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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운동장 암매장, 사형 피한 조폭'…中 '흑사회·보호우산' 소탕전

지난 20일, 중국 남부 후난성 화이화시의 한 중학교 운동장에서 시체 한 구가 발견됐습니다. 중국 경찰인 공안의 조사 결과 이 시체는 지난 2003년 실종된 이 학교의 교직원 덩(鄧) 모 씨였습니다. 공안은 덩 씨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용의자와 관련자들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떻게 16년 만에 암매장 사건이 드러났을까요?

● 16년 전 실종된 교직원 학교 운동장에 암매장

올해 4월, 중국 공안은 지역 조직폭력 범죄 단체를 대대적으로 잡아 조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직폭력 혐의자 두(杜) 모 씨가 덩 씨를 살해했다는 진술을 받아냈습니다. (건축 하청업과 노래방 등의 사업을 했던 두 씨는 현재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고 여러 사업체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안은 이 진술에 따라 학교 운동장을 파헤쳤고,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DNA 검사 결과 시신은 덩 씨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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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 씨의 실종 직후부터 살해 의혹을 주장해온 가족들은 당시 덩 씨가 학교의 공사 품질 감독 업무를 담당했는데, 공사 하청을 맡은 두 씨와 공사대금 때문에 마찰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덩 씨가 부실하게 공사된 벽 등을 문제 삼으며 품질 검사 서류에 서명을 거부하면서, 두 씨가 원한을 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안은 또 시체를 암매장할 당시 학교 교장이었던 황(黃) 모 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가족들은 덩 씨가 살해되기 두 씨의 외삼촌인 황 씨가 덩 씨를 찾아왔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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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과 언론들은 이 사건이 왜 16년 동안 드러나지 않았느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신화통신등에 따르면 덩 씨 가족은 "용의자 덩 씨와 당시 교장인 황 모 씨가 친척 관계에 있는 데다, 그들의 많은 지인들이 지역 정부와 당에 근무하고 있다"며, "이런 '관계망(關係網)'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비호세력인 '보호우산(保護傘)'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인터넷에서도 이번 사건 조사 담당자에는 화이화 시 관계자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흑사회(黑社會)와 보호우산(保護傘)

'보호우산'과 관련해 지난달 중국 언론들이 대서특필한 '쑨샤오궈(孫小果)' 사건이 있었습니다. 중국 윈난성 쿤밍 지역의 조직폭력 단체의 우두머리인 쑨 씨는 지난 4월 공안에 체포됐습니다. 그런데 쑨 씨가 사형 선고를 받았다 13년의 복역만 마치고 범죄 세계인 흑사회(黑社會)로 돌아온 것이 조명을 받으며 중국인들의 의문과 분노가 집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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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 씨는 지난 1997년 강간과 고의 상해, 복역 동안 범죄 행위 등 여러 가지 혐의로 체포돼 다음 해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사형은 유예됐고, 재심을 통해 사형은 징역 20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마저도 복역 기간 발명했다는 '잠금식 도난방지 맨홀 뚜껑' 특허로 감형을 받았고, 결국 약 13년 만인 2010년에 석방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엘리베이터 감형'으로 불리며 중국인들의 큰 관심을 받았고, 중국 당국은 부랴부랴 쑨 씨 사건의 뒷배, '보호우산'이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지금까지 윈난성 감옥 관리국과 고급인민법원 심판위원회 관계자, 쿤밍시 중급인민법원 관계자 등 11명이 조사 대상이 됐습니다. 이달 초엔 중앙 정부 특별 감독팀이 현지로 파견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흑사회와 보호우산에 대한 제보와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샨시성 쑨샤오궈' 사건도 그 하나입니다. 류(劉) 모 씨는 1999년 샨시성 화인시에서 패싸움을 벌였고, 이 자리에서 한 명이 숨지고 두 명이 다쳤습니다. 하지만, 류 씨는 주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2017년까지 구속이나 재판도 받지 않았고, 재판에서도 집행유예가 내려졌습니다. 그 사이 류 씨는 이름과 신분증 번호도 바꾸는 등 신분 세탁을 하며 도박장도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中 언론 대서특필하는 '흑사회·보호우산' 소탕전…의도는?

이런 사건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2기를 맞아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소흑제악(掃黑除惡 : 흑(黑)은 쓸어버리고 악(惡)은 제거하자) 캠페인'에 따른 것입니다.
[취재파일] '운동장 암매장, 사형 피한 조폭'…中 '흑사회·보호우산' 소탕전
중국 흑사회는 시장경제가 도입된 덩샤오핑 시절부터 급속도로 확산됐습니다. 이후 중국 지도부는 흑사회 엄벌을 외쳐왔지만 근절되지 않았습니다. 시 주석은 범죄인 처벌만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며 범죄조직 자금원 차단과 비호세력 처단을 통해 흑사회의 뿌리까지 뽑을 수 있도록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각 지방에는 <'소흑제악' 특별 투쟁 행동 전개 통지>에 따라 지난해부터 '소흑제악' 전담 사무실이나 소조직이 설치됐고, '소흑제악' 신고 사이트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안과 검찰, 법원, 국가안전부 등 사법계통을 지휘하는 중앙정법위원회도 각 지방에 검열단을 파견해 범죄조직 소탕 작전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한 중국인은 "베이징 등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 마을 곳곳까지 플래카드가 붙어있다"며 "이렇게 대대적으로 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언론에 연일 나오는 '소흑제악' 사건에 중국인들은 관심을 보이며 공무원 등 배후세력까지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조직폭력 단속으로 사회안정을 꾀하고, 민심을 모아 공산당 정권에 힘을 싣는 데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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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노림수도 있습니다. 앞서 본 사건들처럼 지방의 범죄조직과 비호세력을 척결하면서, 중국 말단 지역까지 중앙 정부와 공산당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대학교수의 말을 인용해 "수천 년 동안 중국의 황제들은 도시지역에서 권력을 행사했지만, 지방 차원에서는 통제력을 거의 행사하지 못했다. 조직범죄와의 전쟁은 중국 최고 지도부가 자신들의 통치에 대해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소흑제악' 특별 투쟁은 내년까지 계속됩니다. 시 주석과 공산당의 의도대로 민심과 영향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 황제도 하지 못한 통제력까지 손에 쥐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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