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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발 미세먼지, 북극 온난화 증폭시킨다

[취재파일] 중국발 미세먼지, 북극 온난화 증폭시킨다
지구상에서 온난화가 가장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은 단연 북극이다. 최근 북극 지역의 기온 상승 속도는 지구 기온 상승 속도의 2배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북극의 연평균 지상 기온은 평년(1981~2010) 대비 2℃ 정도나 높았고 2018년에도 평년보다 1.7℃나 높았다(Overland et al., 2018). 산업화 이전 대비 1℃ 정도 상승한 전 지구 기온과 비교하면 최근 들어 북극이 마치 폭발이라도 하듯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평년(1981~2010) 대비 북극 지역과 전 지구 연평균 기온 편차, 푸른 실선은 북위 60도 이상 북극 지역의 연평균 기온 편차, 붉은 실선은 전 지구 연평균 기온 편차를 나타낸다. 연평균 값은 한해 전 10월부터 해당 연도 9월까지를 평균한 값이다.
최근 북극이 빠르게 뜨거워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이 있다. 우선 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 해빙(海氷, sea ice)이 녹게 되는데 얼음이 녹아 물이 되면서 빛을 반사시키는 얼음과 달리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고 이로 인해 기온이 더욱 빠르게 상승한다는 주장이 있다. 또한 북극 해빙이나 얼음에 가라앉은 검댕(black carbon)으로 인해 태양 에너지를 보다 많이 흡수하게 되고 이로 인해 기온이 상승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위도 지역의 수증기가 극지방으로 이동하면서 극지방에 수증기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 수증기가 이산화탄소처럼 지구에서 나가는 열을 잡아두는 역할을 하면서 극지방의 기온이 빠르게 상승한다는 주장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떤 과정으로 중위도 지역의 수증기가 극지방으로 이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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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해양융합공학과 예상욱 교수와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박록진 교수 등 국내 연구팀이 최근 겨울철 중국에서 발생하는 많은 양의 미세먼지가 중위도 지역의 수증기를 극지방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고 결과적으로 북극의 온난화를 가속화 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겨울철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와 북극의 온난화 사이의 상호관계를 밝혀낸 것이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저명 국제 학술지인 '기후 저널(Journal of Climate)' 최근호에 실렸다(Kim et al., 2019).

연구팀은 겨울철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와 북극 온난화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1985년∼2010년까지 26년 동안의 관측 자료를 이용해 북반구와 극 지역의 대기 흐름을 분석하고 기후 모델을 이용해 중국발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할 경우 대기 흐름과 수증기 이동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는지 재현하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없을 때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겨울철에 중국지역에 황산염과 같은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할 경우 동아시아와 유라시아 지역의 남북방향 온도 차이가 작아지면서 대기 순환에 변화가 나타나고 이로 인해 중위도 지역에서 극지방으로 수증기 수송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의 기상과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러시아 북쪽 북극해인 바렌츠해(Barents sea)와 카라해(Kara sea) 상공 대기에 수증기가 크게 증가하고 증가한 수증기가 온실가스로 작용해 이 지역에서 하향 장파 복사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그림 참조). 하향 장파 복사가 늘어난다는 것은 증가한 수증기가 대기로 방출되는 열을 붙잡아 다시 지표 부근으로 내려보내 이 지역에서 기온이 크게 상승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중위도 지역의 수증기를 북극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결과적으로 북극 지역의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된다는 뜻이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북극의 온난화를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겨울철 중국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면서 바렌츠해와 카라해를 중심으로 한 (a) 북극 지역에 수증기가 증가하고 (b) 수증기가 증가한 지역에서는 하향 장파 복사가 증가해 북극의 기온이 상승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빠르게 진행되는 북극의 온난화 현상은 단순히 북극의 온난화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극지방의 기온이 상승할 경우 적도 지역과 극 지역의 온도 차가 줄어들면서 찬 공기를 극지방에 가둬두는 강풍대인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결과적으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흘러내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겨울철에는 중위도 곳곳에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 등 기상 이변이 발생할 수 있고 여름철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상을 막아 장마가 늦게 시작되거나 마른장마를 부를 가능성도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북극의 온난화를 통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와 지구촌 곳곳에 기상 이변과 이상 기후를 불러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단순히 국지적인 기상 현상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기상 현상과 기후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단순히 한반도나 주변 지역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차원뿐 아니라 지구촌의 기상 이변과 이상 기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과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참고문헌>

* J. E. Overland, E. Hanna, I. Hanssen-Bauer, S. -J. Kim, J. E. Walsh, M. Wang, U. S. Bhatt and R. L. Thoman, 2018: Surface Air Temperature: Arctic Report Card: Update for 2018, NOAA
https://arctic.noaa.gov/Report-Card/Report-Card-2018/ArtMID/7878/ArticleID/783/Surface-Air-Temperature

* Minjoong J. Kim, Sang-Wook Yeh, Rokjin J. Park, Seok-Woo Son, Byung-Kwon Moon, Byung-Gon Kim, Jae-Jin Kim, and Sang-Woo Kim, 2019: Regional Arctic amplification by a fast atmospheric response to anthropogenic sulphate aerosol forcing in China.
Journal of Climate, https://doi.org/10.1175/JCLI-D-18-0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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