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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살린 지하철 보안관, '대기실 발령' 받은 이유는

<앵커>

몇 달 전, 지하철역에서 한 승객이 심장마비로 쓰러지자 지하철 보안관이 달려와 심폐소생술로 살려낸 적이 있습니다. 구급대원이 칭찬할 만큼 빠르고 정확한 대처였는데 이렇게 시민 안전, 또 질서유지를 위해서 '지하철 보안관' 수백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충이 큽니다. 단속 열심히 하다 뺨을 맞기도 하고 보복성 민원에 시달리는가 하면 심지어 일하다 소송을 당한 뒤 혼자 부담을 떠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슈리포트 깊이있게 본다, 강민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1년부터 지하철 범죄 예방과 역사 질서 유지 업무 등을 맡고 있는 지하철 보안관. 단속 위주의 업무 특성상 악성 민원에 시달리기 십상입니다.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 A 씨 : 민원이 많이 들어와요. (단속을 당한) 이동상인이 넣는 게 더 많죠. 열 받으니까. 역에서 나가서 전화하면 그냥 승객이잖아요.]

사법권이 없어 가뜩이나 단속이 쉽지 않은데 민원까지 쏟아지니 적극 나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 2월, 역사 내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70대 노인을 살려냈던 지하철 보안관 정재민 씨.

몸을 사리지 않고 단속 업무에 힘을 쏟았지만, 대가는 승진도 성과급도 아닌 보안관 대기실 근무 발령이었습니다.

적극적인 단속으로 민원이 많이 들어오자 지하철 타지 말고 역 안에서만 근무하라는 거였습니다.

[정재민/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 : 민원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그만큼 위반 행위자가 많다는 얘기거든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고) 단속을 안 할 수는 없는 건데… 그런 것 때문에 대기실로 발령을 냈다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심한 경우 고소를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 B씨 : 물리고 할퀴고 따귀 맞고 그런 경우는 비일비재하죠. 저희들이 방어를 하다 보면 그 방어한 걸로 상대방은 소송을 넣어요. '자기도 폭행을 당했다' 이런 식으로….]

서울교통공사는 직원들이 민형사 소송에 휘말렸을 경우 변호사 선임 등 지원을 해주고는 있지만, 완전 승소나 무죄 판결이 아니면 변호사 비용 전부를 직원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최봉균/변호사 : 형사에 관해서는 형의 경중을, 민사에 관해서는 과실의 정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서, 회사 측에 유리한 계약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지하철 보안관들이 적극적으로 업무에 나서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지하철 보안관 A 씨 : 경찰에 출석했다가 또 그다음에 법원에서 증인으로 나오라 그러고…. 남는 게 뭘까요 그러면? 어차피 자기만 피곤해지는 건데.]

[지하철 보안관 B 씨 : 열심히 해도 민원만 들어오고…. '그럼 너한테 좋을 거 없으니까 그냥 대충대충 해라' 이러는 분위기죠.]

안전을 위해 도입된 지하철 보안관 제도가 서울교통공사의 허술한 민원 처리와 법률 지원 탓에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홍종수, 영상편집 : 소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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