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4·3 71주년을 맞아 미국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심포지엄이 열려 제주 4.3의 참상을 알렸는데 현지 사회에서도 반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신윤경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뉴욕 유엔본부에 제주어가 울려 퍼집니다.
4·3 당시 9살의 나이에 일가족 6명을 잃고, 마을 주민들의 학살을 목격했던 고완순 할머니.
울음을 삼켜가며 70년 전의 일을 되뇝니다.
[고완순/북촌리 4·3 희생자 유족회장 : 군인 하나가 상스런 욕을 해대며 들고 있던 몽둥이로 남동생 머리를 내리쳤습니다. 남동생은 더 이상 보채지도 울지도 못했습니다.]
생생한 생존자의 증언에 회의장 참가자들은 먹먹한 마음을 숨기지 못합니다.
미국 현지에서 4·3의 참상을 알리고 미국의 책임을 요구하기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강우일/주교 : 미군정과 한국 정부에 당국이 저지른 부당행위를 국제사회에 명명백백히 밝힘으로써 궁극적으로 정의와 책임, 화해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현지 한국사 전문가와 언론인들은 4·3이 미 군정하에서 벌어졌던 일인 만큼 미국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루스 커밍스/시카고대 역사학과 석좌교수 :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까지 미 군정하에서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심포지엄 참가자들은 작은 섬에서 3만 명이 넘는 도민이 숨지는 대학살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보이며 더 많은 곳에서 4·3의 진실이 알려지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4·3 인권 심포지엄 참가자 : 미국 워싱턴 D.C에서도 이와 같은 행사가 열려서 입법자들에게 제주 4·3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현지 교민들도 이번 행사를 계기로 미전역에서 4·3 유족회를 구성해 제주 4.3을 알리는 일을 해나가기로 했습니다.
70년이 지나서야 미국의 책임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제주 4·3 완전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