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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1호' 바라카 원전…정비 사업 수주는 '반쪽 성공'

'수출 1호' 바라카 원전…정비 사업 수주는 '반쪽 성공'
▲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한국 업체들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정비사업을 수주했지만, 애초 기대했던 규모에서는 크게 축소돼 '반쪽 성공'에 그쳤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4일 바라카원전 운영사인 '나와(Nawah) 에너지'와 정비사업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번 계약은 한국과 UAE가 원전 건설부터 설계, 운영, 정비까지 원전 전 주기에 걸친 협력을 완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한수원은 발전설비 정비업체인 한전KPS와 컨소시엄(팀코리아)을 꾸려 바라카원전 정비사업계약을 '통수주'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습니다.

바라카원전은 한수원의 고유 기술로 만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설치되는 만큼 한수원이 정비 계약을 모두 따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단독수주 시 계약금액은 2조∼3조 원 규모로 추정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계약에서는 전체 사업 예상기간(10∼15년)보다 적은 5년으로 일단 기간을 한정했습니다.

또 수주전에서 팀코리아와 경쟁했던 미국이나 영국 업체에도 정비사업의 일부분을 맡길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한수원 측은 "나와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 외 어떤 업체와 계약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km 떨어진 곳에 있는 바라카 원전은 APR1400 4기(총 5천600MW)로 구성됩니다.

바라카 1호기는 2012년 건설을 시작해 지난해 완료됐고, 현재 2, 3, 4호기 건설이 진행 중입니다.

바라카원전 준공률은 현재 93% 이상입니다.

한국은 2009년 12월 프랑스, 일본 등과 경합한 끝에 바라카 원전 건설 입찰에 성공해 중동 지역 최초의 원전 건설 입찰이자 한국 원전산업 사상 첫 수출이라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바라카 원전 4개 호기가 만들어내는 전기량은 UAE 발전용량의 약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 2천100만t가량 감축할 전망입니다.

한수원은 바라카 원전 사업으로 건설 분야 14만 개를 포함해 약 22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수출 효과는 21조 원, 후속효과로는 72조 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바라카원전이 한수원의 APR1400으로 구성되는 만큼 준공 후 유지보수와 고장 수리 등의 업무를 맡는 장기정비계약(LTMA) 또한 한수원이 맡을 것이 유력시됐습니다.
2016년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 모습
한수원은 2016년 LTMA와 함께 핵심 운영권으로 꼽히는 운영지원계약(OSSA)을 따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와가 LTMA의 계약형태를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바꾸고 미국의 얼라이드파워, 영국의 두산밥콕 등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수주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계약금액은 적지만 장기서비스계약(LTSA)이 프랑스전력공사(EDF)로 넘어갔습니다.

이후 나와가 계약을 통째로 한 업체에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업체와 나눠 계약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한수원과 나와는 24일 계약 내용을 공개하면서 정비사업을 수주업체에 일임하는 LTMA가 아니라 나와가 전체 사업의 주도권을 잡고 정비사업자에게 서비스를 받는 장기정비사업계약(LTMSA)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나와는 경쟁입찰을 중단하고 여러 업체와 개별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과 두산중공업 외에 어떤 업체와 계약을 맺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계약 기간은 5년이되 추후 합의에 따라 연장하기로 했고, 계약금액은 나와가 발행하는 역무지시서(task order)에 따라 결정될 예정입니다.

그나마 한수원이 정비 관련 고위직을 나와에 파견해 바라카 원전의 정비계획 수립 등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 새로운 성과입니다.

한수원은 단독·일괄수주에는 성공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추후 정비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한국 원전 수출 1호로 주목받던 바라카 원전의 후속 사업 수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면서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한 공격도 한층 거세질 전망입니다.

원전업계는 정부가 원전 축소 정책을 편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합니다.

원전 수주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펴 경쟁국에 공격할 거리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원전산업 축소에 따른 전문인력 이탈 우려 등이 UAE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국내 원정정책과는 별개로 원전 수출에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정부의 원전 정책이 이번 결정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체코, 올해는 카자흐스탄에서 '원전 세일즈'를 벌였습니다.

지난 4월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은 원전에 관심을 보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에게 "카자흐스탄이 (원전 건설을) 추진하면 한국 참여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한수원은 지난달 말 카자흐스탄 신규 원전 건설사업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나와 역시 "정비 파트너를 선정하기 위한 의사결정은 한국의 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이 원전 건설을 도맡는 상황에서 정비 계약까지 가져갈 경우 원전에 대한 장악력을 놓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나와는 계약방식을 LTMA에서 LTMSA로 변경하면서 "나와가 바라카 원전의 정비작업 주도권을 보유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APR1400 운영 경험을 가진 팀코리아가 정비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팀코리아의 사업 참여가 더욱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한국전력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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