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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의 이상한 징계…사망자에 직무정지 · 퇴직금 몰수

<앵커>

세상을 떠난 아버지 앞으로 이상한 징계 통지서가 왔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농협 조합장이던 아버지가 감사를 받다 숨졌는데 한참이 지나 직무 정지 처분과 함께 퇴직금을 줄 수 없다는 통보가 온 겁니다. 유족들은 반론할 기회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정혜경 기자가 제보 내용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버지의 징계 처분서가 날아든 건 지난 5월 말입니다.

강원도 내 한 단위 농협 조합장이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8달이 지난 때입니다.

[김 모 씨/유족 : 일단 저는 당황스러운 마음이 가장 컸고요. (감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연락을 받거나(하신 적은 있는지?)) 전혀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지난해 여름 조합장 김 모 씨는 업무추진비 유용 혐의가 불거지자 내부 감사를 자청했습니다.

그러나 감사 종결 전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김 모 씨/유족 : 누명을 쓰고 있다는 자괴감에 시달리고 계셨고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차마 이런 일까지 당시에 막을 순 없었습니다.]

사망 후에도 감사는 계속됐습니다. 심지어 올해 초에는 추가 유용 혐의로 별도 감사가 진행됐습니다.

두 차례 감사 끝에 내려진 징계처분은 각각 직무 정지 6개월과 견책. 부하 직원을 시켜 업무추진비를 부당한 방법으로 마련해 사용했다고 결론 낸 겁니다.

더욱이 유족들은 퇴직금을 그때까지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농협 측이 김 씨가 회사에 끼친 손실 금액이 퇴직금 2천600여만 원보다 많다며 모두 몰수한 겁니다.

[○○농협 직원 : 본부에서 감사해서 조감처에서 징계해서 사무실로 내려온 거죠. (사후에도 감사가 이뤄졌다고 들어서…) 저희는 (감사) 받는 입장이니까 감사한 입장에 물어봐야죠.]

망자에 대한 징계는 어떻게 이뤄진 걸까.

[농협중앙회 관계자 :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책임의 정도를 알리는 통지의 개념이거든요. 퇴직자, 징계시효가 지난 경우도 마찬가지고.]

농협중앙회 편람입니다. 망자의 징계는 퇴직자에 준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문제는 망자 김 씨에게 어떤 소명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처분서에 명시된 재심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인사혁신처 업무편람, 그리고 우리 형사법에서는 대상자가 사망할 때 징계 또는 처벌을 불필요·불가능한 것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김도형/변호사 : 당사자가 사망하면 사망한 순간 근로관계가 자동으로 종료되기 때문에 아무런 법적 관계가 없습니다. 거기서 징계를 한다, 이런 건 법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겁니다. 무효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사건을 공식 접수하고 징계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농협 측은 SBS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주말 유족에게 퇴직금을 지급했습니다.

다만, 추후 소송을 내서 퇴직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장현기, VJ : 정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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