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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어떻게 빌려요? 잘 모르는데…청년들 노리는 '불법 대출'

<앵커>

59조 원, 우리나라 20대들이 지고 있는 빚을 다 합치면 이렇게 엄청난 금액이 됩니다. 대부분 대학등록금이나 생활비 대느라고 빌린 것입니다. 그런데 금액보다 더 큰 문제는 20대가 사회경험이 적다는 것을 노려서, 겉으로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이자를 엄청나게 받는 불법 대출 광고, 대출 업자들이 우글거린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어떤 수법으로 속이는 것인지, 또 어떻게 피하고 막을 수 있을지, 원종진·정경윤 기자가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2030 청년들이 많이 사는 대학교 근처 원룸촌입니다.

골목길 곳곳에 대출 안내 전단이 즐비합니다.

돈을 빌려준단 곳은 대부분 미등록된 대부업체,

[불법 대출업체 관계자 : 학생분들 많이 하시죠. 군대 갔다 오셨잖아요. 미성년자도 아니신데.]

더 심각한 것은 온라인 공간입니다.

교묘한 문구와 다양한 수법으로 돈이 급한 청년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햇살론, 즉 서민지원자금이라는 대출광고. 정책대출인 것 같지만, 불법 사금융입니다.

한국금융협회라는 이름으로, 한 방송사 화면을 띄워놓은 대출광고. 클릭하면 불법대출로 연결되는 이른바 미끼 광고입니다.

대출 관련 키워드를 자주 검색하면 자동으로 대출광고를 띄우는 기술도 악용하고 있습니다.

[김 모 씨/대출 경험자 : 정말 관련 없는 거 보고 있을 때도 (인터넷 브라우저에) 광고가 그런 게 계속 뜨더라고요. 그러니까 제가 회사에서 일 할 때도 그런 광고가 떠가지고.]

청년들을 노리는 불법대출의 유형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직업 없는 청년들에게 재직증명서 등 서류를 위조해서 대출해주는 '작업 대출'.

대출 받는 사람이 휴대폰 같은 전자제품을 개통해 업체에 넘겨준 뒤 돈을 받는 '내구제 대출'.

30만 원 정도의 소액을 빌려주고는 일주일 뒤 50만 원을 갚으라는 '3050 대출'이 대표적입니다.

[3050 대출 피해자 : '1주일 동안 50만 원을 보내라 바로, 차질 없이' 이걸 2번 하면 그때 필요한 금액 300에서 500을 대출해주겠다 그랬는데 안 해주는 거죠. 경찰에 신고했는데 경찰도 지금 3, 4개월 됐는데 소재 파악도 못 하고.]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 빙자 사기도 늘고 있습니다.

20대, 30대 청년들이 입은 피해액은 접수된 것만 544억 원. 2년 전보다 39% 늘었습니다.

늘어나는 청년빚과 청년 파산자,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위기에 내몰린 청년들은 실생활에 도움될 작은 대책들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양인준/대출 경험자 : 무지하기 때문에 (대출에) 쉽게 접근하는 것 같아요. 모르니까… 원금 상환이라는 단어까지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라서요.]

[김 모 씨/대출 경험자 : ((대출 관련) 교육을 받은 적 있는지?) 한 번도 없어요. 저도 이번에 느꼈는데, 정말 한 번도 없더라고요.]

보신 것처럼 청년들은 돈이 급할 때 온라인 검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융 당국이 매년 취약 계층을 상대로 교육을 하고 있지만, 재무 교육이나 금융 상품 소개에 그치고 있어서, 돈을 어디서 어떻게 빌려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이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시민단체들이 먼저 나섰습니다.

지난해부터 국내 포털에서 불법대출 광고를 차단하도록 정부에 요구한 데 이어, 불법대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홍보자료를 만들고 강의도 시작했습니다.

금융권 대출을 거절당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불법대출에 엮여 피해 볼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입니다.

[한영섭/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 : 더 큰 문제는 (불법 대출이) 이렇게 활개치지 않게 만들어야 되는데, 금융감독원에서 그 역할들을 제대로 수행해야 되는데 제가 봤을 때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부족하다고 보는 거죠.]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온라인 불법금융 광고는 1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신고부터 광고 사이트 폐쇄나 게시물 차단까지는 3개월이나 걸립니다.

불법대출 확산에 비하면단속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입니다.

금융감독원은 내년부터 AI를 동원해 불법대출 광고를 감시, 단속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과연 효과가 있을지 나아가 청년 빚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 저희도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제 일, 영상편집 : 박기덕, VJ : 정영삼, CG : 서승현·최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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