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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부질없이 착한 팀장 되려고 하지 마"

김창규│입사 20년 차 직장인. 실제 경험을 녹여낸 직장인 일기를 연재 중

[인-잇] "부질없이 착한 팀장 되려고 하지 마"
'결국 꼰대' 7편: "부질없이 착한 팀장 되려고 하지 마"

"젊은 직원들은 어떤 유형을 꼰대라고 불러요?"

우리 팀원들 내 질문의 의도는 생각하지 않는 듯 거침 없이 말한다.

"옛날 얘기하는 사람이요? 자기 자랑을 꼭 넣어서요." 인정이다.

"권위적인 사람이요. 우리 얘기 안 듣고 절대 복종만을 요구해요." 역시 인정.

"합리적이지 않는 것을 시키는 사람이요. 예를 들면 제품 3,000개를 생산했는데 사은품 1개 안 들어갔다고 다른 것 또 있는지 전수조사 시키는 사람이요."

"근데 그건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나는 반문했다.

"그렇긴 하죠. 하지만 너무 단순 반복적 일을 장시간. 으, 하는 사람은 정말 짜증 난다고요." 이건 동의할 수 없다. 해야 할 일이지만 본인들이 하기 싫은 일을 시킨다고 꼰대라니. 그건 아니다.

누가 또 말한다. "자꾸 잔소리, 지적하는 사람이요."

"본인이 반복적으로 잘못한 거를 지적해도요?" 나는 또 반문했다.

"그래도 자꾸 뭐라고 하면 싫어요. 제가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팀원들은 격하게 "옳소." 했지만 이것도 나는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팀장님. 우리는 꼰대라는 단어 잘 쓰지 않아요. 그냥 무슨 무슨 놈이라고 하죠."

이번엔 하 사원이 나한테 묻는다. "팀장님, 팀장님 세대에는 어떤 사람들을 꼰대라고 했어요?"

"글쎄. 입으로만 일하는 사람? 그러니까, 자신은 일 안 하고 모두 부하 직원에게 시키면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사람. 화나면 욕하고 서류철 집어던지는 사람, 보고가 마음에 안 들면 2~3시간 서 있게 하는 사람, 뭐 이런 사람들을 칭했죠."

팀원들은 황당해 한다. "서류철을 집어던져요?", "2~3시간 서 있는다고요?" 하면서 "그건 아니지" 라며 놀라움을 표시한다.

이때 김 대리가 말한다. "공통점 발견. 꼰대는 어쨌든 아랫사람을 혼내는 사람들이네요."

"정말 그러네요. 하기야 꼰대는 아버지나 선생님, 나이 많은 남자를 지칭했던 젊은이들의 은어였으니까."

모두들 깔깔깔 웃으면서 "팀장님은 아직은 아니에요." 그런다. 팀원들이 나를 갖고 논다.

회식을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내가 회식 때 꼰대 얘기를 꺼낸 것은 꼰대 팀장은 너희들을 매우 피곤하게 하니 각자 자율적으로 일하고 성과를 내서 나를 제발 꼰대가 되지 않게끔 해달라고 얘기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그것을 말할 기회가 없었다.

팀원들은 나를 꼰대가 아니라고 했지만, 대화의 내용으로 보면 사실상 나는 꼰대였다. 이미 나는 꼰대인데 꼰대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생각해보면 팀장은 피치 못하게 꼰대일 수밖에 없다. 꼰대는 팀원들이 하기 싫은 일을 시키는 사람, 잘잘못과 무관하게 자꾸 지적질하는 사람(게다가 큰소리나 욕설까지 하면 갑질하는 것이고), 자신의 생각을 팀원에게 강요하는 사람이라는데, 이런 지시, 지적, 강요는 팀의 목표 달성과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팀장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억울하다. 내가 꼰대? 이때 옛날 글, 그러니까 신하가 군주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글이 번뜩 떠올랐다. '한비자'의 글이 내게는 이렇게 다가왔다.

'팀장이 팀원들의 업무를 꼼꼼히 봐주고 지적하는 것은 팀원의 능력을 높여주기 위함이다. 그런데 팀원은 오히려 팀장을 가혹하다고 한다. 팀장이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팀원이 잘리거나 징계당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팀원은 팀장을 준엄하다고 한다. 팀장이 팀원 관리를 강화하고 더 적극적으로 업무 처리를 하도록 독려하는 것은 팀의 성과를 높이려는 것이다. 하지만 팀원은 팀장을 난폭하다고 한다. 이 조치는 모두 회사를 성장시키고 팀원에 대한 보상을 높이려 함인데도, 팀원은 그 고마움을 모르고 권위적이고 가혹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또 가만히 보다 보니 이 글은 이렇게도 해석된다. '팀원은 팀장의 가혹, 준엄, 난폭이 없다면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한다'라고 말이다. 서글픈데 맞는 것 같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통상적으로 팀원들은 팀장이 없으면 딴짓을 하며, 노력 없이도 보상을 바라고, 성과가 없어도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며, 무리 지어 교묘히 법과 여론을 형성해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려 한다. 게다가 요즘 친구들은 자기 권리는 확실히 챙기는 반면 손해 보는 일은 질색을 한다.

그런데 팀을 덕치로만 운영해서 성과를 낸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주변을 둘러보면,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덕과는 거리가 먼 까탈스러운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法(법: 규정), 術(술: 인사), 勢(세: 위력)에서 나오는 통제, 강압, 강요로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들이었다. 반면 사람 좋다고 소문난 사람들, 아랫사람들이 흠모했던 보직자들은 어떻게 되었지? 세속적 기준으로 보면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사업부문장이 나에게 조언했던 말이 맞았다. "팀장은 성과를 내는 사람이야. 부질없이 착한 팀장 되려고 하지 마"라던 말. 꼰대 소리 듣지 않으려고 나처럼 어쭙잖게 착한 척하면 윗사람에게는 무능한 팀장으로 찍히고, 아랫사람에게는 어쨌든 꼰대가 되고 만다. 위에도 아래에도 인정받지 못하는 무능한 꼰대 팀장?!

고민이 커질 무렵 VOC 왜곡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과정에서 담당 임원, 곽 대리와 갈등을 빚게 된 사건으로 나는 꼰대의 길로 한발 더 들어서게 되었다.

- 다음 편에 계속 -

#인-잇 #인잇 #김창규 #결국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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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사람과 생각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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