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마약중독자 뇌에 전기칩 심어라"…극약처방에 나선 중국

정성엽 기자 jsy@sbs.co.kr

작성 2019.06.28 09: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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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마약퇴치의 날이었던 지난 26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중급인민법원이 공개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정에 선 피고인 15명은 모두 마약사범이었습니다. 특히 마약 제조 판매의 주동자인 스 모 씨, 펑 모 씨, 쉬 모 씨가 유통한 25㎏에 달하는 마약량은 올 들어 적발된 최대 규모였습니다. 이날 법원은 이 3명의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중국 CCTV는 법원이 이들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과정을 뉴스를 통해 그대로 전했습니다. 마약사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 과정을 공개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려는 중국 당국의 전형적인 강공책입니다.

청나라 시절 아편전쟁이란 치욕의 역사를 갖고 있는 중국이 마약사범 단속과 처벌에 엄격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중국의 마약 중독자 규모는 여전히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당국은 올해 마약중독자 숫자가 처음으로 줄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공식적으론 250만 명 수준으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려 1천400만 명 규모로 알려져 있는 상탭니다. 이쯤 되면 사형 선고만으로 마약 중독자를 근절하겠다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네요. 당국은 전국에 3만 개에 달하는 재활 기관을 설치해 마약 중독의 고리를 끊어보려고 하지만, 그 효과가 눈에 띄게 드러나진 않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중국 당국은 새로운 대책에 착수했습니다. 마약 중독자의 뇌에 전기칩을 심는 방안입니다.
[취재파일] '마약중독자 뇌에 전기칩 심어라흡사 공상과학(SF) 영화 장면 같지만, 뇌에 전기칩을 심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마약 중독자의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냅니다. 그 구멍 사이로 얇은 전극선을 삽입하는 거죠. 동시에 가슴 쇄골 아래엔 자극 발생기도 심습니다. 뇌에 심은 전기칩과 연결해 자극을 주는 장치입니다. 이 자극 발생기는 리모컨을 통해 자극 강도 등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뇌에 전기칩을 심어 두고, 본인 스스로 또는 의료 관리인이 전기 자극을 주는 방식인데, 의학계에선 이를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이라고 부릅니다. 파킨슨병, 난치성 통증, 간질, 강박장애 치료 등에 이용되는 최첨단 시술이라고 합니다. 중국은 이 뇌심부자극술을 일반적인 쓰임과 달리 마약 중독자들에게 활용하려는 것인 거죠. 네덜란드나 독일 등 유럽 국가도 관련 연구를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관련 부위가 부위인지라 선뜻 이 시술에 응하겠다는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아 진전이 느린 상태인데, 중국이 먼저 치고 나온 상황입니다.

중국 내 마약 중독자에 대한 뇌심부자극술 연구에 앞장서고 있는 곳은 상하이 지아통대학 부설 루이진(瑞金)병원입니다. 병원 측은 마약중독은 뇌의 보상시스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약이 뇌의 보상시스템을 자극해 기분을 좋게 만드는데, 뇌가 이런 일련의 과정을 기억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마약을 일시 중단하면 뇌가 그 변화를 적응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마약을 계속 원해서 약물치료나 심리치료 등으론 쉽게 중독의 고리를 끊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루이진병원 연구진들은 뇌의 보상시스템이 작용하는 구체적인 부위를 직접 타깃으로 삼아 뇌심부자극술을 진행하는 것이 마약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봤습니다.
[취재파일] '마약중독자 뇌에 전기칩 심어라연구진은 마약 중독자 2명을 상대로 뇌에 전기칩을 심고 관찰을 시작했습니다. 30년간 마약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도 포함됐습니다. 물론 자발적인 참여자였다고 합니다. 연구진을 이들을 대상으로 뇌심부자극술을 진행한 결과 2주 만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고 밝혔습니다. 환자들에게 투여하는 메타돈(methadone)량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겁니다. 메타돈은 마약중독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약물인데, 이게 절반으로 줄었다는 건 그만큼 마약중독 증세가 완화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메타돈 투여량이 현격히 줄어들고, 결국은 마약 의존성을 완전히 떨쳐낼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현재로선 2명을 대상으로 관찰하고 있지만, 대상자를 12명으로 늘려 1년 이상 장기간 지켜볼 계획도 밝혔습니다.

루이진병원 연구진은 메타돈 투여량 관찰 이외에 또 다른 조사를 진행한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뇌심부자극술이 헤로인 중독자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여붑니다. 이 관찰은 10년 동안 헤로인 중독에 빠졌던 40대 남성이 대상자였습니다. 역시 뇌에 전기칩을 심고 1년 6개월간 자극을 주면서 관찰했고, 최근 전기칩을 뇌에서 제거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이 남성이 이후 4개월여 동안 약을 먹었지만, 특별히 헤로인 중독 증상이 재발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쯤 되면 뇌심부자극술이 헤로인 중독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걸로 볼 수 있고, 더 나아가 마약중독 증세 전반에 대한 이상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마약 중독자 뇌에 전기칩을 심어서라도 중독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는 이렇게 강합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뇌심부자극 시술의 성공을 확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합니다.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는 얘깁니다. 예컨대 가슴 부위에 삽입하는 자극발생기 전력 문제도 그중 하나인데, 전력이 약해지면 호전됐던 중독 증세가 다시 악화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고혈압이나 중풍 등의 병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론 뇌에 전기칩을 심는 시술 자체가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우려들은 전기칩이나 자극 발생기 등의 관리의 문제이고, 또 시술 대상자를 엄격하게 선정하면 부작용을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문제라는 재반론도 있습니다. 마약 청정국이란 말이 민망해진 우리 현실을 직시해 볼 때, 마약사범에 대한 엄격한 단속과 처벌은 물론 마약 중독의 고리를 끊기 위한 중국의 노력은 그냥 예사롭게 지나쳐볼 수만은 없는 일인 듯합니다.

(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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