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보따리' 앞세운 중동 실세를 재계도 환대했습니다. 어젯밤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만찬을 끝낸 빈 살만이 삼성 영빈관 승지원을 전격 방문한 겁니다. 이 자리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총수들이 먼저 모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따로 한 자리에 모인 것도 이례적입니다. 사우디 측 요구로 성사된 이 자리에서 총수들은 빈 살만과 차를 마신 뒤 돌아갔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빈 살만과 따로 20분간 더 만남을 가졌다는 후문입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빈 살만을 환대한 건 그를 통해 제2의 '중동 특수'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산업화 시절 중동에서 벌어들인 달러로 성장한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빈 살만은 사우디의 석유 의존 경제를 첨단 기술 중심으로 바꾸려는 7천억 달러(808조 원) 규모의 국가 산업부흥 프로젝트 '비전2030'을 주도하고 있으니 기업들로선 중요한 '고객'인 겁니다. 재계에선 삼성 이 부회장이 얼마 전 삼성물산을 찾았던 것도 5천억 달러(578조 원) 규모의 사우디 북서부 해안 신도시 '네옴'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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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를 두는 국가와의 교류·협력이 때로 얼마나 큰 피해를 끼치는지는 지난 '사드 사태' 때 지독히 겪었습니다. 어떻게든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정부 간 교류와 기업의 투자에도 원칙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국격과 글로벌 기업의 세계적 평판은 그렇게 좌우됩니다. 이번 '국가적 환대'가 "권력자만 어떻게 구워삶으면 되겠지"라는 지나간 시대의 발상에서 비롯된 게 아니길 바랍니다. 당장의 '사우디발(發) 돈 보따리'라는 것도 MOU에 불과한 만큼, 낭패 볼 일 없게 냉정함을 유지하며 실리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