거 안전 관리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사고 원인으로 지지대 설치 등 안전조치 미비가 지목되지만 관할 구청은 사전 심의가 끝난 뒤 사후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는 업체의 자체 안전 관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관리·감독 시스템의 한계가 한몫 했습니다.

서울시와 서초구에 따르면 잠원동 건물 붕괴 사고는 철거 기본 수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인재'의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철거 업체는 철거 전에 반드시 설치해야 할 지지대(잭 서포트)를 설치하지 않았고, 철거 도중에 나온 콘크리트 잔해도 치우지 않고 쌓아뒀습니다.

잔해물이 쌓이면 하중이 더해져 건물이 무너질 위험이 커집니다.

또한 건물이 도로변에 있음에도 얇은 가림막만 설치해 피해를 더욱 키웠습니다.

철거 감리가 있었지만 상주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사항은 모두 사전 심의 때 지적받은 내용이었습니다.

서초구는 지난달 3일 1차 심의에서 ▲ 공사장 상부의 과하중을 고려한 동바리(지지대) 설치 ▲ 철거 잔재 당일 방출 ▲ 철거 감리 상주 등 16가지 보완 사항을 주문했습니다.

해당 업체는 각 층에 잭서포트 10개씩을 설치하겠다는 등 보완 계획을 제출했지만, 실제로는 이를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게다가 잠원동 건물처럼 도로변에 인접한 소규모 건물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철거해야 안전하지만 지하 1층 공사 중 상층부가 무너진 점으로 미뤄 상층부 철거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층부를 철거한 것으로 조사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초구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보완 사항을 이행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현장 점검은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초구 관계자는 "잠원동 건물처럼 소규모 공사장의 현장 안전 관리는 기본적으로 감리가 담당하게 돼 있다"며 "현행법상 자치구가 계획대로 이행하라고 강제할 권한이나 단속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잠원동 사고는 2017년 발생한 낙원동과 역삼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와 닮은꼴입니다.

두 사고 모두 지지대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잔해물을 건물 안에 쌓아둬 사고를 자초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